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보다 더 독창적일 수는 없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다녀오며
글 입력 2021.05.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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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순간을 독창적 일러스트로

새롭게 탄생시킨 전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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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가 맥스 달튼의 단독전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이 4월 16일부터 7월 11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총 220여점의 작품을 만나는 맥스 달튼의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맥스 달튼 만의 독창적인 일러스트로 영화의 순간들을 표현한 작업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만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품의 주제에 따라 5부로 나뉜다. 1부는 우주의 상상력, 2부는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3부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텔지어, 4부는 맥스의 고유한 세계, 5부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SF, 로맨스, 어드벤처 판타지, 스릴러 액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모티브한 것에 더불어 음악의 거장 ‘비틀즈’, ‘밥 딜런’ 등을 그려낸 LP커버와 동화책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다.

 

 


맥스 달튼, 그가 궁금하다.


 

매번 작품을 보기 전, 이번 전시의 작가는 누구이며 그의 인생에 대해 궁금해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가의 인생을 따라가 보았다. (※ 다음의 내용은 전시 도록 내 작가인터뷰를 참고로 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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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은 1975년생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으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대계 오스트리아와 오키나와계 가족 아래 태어나 다양한 언어와 문화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다. 이러한 영향은 편중된 사고가 아닌 폭넓은 사고를 하며 성장할 수 있게 했다.


그림은 언제부터 접해왔나 라는 질문에 그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그려왔다고 한다. 한 번도 빼놓는 날이 없을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았다.

 

이쯤 되면, 미대를 진학했거나 미술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해 온 사람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년 시절부터 미술 교육을 정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음악 대학에 진학했다.) 딱 한 번, 17살 무렵 1950년대 파리의 입체파 화가 앙드레 로테의 제자였던 지역 추상파 화가 케네스 캠블에게 몇 달간 고전 유화 수업을 들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렇지만, 어릴 적 아주 잠깐 전문 뮤지션이나 동식물 연구자를 꿈꿨을 때를 제외하고 항상 그래픽 아티스트를 꿈꿔왔다고 한다.


마음속에 항상 그래픽 아티스트를 꿈을 품어왔던 그는 계속 시도하고 시도하는 사람이었다. 정식 회화에 대한 상식을 이해할 때도 책 또는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본 것들을 따라하고 시도하면서 익혔다고 한다. 어떠한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시도하고 실수도 하며 나의 결점을 알며 그를 메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그는 중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자신만의 개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보다 먼저 시도하고 이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존경할 점이 많은 작가라 생각했다.

 

 

 

이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을까. (맥스 달튼의 전시 관람 포인트)


 

총 5부로 구성된 전시를 그저 보기에는 아쉬워 도슨트 관람을 함께 했다. 그리고, 맥스 달튼 만이 가진 작품 스타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공간을 반으로 잘라 다른 시간 속에 놓인 인물들을 하나의 시간 속에 압축해서 묘사하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공간이 반으로 잘라져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테면, 2부, ‘아멜리 풀랭의 멋진 운명’이 그렇다. 영화 ‘아멜리에(Amelie Of Montmartre)’를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영화의 명장면 또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장면 하나하나를 아파트 내 하나의 방으로 구성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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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아멜리 풀랭의 멋진 운명’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은 알 수 있다. 작품만 보고도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가 연상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세심하게 장면들을 구사해내려면 영화를 몇 번이고 보아야했을 것이다. 혹은, 한 번의 감상 만으로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를 아는 아이디어를 가져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창의적이고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획기적인 발상은 작품 ‘내일은 없다’에서도 드러난다. 이 작품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모티프로 했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에피소드는 특정 시간대에 갇히거나 반복되는 시간인데 이것을 ‘보드게임’으로 표현해냈다. 보드게임을 보면, 빨간색으로 ‘GO BACK TO START(시작으로 돌아가라)’ 칠해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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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일은 없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굉장히 놀라워 눈이 번쩍 뜨게 된 기억이 있다. 보드게임으로 구성했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놀랐고 실제로 사용했을 때 기막히게 빨간색에 가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또 놀랐기 때문이다. 전시 한 공간에는 실제 보드게임을 주사위와 배치해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작품을 꼭 감상하길 바란다.


한편, 일렬로 배치된 작품에 맥스 달튼이 숨겨놓은 의도를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이를테면, 1부, ‘에피소드 4-6’이 그렇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4-6’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영화 속 등장인물 모두가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맥스 달튼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을 시간과 밀도에 상관없이 하나의 공간 안에 그렸다. 영화 속 인물의 비중이나 중요도 등과 같은 여부에 영향 받지 않은 채 말이다. 종종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서 기억조차 되지 않은 채 지워지는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세심함 속에서 필자는 잠시 작가의 따뜻함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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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에피소드 4-6'

 

 

이어 작품에서 또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같은 인물이 다른 상태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작품에 있는 가장 작게 그려진 ‘요다’를 보자. 그리고, 중간 즈음 그려진 ‘요다’와 맨 오른쪽 아래 그려진 영혼 모습의 ‘요다’를 다시 보자. 영화 속 이야기 흐름에 따라 같은 인물이라도 다른 상태로 그려놓은 맥스 달튼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한편, 더욱 놀라운 점이 있었다. 작가의 집요하고도 세심한 점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점이 그렇다. 앞서 설명했던 일렬로 등장인물을 배치한 작품에서 특히,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오른쪽에 배치된 인물들의 표정에 남다른 신경을 썼다.


맥스 달튼은 주로 인물을 그릴 때 눈을 살포시 감은 표정을 자주 그린다고 한다. 그에 반해, 눈을 뜨고 있는 인물 중 ‘제로’라는 인물의 눈동자가 왼쪽으로 상당히 치우쳐 있다는 점이었다. 궁금증을 품고 오른쪽 바라보면, 제로가 사랑하는 ‘아가사’를 보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서도, 맥스 달튼은 영화 속 내용을 최대한 작품에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관찰 했는지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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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를 바라보는 '제로'를 표현

 

 

도슨트 설명에 따르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작품 양 옆에 배치된 18명의 인물 그림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이며, 등장인물의 배치 또한 작가가 지점 설정했다 한다. 종이 위에 과슈로 그린 작품들. 그리고, 작가가 배치한 작품 속 등장인물의 모습과 표정을 보면서 영화 속의 분위기와 작가의 깊은 의도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이어, 3부 공간에 관해 살펴볼 또 다른 점이 있다. 맥스 달튼의 취향을 저격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와 관련해서다. 이 전시에서 맥스 달튼 다음으로 웨스 앤더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맥스 달튼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영감이자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발견한 동질감에서였다.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오래되고 낡은 것 또는 시대에 의해 잊혀져버리는 것에 대한 울림, 그리고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해서 보는 이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 방식 등이 자신과 같았기 때문이다.


잊혀가는 것들.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것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그렇다. 핑크빛의 색으로 아련함과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은 공간 이곳저곳에 배치되어있다. 즉,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시간 속에서 표현한 것이다.


맥스 달튼은 색에 굉장히 집착하는 사람이며, 작품을 그릴 때나 그렇지 않을 때도 색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몰두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하루 중 시간, 빛의 온도 또는 주변의 색에 의해서 같은 물체의 색이라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색은 감정에도 영향을 주며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작품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색에 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살폈을 지 짐작하게 한다.


전시 공간에는 작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낮과 밤의 버전과 시간이 흘러 저물어가는 호텔의 모습을 노을이 지는 시간 때의 배경으로 그려낸 버전이 있다. 같은 호텔 속 다른 시간 때를 표현한 작품을 보다보면 감정 또한 작품에 따라 혹은 작품에 따라 감정이 변화됨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영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소개했는데 4부와 5부를 넘어가면 맥스 달튼의 새로운 시도, 동화나 음악을 볼 수 있다. 어린이 동화 일러스트를 그린 <외톨이 타자기>, <외톨이 공중전화기>와 대학을 졸업하고 뮤지션을 꿈꿨던 그가 좋아했던 뮤지션과 레트로한 취향이 가득 드러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앞서 언급한 동화는 맥스 달튼의 가치관과 생각이 깊이 묻어있다. 즉, 4부의 옛것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과 옛것이 현재와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는 따뜻한 이야기와 미술사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그려놓은 공간이 그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5부 공간에서도 돋보인다. 전설로 꼽혔던 여러 뮤지션 ‘비틀즈’, ‘밥 딜런’, ‘찰리 파커’ 등 80-90년대를 주름잡던 록 밴드와 재즈 뮤지션을 그린 작품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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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동화 <외톨이 타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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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작품 (위) 비틀즈 : 루프탑에서

(아래) 섹스 피스톨즈 : 네버 마인드 더 블럭스

 

 

이 공간들을 통해 맥스 달튼의 관심사와 가치관 등을 알 수 있었고, 특히 5부에서 음악과 미술이 접목되어 인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전시의 몰입도를 끝까지 이어가게 했다. 전시장 한 편에는 LP플레이어와 함께 레트로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전시 끝 무렵에는 ‘영화 취향 테스트’가 있다. 전시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영화 취향 혹은 서로의 영화 취향을 공유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당신은 영화 취향은 무엇인가?

 

 

 

맥스 달튼 전시를 통해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들


 

이번 전시에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작품과 함께 영화 OST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방법은 카메라 어플을 이용해 작품 옆 해설 아래 QR코드를 인식하면 된다. 아래 사진과 같다. 전시를 보면서 실제로 함께 들어보았는데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놓치지 말고 함께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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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해설(도슨트)은 평일(월~금)은 총 4회로 11시, 14시, 16시, 18시가 있고, 주말(토, 일)은 총 3회로 11시, 14시, 16시가 있다. 자세한 사항은 해당 홈페이지를 참고해보면 좋겠다.


주말에 방문했고 서울 강남에 위치한 지라 전시장 내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만큼 굉장히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고 싶다면, 영화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꼭 추천한다. 자신만의 인생 영화를 찾아보며 영화의 순간들을 함께 즐겨보기를 바란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 Max Dalton, Moments in Film -
 

일자 : 2021.04.16 ~ 2021.07.11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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