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누구인가 - 아티스트 인사이트 : 차이를 만드는 힘

글 입력 2021.05.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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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인사이트: 차이를 만드는 힘>은 GGL리더십그룹의 대표이자 경영평론가인 정인호 작가의 신간 도서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고유함, 즉 차이를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기에, 역사 속에서 분투했던 예술가들이 어떤 통찰을 갖고 그들만의 독자성을 구축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성장하고 싶었다.

 

특히 표지에 적혀있는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 일상의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법”이라는 말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균열이 없고 단조로운 일상은 나에게 독이 될 때가 많았다. 특히 요즘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넉넉히 가지지 못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를 덮은 비본질적인 요소들에 눈이 멀어 종종 타성에 빠지고는 했다. 나에게는 권태에서 벗어나 자신을 바라보고 본질을 회복할 기회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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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에 일련의 방황 끝에 장래 희망을 ‘예술 하는 사람’으로 결정하고, 관련 지식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가족과 몇몇 친구를 제외한 지인들에게는 이 사실을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의 정체성을 말끔히 드러내어 보여줄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예술을 하는지,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예술을 할 것인지에 관해 그 의도와 계획을 충분히 세우지 못했다. 나는 아직 불완전하고 여러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

 

이따금 ‘예술 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삶을 재정비할 시간을 가질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도피하려는 안일함에서 비롯된 생각인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들이 으레 겪는 일이겠지만,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공허와 좌절에 빠져 우울함에 침잠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진로에 대한 걱정을 넘어 인간 실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철학적 사유를 할 때도 많았다.

 

<아티스트 인사이트>에서는 그런 힘든 시간이 우리를 더욱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와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라며, 따뜻한 조언으로 자존감을 북돋는다. 창의적인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도 예술을 재정의하는 획기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고 불확실한 상황을 이겨냈다면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이 문장들에 마음이 동했다. 나 또한 예술을 하리라고 선언한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영혼의 색깔을 퇴색시키지 않고 독보적인 통찰력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삶이 공허하고 보잘것없어 보일 때에도 신념과 열정을 가진 영혼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티스트 인사이트>는 크게 네 파트(관찰: 집요하게 보는 힘, 성찰: 가장 진실된 인간의 모습, 창조: 두려움을 넘어서는 일, 발견: 나에게서 찾는 자아)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경영평론가답게, 예술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주요 기업과 비즈니스 산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깨달음을 예술적 통찰과 연관 지어 글을 풀어나간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예술품은 주로 미술 작품이지만, 음악, 영화, 조각, 행위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또한 함께 소개한다.

 

첫 번째 파트, ‘관찰’에서는 무언가를 집요하게 바라보는 관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장엄함을 발견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모네처럼, 대상을 오랫동안 깊이 있게 바라보며 새로운 시각의 세계를 창조한 오키프처럼. 편협한 시각을 넘어 타인의 주관성에도 눈감지 않는 통합적 시각을 가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비단 예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서 인터뷰 대상자를 찬찬히 바라보며 그들이 가지는 진가를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유재석의 모습에서도 관찰의 힘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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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에 능한 사람은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다. 나는 본문을 읽으며 불필요한 고정관념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의 맹점을 떠올렸다. 과도하게 고정된 학습 체계는 일률적인 재능을 가진 학생을 양산하기에는 편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인재를 개발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고정된 자아를 내려놓고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며 새로운 시각을 키우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파트, ‘성찰’에서는 타인과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가치를 들여다보는 것을 이야기한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는 내면의 진실을 지향하는 화가였다. 그는 대상의 모습을 꿰뚫어 보며 살아있는 사람의 본질을 그림에 녹여내기를 원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그가 그린 고흐의 초상화에서 엿볼 수 있다. 사진처럼 외형적 특징만을 담아낸 초상화가 아닌, 내면의 성찰을 통해 ‘고흐가 누구인지’에 집중하여 그린 아름다운 그림. 툴루즈는 성찰을 통해 훌륭한 예술을 이룩한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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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파트, ‘창조’에서는 두려움을 넘어서 누구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본문에서는 미학적 퍼포먼스로 관객을 사로잡은 유고슬라비아의 행위 예술가 아브라모비치와 그의 연인 울레이의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나 또한 유튜브에서 노인이 된 두 사람의 만남을 다룬 영상을 본 적이 있던 터라 반가웠다.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는 극단적이다. 그녀는 연인 울레이가 활시위를 잡은 손을 놓거나, 자신이 활을 놓으면 가슴에 화살이 꽂힐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 속에 관객을 초대했다. 관객은 이 아찔한 모습을 보고 의도적인 불편함을 느꼈다. 이러한 예술은 관객을 ‘보는 사람’에서 ‘하는 사람’으로 이끌었다.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를 지켜보는 것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체적 고통과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그녀의 작품 세계가 새로움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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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만을 추구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제 해결법은 제가 두려워하고 모르는 것들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입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Marina Abramovic)

 

  

마지막 파트인 '발견'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철학을 유지하되, 스스로를 죽여야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죽이기'.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대목이었다. 이는 합의된 진실을 맹목적으로 믿거나, 편한 것만 추구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과감히 버리라는 뜻이다. 인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성장을 추구하기는커녕 매너리즘에 갇혀 스스로를 죽일 수 있다. 삶을 개척하는 자세를 가지려면 높은 자존감에서 우러나오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인가? 세상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알기를 바라는가?" 이것은 내가 끊임없이 스스로 물어왔던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뒤늦은 사춘기가 왔나 싶어) 자괴감이 들 때도 가끔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이는 많은 예술가가 거쳐왔던 모습이자, 예술적 사유, 상상력, 창의력을 키울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사고의 틀을 깨고 통찰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찰력은 불확실성을 이겨내야 얻을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긴장감, 불안함과 같은 감정을 잘 소화한다면 이는 성장의 양분이 되어 나만의 자유 의지를 기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감상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상이 다를 수 있으니, 양질의 예술 수업으로 내면의 눈을 뜨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아티스트 인사이트>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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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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