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기억하는 그만의 방법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글 입력 2021.05.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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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를 기억하는 그만의 방법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영화를 보던 그 순간을 향한 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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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남겨놓은 감상평을 읽는 기분



대학생 때, 공강시간이면 학교 도서관에서 잠깐씩 책을 읽었었다. 그러다 만난 한 시집이 있다. 김용택 시인의 <그대, 거침없는 사랑> 1992년 초판본이었다. 그 시집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시가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이따금 도서관 책들을 보고 있으면 일전에 대출한 사람들의 흔적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날, 그 시집 속에는 얇은 파란색 수성 사인펜으로 쓴, 99년에 대출을 했던 선배님의 감상들이 적혀있었다. 솔직하고 대담한 감상이었다. 그 낙서를 보고 화났던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해당 낙서의 내용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20년 전, 똑같이 이 시집을 읽은 누군가의 감상을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누군가 남겨놓은 감상평을 읽는 기분은 시공간을 넘어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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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역시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그리고 함께 전시를 다녀온 언니는 말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은 느낌이야."


그리고 맥스 달튼만의 방식은 글이 아니라, 자신이 본 영화의 순간들을 일러스트로 남기는 것이었다. 마치 그림일기처럼 말이다. 그렇게 남겨둔 그의 감상평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그의 일러스트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일러스트 전반에 깔려있는 감정은 '노스탤지어'였다.

 

그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일러스트가 유명해진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눈을 사로잡는 색감 그 이상으로, 그의 그림에는 과거 영화를 처음 마주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그것이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그 영화들을 향유했던 모든 관객들에게 영화를 마주한 첫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가장 흥미로웠던 감정의 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을 기억하는 일에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만약, 작품 자체가 좋은 추억이 아니었다면, 그 영화를 보던 지난 시절의 나에 대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지난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점점 더 크면서 느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것이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이번 전시 내에서는 이러한 노스탤지어를 더 불러일으키기 위해 OST를 사용한다. 전시 중간에 OST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파트가 있다. 그림 아래에 QR코드가 있고, 음원 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전시 측에서 제공한다. 전시 기획 자체가 공감각적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시도가 보여서 즐거운 관람 시간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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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화법을 만드는 일에 대하여



이 작품을 통해 '맥스 달튼'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전시를 보러 가니, 눈에 익숙한 일러스트들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몰랐어도 그의 작품들은 내게 꽤나 익숙한 것이었다. 아티스트로서 자신만의 화법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U자로 감은 눈, 부드러운 색감 조화, 앞으로도 그의 일러스트를 보면 그의 일러스트라고 알아볼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가 영화 일러스트를 그릴 때, 중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그의 일러스트 속 영화는 한 장면을 구현해내는 것보다, 하나의 캐릭터 또는 영화 속 등장하는 공간들을 위주로 구현해왔다.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도 그 영화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중점을 맞추거나, 그 영화 속 공간에 중점을 맞췄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한 캔버스에 담은 작품이나,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한 신작인 영화 '기생충'의 일러스트는 주요하게 등장하는 부잣집의 단면도 안에 캐릭터들이 각 방에 위치해있다. 이러한 영화 속 순간은 영화의 장면 그대로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맥스 달튼의 새로운 재해석하여 표현한 것이다. 단순한 재현을 위한 재현이 아니라, 영화 속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시도가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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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 중 하나였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는 영화 속 감성을 그대로 재현해냈고, 낮과 밤, 해 질 녘 등 영화 속에서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인 시간의 흐름을 일러스트 내에서도 표현했다.

 

또한, 작가들의 작업실이라는 테마로 각 작가들의 특징을 살려 일러스트화 한 작품들은 해당 작가들만의 개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 작가들은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맥스 달튼의 작품 속에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어떠한 것을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개성 있는 순간을 콕 잡아 그리는 그만의 화법이 매력적인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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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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