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

글 입력 2021.05.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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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을 감상하러 갔던 날은 어린이날이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전시를 보러 가기에 적합한 날이었다. 전시회의 표지나 예매처에 공개된 일러스트 작품들은 하나같이 알록달록한 귀여운 그림들이어서, 미술을 잘 모르는 나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미적인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는, 부담감이 덜해진 기대감이 기분 좋았다.


전시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가고 싶은 전시’인지에 대한 여부라고 생각한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은 그런 부분에서 아주 훌륭한 전시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귀여운 그림과 대부분의 대중들의 공감된 관심사인 영화를 합쳐, 한번 가보고 싶은 전시가 되었으니 말이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은 삼성역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만나볼 수 있다. 4월 16일에 시작한 전시는 7월 11일까지 운영되며, 공휴일에도 정상적으로 개관된다. 티켓의 가격은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이며, 만 36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이다.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에게는 8,000원이라는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제공한다.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0시부터 8시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 마감은 7시다.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휴관하니 관람에 유의하길 바란다. 전시는 전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며, 평일에는 4회, 주말에는 3회의 도슨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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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출과 진실의 완벽한 뒤섞임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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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대중적인 문화 예술이다. 유명한 작품을 전부 본 사람은 드물어도, 그중에서 한 편 정도는 대부분 본 적이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렇다. 맥스 달튼이 일러스트에 담아낸 <007 시리즈>, <스타워즈>를 비롯해서 전시의 포스터를 장식한 <그랜드 부다페스트>까지 본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고전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어서 무수히 많은 명작들을 놓친 사람이다. 제목은 알고 있지만, 본 적은 없는 작품들이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전시에 담긴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본 영화를 꼽는 게 빠를 정도이다. <이터널 선샤인>도, <티파니에서 아침을>도 본 적이 없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나올 수 있겠다. 모르는 영화 그림을 보러 가는 게 재밌냐고 말이다.


내 대답은 그렇다, 이다. 맥스 달튼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할 줄 안다. 본 적이 없어서 내용도 잘 모르는 영화의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무슨 내용인지 너무 너무 궁금해진다. 그건 내용을 아는 다른 영화의 일러스트를 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달튼이 그림 한 장에 영화를 어떻게 담아놓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튼이 그림 한 장에 영화를 담는 법은 정말 놀랍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의 핵심만을 쏙쏙 담는다. 맥스 달튼은 영화의 핵심 요소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캐치해낼 줄 알았고, 그걸 적절히 배치할 줄도 알았다. 주인공과 명대사를 배치한 포스터 형식도 있었고,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담아낸 보드게임 형식도 있었다. 어떤 형식의 그림이든 영화의 전체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걸 알고 나자 다른 일러스트들이 내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요소를 사용한 건지,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이 요소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한없이 궁금해하다 보면 종국에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집에 돌아가면 꼭 VOD를 구매해서 봐야지, 하고 제목을 찍어온 일러스트도 상당하다. 가장 먼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영화는 ‘아멜리 풀랭의 환상적 운명’이라는 원제를 가진 <아멜리에>였다.


전시 내내 그런 방법으로 맥스 달튼은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아는 영화면 아는 영화대로 공감을 했다. 맞아, 이 장면이 영화에 나왔지, 하면서 영화를 보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모르는 영화면 모르는 영화대로 상상력을 발휘했다. 주어진 재료인 제목과 일러스트만으로 내용을 짐작해보다가 이내 그 영화 한 번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림은 영상이나, 글과 같은 문화 예술과는 조금 다른 영역이다. 한 장이라는 분량에 함축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나에게는 그게 부담으로 느껴져서 그림과는 담을 쌓았는데, 오히려 달튼은 그 매력을 잘 살린 아티스트다. 영화의 함축된 내용을 담고, 그 절제된 정보의 공급으로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꽤나 힘들다. 재밌게 봤던 영화나 웹툰, 감명 깊게 들었던 노래를 아무리 열심히 소개해도 그걸 감상하게 만드는 건 어렵다는 걸 다들 알고 있을 거다. 근데 그걸 달튼이 해낸다.

 

 

 

나는 우리 중 누구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웨스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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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 크기를 증명하기 마련이다. 숨길 수 없는 세 가지 중 하나가 사랑, 그러니까 진심이라고 하지 않나.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기술력의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결과물을 보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차이는 있어도,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일러스트는 달튼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데 있어 좋은 수단이었던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일러스트들 앞에서 나는 달튼의 진심을 여과 없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인 웨스 앤더슨에 대한 애정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그린 일러스트가 전시의 메인 포스터로 쓰일 정도로 말이다. 맥스 달튼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아트북을 작업할 정도로 웨스 앤더슨의 영화 세계를 사랑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그린 그림들을 모아둔 섹션의 이름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이다. 노스탤지어는 고향 또는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그림과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노스탤지어는 참으로 신기한 것이다. 나는 그곳에 가본 적도, 그 시간을 살아본 것도 아닌데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었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미장센 속에서 느꼈던 노스탤지어는 그대로 그림에서도 나타난다. 어쩌면 맥스 달튼이, 그리고 내가 느꼈던 노스탤지어는 영화를 처음 봤던 그 감동의 시간들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닐까.


애정을 분명하게 드러낼 줄 안다는 건, 그 대상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맥스 달튼이 애정을 표현해낸 본인만의 방법은 내게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맥스의 고유한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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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인들에게 당당하게 추천해줄 만한 전시였다. 영화의 함축된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지만, 달튼 고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제외하고 달튼이 작업했던 그림이나, 동화와 같은 작품들이 풍성하게 전시를 채우고 있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지니를 통해 영화의 OST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한 서비스 중 하나였는데, 입장할 때 지니 음악 이용권을 주는데, 일러스트 소개 옆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이 이용권으로 해당 영화의 OST를 들어볼 수 있다. 한 곡이 재생되는 동안 그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매번 수동으로 OST를 재생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OST는 그림에 몰입하도록 도와주었다. 모르는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전시에 대한 정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영화의 명장면을 그린 일러스트가 독자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런데 막상 그림들을 마주하니 그런 의문이 사라졌다. 맥스 달튼이 고유의 매력으로 재탄생시킨 명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가 단 하나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꼭 관람해볼 것을 추천하는 전시다. 나는 순전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때문에 이 전시를 찾았는데, 그 영화를 제외하고도 많은 영화를 가슴에 담아 나왔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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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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