[Review] 강을 건너기 위해 함께 외치자, 토토리!

포기하지 않는 슈퍼히어로가 되기 위해!
글 입력 2021.05.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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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다. 산속 깊은 곳으로 아빠와 캠핑을 왔다.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런데 재미있게 놀던 중 갑자기 아빠가 순식간에 강 근처 구멍으로 떨어져 버렸다. 떨어지면서 다리를 다친 탓에 아빠 혼자 구멍 밖으로 올라오기도 쉽지 않아 보였고 설상가상으로 핸드폰도 고장 났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주인공 베가가 동생 빌리와 함께 캠핑장 오두막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아빠는 계속 구멍에 빠져있을 것이었고, 그렇게 된다면 그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렸다. 베가는 고작 9살이었고 빌리는 5살이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캠핑장으로 향해도 숲속에서의 고난은 너무 많았다. 어린 소녀들은 순식간에 숲에서 길을 잃었다.


미로 같은 숲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다시 길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폈지만 결국 보이는 것은 나무와 강밖에 없었다. 먹을 것은 없었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해는 지고 있었다. 막막했다.

 

깊은 숲 속에서 덩그러니 남겨진 베가와 빌리에게 의지할 곳은 서로밖에 없었다. 비록 서로가 미덥지 못하고, 때로는 미워도 결국은 둘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둘은 온기를 나누며 아빠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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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들이 지나지 못했었던 다리와 강



그들이 지나왔던 길에는 큰 강과 다리가 있었다. 강의 물줄기는 드셌고, 그 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는 지나치게 낡아 있었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빠와 함께 손을 잡고 건널 때에도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야 간신히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아빠가 구멍에 떨어져 버린 지금 그들의 곁에 함께 있어 줄 어른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둘만 남겨진 상황에서 그들은 결국 머뭇거리게 되었다. 강을 건너야만 오두막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칫하면 다리가 무너지고 떨어져 강물에 떠내려갈 것만 같다는 생각에 앞으로 나아가기 겁이 났다.

 

결국, 둘은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강으로부터 피했다. 아빠가 꼭 그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음에도 그랬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길을 찾지 못했고, 그들은 발을 붙이고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둘은 길을 잃었고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했다. 굶주렸고, 다리가 아팠고, 툭하면 의견 차이가 나서 싸웠다.

 

하지만 그들이 다리를 무서워해서 강을 건너지 못한 것이 과연 무조건 잘못되기만 한 것일까? 처음부터 겁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베가와 빌리는 그들이 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당연한 선택을 한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강을 건널 수 없었기에 역경을 마주했고, 배웠고, 성장했다. 굶주렸기 때문에 처음으로 물고기를 잡아 먹어봤고, 다리가 아팠기 때문에 서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의견 차이는 어느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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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베가가 했던 나레이션을 기억한다. 아빠는 항상 바보 같은 짓을 하며 웃는다. 그리고 항상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왜인지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숲속에서 헤매는 동안 어느새 베가는 너무 힘들 때는 아빠가 했던 것처럼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 일부러 크게 웃었다고 다시 나레이션 했다.

 

어른의 바보같은 행동을 이해 못하던 베가가 점점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서, 언제였던가 같은 경험을 했던 때를 떠올리며 깊이 공감했다. 우리는 모두 어른들의 바보같은 행동을 하며 웃는 것을 이해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보같은 행동을 하며 웃고 있다.


베가와 빌리는 숲 속을 헤매는 동안 점차 성장했고 그들이 성장할 때마다 분명 크고, 넓고, 깊어 보였던 강은 어느새 작은 시냇물이 되어있었다. 처음 무서워하며 울상을 짓던 것과는 달리 그들은 거리낌 없이 물속에 발을 넣고 건넜다. 이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길을 잃는 동안 그들이 마주쳤던 한 남성을 떠올린다. 베가와 빌리보다 훨씬 큰 어른이었다. 베가가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을 물어봤고, 그 남성은 거기에 대해 길 안내를 해줄 수 있을 만큼 숲의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는 오두막으로 돌아가기를 꺼렸다. 정확히는 강을 건너기를 꺼렸다. 남성은 베가와 빌리를 강 앞까지만 안내했고, 같이 가자는 베가의 말에 그는 강을 건널 수 없다고 딱 잘라 대답했다.

 

어째서 강을 건너지 못하냐는 질문에 그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처음의 베가와 빌리가 그랬듯 그의 얼굴에는 망설임과 두려움을 품고 있었던 것은 기억난다. 그가 숲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과는 상관 없이 그 또한 아직 용기를 얻지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숲 속을 헤매는 중이었을 것이다. 베가와 빌리가 숲 속을 헤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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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토리



빌리는 베가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그저 어린 5살이었다. 그것도 유독 말을 잘 듣지 않고, 행동이 크고, 고집이 센 아이였다. 그런 빌리를 베가는 언제나 마음속으로 '짜증 난다'라고 은근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동생이기 때문에 사랑하려고 노력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길을 잃고 나서 항상 베가가 길에서 앞장섰다. 계획을 잘 세우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베가의 옆에서 어린 빌리는 그저 외쳤다. 토토리!


토토리가 뭔지 모르는 베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토토리가 무엇인지, 왜 빌리는 이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토토리를 외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때는 몰랐을 것이다. 토토리가 강을 건널 수 있는, 이 막막한 고난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하나의 열쇠였음을.


토토리는 빌리가 좋아하는 유니콘이다. 하지만 단순히 유니콘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빌리가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열쇠였으며, 이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며 한 발자국씩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는 마법이었다. 두려운 것을 없애주고, 다시 앞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줬다.

 

우리는 이것과 같은 단어를 알고 있다.

희망, 혹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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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얼핏 보자면 그저 어린아이들의 귀여운 모험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영화다. 그들은 우리에게 단순한 힐링뿐만 아니라 위로까지 건네줬다. 우리의 삶은 그들의 숲속에서의 시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길을 잃고 두려워하고 싸운다. 그리고 성장한다. 그러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속으로 힘차게 읊조리며 말이다. 토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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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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