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토리얼리스트 맨 - 랜선 패션 선생님이 필요하세요?

글 입력 2021.05.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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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맨_띠지입체.jpg

 

 

 

“렛 미 인트로듀스 마이 셀프”


  

나의 의사는 배제된 채 철저히 부모님 픽으로 옷장에 걸려 있는 옷, ‘일관성, 통일성’이라는 명목 아래 학생들이 입는 교복.

 

두 가지를 이십 평생 입으니 옷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억눌려있던 욕구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니 갈망은 욕심이 되었고 20살, 그 검은 욕심이 폭발하다 못해 옷장엔 옷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 채 여러가지 옷을 마구잡이로 입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옷이 나를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스무살 새내기. 동아리, 아르바이트, 소개팅, 미팅 등 새로운 사람들에게 나를 표현할 일이 많았다. 옷이 나의 깊은 내면까지는 표현해주지 못하지만 관심사, 개성 등은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옷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뀌었다.

 

 

“좋은 비주얼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 스콧 슈만

 


<사토리얼리스트 맨>의 저자이자 ‘시대의 감성을 담아내는 예술가’로 불리는 스콧 슈만의 말이다. 그는 옷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쌍방향의 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취향’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던 적이 많지 않은가.

 

저자 스콧 슈만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그는 대학에서 의류상품학을 전공하고 뉴욕 패션계에서 일하다 길거리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거리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로그를 개설했다.

 

 

 

The Sartorialist, 첫 만남



스콧 슈만과 필자는 오래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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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토리얼리스트 블로그

 

 

위 사진은 아마 필자가 대학 새내기 때 구글링하다 보았을 것이다. 펑퍼짐한 바지에 넉넉한 품의 자켓. 소위 스키니진이 유행하던 당시에 필자에게는 충격적인 스타일링이었다. 사진 출처를 보니 한 블로그였고 이름은 ‘사토리얼리스트’였다.


 

사토리얼리스트(Sartorialist)

`재단사`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사토르(Sartor)에서 파생된 단어로, `자신의 개성을 고유한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를 의미한다.

 

 

필자와 ‘사토리얼리스트’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선생님 훈화말씀



책 <사토리얼리스트 맨>은 제목처럼 ‘남자의 아웃핏’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이 남자라는 의미일 뿐, ‘남성스러운’ 의상이 나온다는 말은 아니다. 남녀구분이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든 생각은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봤더라면...’이다. 그렇다면 아마 지금까지 쇼핑에 실패한 돈을 주식에라도...

 

책에는 우리의 랜선 패션 선생님 스콧 슈만의 인상적인 훈화 말씀 몇 가지가 있다.

 

 

1) 스프레차투라!

‘약간 헤롱헤롱한’.

 

저자는 해당 표현을 헤롱헤롱하다고 표현했지만, 그 뜻을 더 찾아보면 ‘무심한 듯 세심하게’다. 필자의 의견으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정도로 통용되고 있지 않을까.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 남자들은 패션 감각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애쓴 것’처럼 보이기는 원치 않는다고 한다. 오늘이 마치 기념일인 듯 풀세팅을 하기보다 약간의 ‘편안함’을 더해 본인만의 센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갈하게 다림질이 되어 있는 셔츠의 소매 단추를 몇개 풀어 헤친다던가, 각이 잘 세워진 수트에 투박한 부츠를 신는다. 셔츠의 다림질과 수트의 각보다는 단추를 몇 개 풀지, 수트에 어떤 부츠를 신을지 더 오래 고민했을 수도 있다.

 

이로써 본인만의 패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남의 스프레차투라를 베끼지 말라(남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의 모방은 무관심의 장벽보다 낫다)’.

 

 

2) 제복에 도전하라

‘제복’에 도전하라? 그럼 제복을 입지 않는 직업군을 어떡하란 말인가. 라는 반감과 동시에 본문을 읽고 아차!싶었다.

 

저자가 말하는 제복은 본인에게 맞는 색상과 실루엣을 간추린 다음, 해당 바운더리 내에서 다양한 변형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로써 나만의 ‘제복’이 완성! 언제 어디서 입어도 ‘멋있는’ 옷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콧 슈만은 덧붙인다.

 

‘핵심은 당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없애 나가면서 동시에 당신에게 잘 맞는 옷을 찾아내는 것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어본 후 소거법을 통해 나만의 ‘제복’만들기. 매년, 매순간 쇼핑을 할때마다 ‘나만의 제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제복은 ‘확실한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쇼핑으로 실패하는 확률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옷으로 나를 이미지화할 수 있다.

 

 

3) 우아하게 나이들기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페이스오버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주인공은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돈벌이에 치여 편안함을 추구하던 부모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주는 프로젝트다. 또한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 등이 미디어에 노출되며 나이와 꾸밈의 정도가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콧 슈만은 나이든 남자들은 지금도 본인에게 영감을 주고 젊은 세대에게도 역할 모델이 되어 주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나이든 남자’들은 유행을 많이 겪어 어느 시점에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며 누구도 패션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체형과 생활 방식에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를 알아내 더욱 멋진 스타일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취소하겠습니까?



YES.

 

책을 읽고 (또는 읽는 도중) 필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취소’다.

 

여느 때처럼 한 달에 한 번 있는 빅이슈인 쇼핑을 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주문을 눌렀다. 하지만 주문 리스트에는 스무 살 때의 관성 즉, 욕심으로 구매해버린 옷들이 가득했다. 즉, 필자에게 어울리지 않은, 나만의 ‘제복’에서 벗어난 옷들이 가득했다.

 

책 <사토리얼리스트 맨>은 ‘맨’이라는 제목과 무색하게 남녀 모두에게 자극을 준다. 나에게 맞는 안경 고르는 법, 옷의 세부 명칭, 다림질하는 법, 나만의 ‘제복’을 만드는 법까지.

 

랜선 패션 선생님이 따로 없다.

 

“사토리얼리스트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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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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