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토리얼리스트 맨 [도서]

글 입력 2021.05.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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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을 거치면서 내 인생은 크게 달라졌다. 나는 패션에 패는커녕 ㅍ에도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패션을 좋아하게 됐고, 지금은 그 분야로의 취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대략 10년 정도 패션을 사랑하며 살았으나 나만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맹목적으로 유행만 따라가거나 무턱대고 특이한 옷만 사며 보낸 시절이 절반을 넘어간다. 옷장에 쌓이기만 하고 입지는 않는 옷의 무덤을 보고 나서야 나만의 스타일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나만의 스타일이라는 게 나한테 어울리는 옷은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울리는 옷만 나만의 스타일은 아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과 내가 좋아하는 옷이 함께 있을 때 나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 다소 문제가 되는 점은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알려면 공부가 좀 필요하다는 것이다.

 

 


How To Be Sa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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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로망은 슈트라는 말이 있다. 남자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최상의 도구인 슈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은 테일러 슈트, 맞춤 정장이다. 테일러 샵에서 재단사의 손을 통해 만들어지는 테일러 슈트는 오직 나만을 위한 정장이다. 내 몸에 가장 잘 맞다. 내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낸다. 내가 가진 매력을 그 어떤 옷보다 잘 보여줄 수 있다. 테일러 샵에서 맞춤으로 제작한 옷이라고 하면 더 있어 보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로망을 갖게 되는 이유이자 테일러 슈트가 가진 매력은 ‘나에게만 맞추어진 옷’이라는 점이다. 테일러 샵에 가면 원단부터 시작해서 구성, 실루엣, 디테일 등 여러 가지를 선택하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치수’다. 내 몸에 안 맞으면 아무리 멋있게 만들어 봐야 그 매력을 반도 못 보여준다. 재단사가 치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디자인에 잘 반영할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슈트뿐만 아니라 우리가 입는 모든 옷과 스타일에는 이 치수라는 녀석이 매우 중요하다.


스타일에 있어 치수는 공식과 계산, 측정으로 숫자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름의 치수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치수를 측정하는 표준화 된 기준은 없다. 저마다 자신만의 치수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오롯이 개인의 경험에 의존해야 한다. 이 옷 저 옷 손에 잡히는 대로 입어봐야 한다. 같은 옷도 매번 다른 옷과 함께 입어봐야 한다. 어떤 날에는 귀걸이를 차고 다른 날에는 팔찌를 차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쌓인 경험은 나만의 스타일을 위한 치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치수를 만드는 거름이 될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패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집에서 식물을 키울 때도 어떤 흙을 써야 하는지, 물 빠짐이 좋아야 하는지, 물을 주는 주기는 어느 정도인지 따위를 모른 채 덮어놓고 식물부터 사 오면 다음 날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게 아니라 싸늘한 주검이 되어 크루아상 마냥 바삭한 식감으로 작살나는 식물을 볼 수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이런 최소한 지식 없이 경험만 쌓으면 고생할 일이 더 많다.


‘더 사토리얼리스트 맨’이라는 제목답게 이 책은 남자의 옷에 집중한다. 전문서적이 아니면 보기 힘든 옷에 대한 정보도 상당히 잘 담겨있다. 내가 처음 옷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자주 맞닥뜨린 문제는 옷의 종류나 부위 이름을 모르는 데서 왔다. 옷을 찾고 싶어도 뭐라 부르는지 몰라서 찾지를 못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면 항상 ‘~커프스 셔츠’, ‘~라인 셔츠’ 따위의 이름이 붙어있는데 커프스가 뭔지 모르니 그냥 외계어였다. 옷을 공부하면서 그런 기초 지식은 꽤 잘 알게 됐지만, 다림질이나 제대로 된 관리법을 알게 된 건 이 책을 읽고 나서다. 그전까지 사 놓고 그냥 내버려뒀다. 덕분에 버린 옷도 꽤 된다. 실수하고 고생하는 것보다 하기 전에 고생해서 실수를 막는 게 훨씬 이득이다.

 

 

 

How Long To Be Satorial



사토리얼리스트의 운영자인 스콧 슈만은 나이가 들어도 시크한 스타일을 잃지 않는 남자들을 많이 본다고 말한다. 나도 이따금 중년의 멋을 마음껏 뿜어내는 분들을 길에서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옷 잘 입는 내 또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멋이 느껴진다.

 

단순히 나이만 먹는 게 아닌 연륜으로 쌓여 온 그 시간에서 우러나는 깊고 진한 멋이다. 감히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멋이 아니다. 이 멋이 내가 패션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동기이자 이 발걸음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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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슈만은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했으나 내 경험에 빗대어 말하자면 그 반대다. 나이가 들수록 꾸미는 게 귀찮고 번거로워서 무조건 편한 옷부터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들은 나에게 무얼 그리 애를 써서 꾸미냐고, 나중에는 다 귀찮아진다며 다른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고 말할 때도 있다. 입었을 때 편한 옷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은 존중한다. 내가 나를 꾸미고 가꾸는 게 즐겁듯이 그들에게는 다른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걸 그들도 좋아할 의무도 없다. 해서 나는 그들 또한 존중한다.


그들에게서 나오는 잔소리는 무시한다. 내가 그들을 존중하듯 그들도 나를 존중해야 하기에 그 사람들의 말을 따를 이유도 없다. 나한테는 내 외모를 꾸미고, 패션을 공부하고, 다양한 모습을 시도해 보는 게 곧 생산적인 일이다. 훗날 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나는 가능한 한 오래 이런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못해도 60살까지 이렇게 살고 싶다.


10대에는 사춘기 시절의 청소년처럼 이런저런 스타일을 아무렇게나 시도하면서 혼란스럽게 보냈다. 그게 그 나이의 내가 가진 매력이었다. 20대 초반에는 트랜드를 쫓아가면서 거기에 나만의 방식을 조금 더하며 살아왔다. 어린 나이에서 젊은 나이의 시작으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내 매력은 그러했다. 20대 중반인 지금은 트랜드보다는 나만의 개성을 조화롭게 풀어내는 것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과하지 않게 절제된 모습으로 은근한 개성을 표출하는 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그게 지금의 내 매력이다.


10대와 20대 초반, 그리고 지금의 내 매력이 달랐듯이 30대와 40대의 내 매력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매력은 조금씩 변할 것이다. 누군가는 평생 젊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기도 한다. 그게 그 사람의 매력이다. 나는 그 부류는 아니다. 그저 세월을 받아들이면서 그 나이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내 매력을 찾아가며 살고 싶다.

 

 

 

Just Satorial



나를 알아가면서 가꾸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꾸미는 일은 분명 즐겁다. 즐거운 일임은 분명하다. 해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내가 한다고 해서 모두가 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고 싶어서 했기에 지금의 이런 일들이 즐겁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남에게 이를 강요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그저 나는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걸 시도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뿐이다. 해보고 난 후에 별다른 재미를 못 느껴 그만두는 건 괜찮다. 내가 이번 생에 가진 즐거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추려낼 수 있다. 해보지도 않고 짐작으로 포기하는 건 관두길 바란다. 재미가 없을 것이라 짐작하고 저 멀리 치운 일이 내가 허락된 즐거움 중에 하나라면 그건 즐거움의 하나를 억울하게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에서 즐거움마저 하나 잃어버리면 삶이 꽤 팍팍해진다.


세상에는 즐거운 게 많다. 그중에 내가 가진 즐거움도 분명 있다. 다만 그 즐거움들은 아무렇게나 널려 있기에 우리가 직접 하나하나 확인해서 골라내야 된다. 그중에 나를 꾸미는 일, 패션도 있을지 모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혹시 모를 그 즐거움을 한 번 확인이나 해 보라고 넌지시 권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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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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