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또한 그들을 위한 해피엔딩이라 생각되는 영화, 결혼 이야기 [영화]

글 입력 2021.05.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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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된 후로는 누구보다 서로가 서로를 제일 잘 알고 있다 생각하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 지탱해 주고 극복해나가자 말한다. 그렇게 평범하면서도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자신들에게 ‘이혼'은 굉장히 먼 단어라 생각한다. 요즘은 많은 이들이 이혼을 결심한다 해도 그 경우의 수를 나에게서는 빼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여태 남이었던 둘이 지금껏 각자 지켜왔던 삶의 패턴들을 함께 이해하며 맞춰나가고 존중해 주는 것이기에 연인이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기에 이혼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며 감정이 격해질 때면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도록 틈새를 노리며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생각한다.

 

 

 

그들은 행복했고 서로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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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 팔 힘이 좋아서 병뚜껑도 가뿐히 따는데 얼마나 섹시한지 모른다. 영화 ‘올 오버 더 걸’을 찍고 LA에 남아 스타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 포기하고 나랑 뉴욕에서 연극을 했다. 니콜은 용감하다. 춤도 잘 추고 춤에 꽝인 나도 따라 추고 싶어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다.

니콜 : 찰리의 매력은 굴하지 않는 성격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떤 실패를 하든 자기 뜻을 꺾지 않는다. 내 감정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져 주거나 폭발했다고 자괴감을 주지 않는다. 아빠 노릇을 즐긴다.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는 아이의 생떼나 밤에 깨는 것도 좋아한다. 찰리는 거침이 없다.

 

- 영화 시작 부분

 

 

영화 ‘결혼 이야기’ 포스터 속 주인공들을 보면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듯 단란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서로에 대한 좋은 점만 나열하며 그에 맞게 그들이 각자의 하루하루들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이는데,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그들의 장점을 들려주었다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스러운 그들의 이야기는 10분 가량만 보여줄 뿐 곧바로 이혼 절차를 밟는 과정이 나오게 된다.

 

아내 니콜은 결혼 전 반짝 떠오르는 스타로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던 배우였고 그 당시 남편 찰리는 아직 연출가로서 큰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할 때였다. 둘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기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후 니콜은 자신의 배우로서의 꿈보단 찰리가 우선이었기에 그가 맡은 극단이 떠오를 수 있게 앞장서서 끝없는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찰리가 한 단계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갈 수 있게끔 단단히 지탱해 주었는데, 그녀는 그렇게 하는 과정 또한 사랑하는 그를 위하는 길이므로 자신도 행복하다 믿지만 점차 깨닫는다.

 

그를 누구보다 위해주었지만 결국 그녀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혼란스러우면서도 이젠 받는 것에, 이기적인 태도를 유지하기에 익숙한 그는 정말로 그녀의 내면 깊숙한 부분을 존중해 준 적이 있을까 생각한다.

 

 

 

이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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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질문이 많다는 건 호기심이 많다는 것도 있지만 끝도 없이 의문이 생기기에 이것저것 생각해 보고 고민을 많이 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늘 상 사소한 것부터 물음표를 달며 살아가면서  특히나 행복과 사람 간의 관계, 존재의 이유 그리고 결혼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나의 오랜 꿈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범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것이었기에, 결혼 하고 나서의 순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여태껏 이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혼이란 단어는 생소하기보단 그런 결과가 오지 않도록 피하고 싶고 내겐 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에 슬프게만 다가왔었다.

 

하지만 영화 속 그들의 이혼은 내가 지금껏 바라보았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서로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화가 나있고, 아님 누군가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여전히 사랑하는 듯 보인다. 초반엔 이혼 준비 전과 같이 서로를 대해주었기에 이혼과는 너무 멀어 보일 정도였다.

 

그들은 사랑하지 않기에 헤어지기보단 한쪽이 너무 아낌없이 줬기에 메말라갔고 꾸준한 사랑을 받던 한쪽은 아직 어리벙벙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일 뿐이다. 그렇기에 수월한 듯 수월하지 않은 묘한 기운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맴돈다.

 

 

 

누구나 평범한 가정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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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지만 이혼 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그들도 처음엔 감정적이기보단 이성적으로 편하게 준비하자 생각하지만, 양육권 문제가 들어가니 여느 부부와 다를 것 없이 순식간에 이성을 놓아버리게 된다. 그들은 더 나은 그들의 삶을 위해 ‘이혼’을 택한 것이다.

 

사실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건 '아이'를 위한 것이 될 수도 있고, '나'를 위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성격차이 혹은 가정 형편이 될 수도 있으며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뒀느냐로 결정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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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이혼을 준비하고 있지만 가끔씩 만나 축하할 일이 생기면 여전히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해 주고 존중해 준다. 그래서 그럴까 그 와중에도 찰리는 아직 자신의 이혼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니콜은 지금껏 찰리를 위해 살아왔기에 이제는 자신의 삶을 찾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하다. 사랑하지 않아 헤어지기보단 더 복잡 미묘하게 자신이 말라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찰리는 지금껏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로서 그녀를 봐주지 않았고 니콜은 늘 그를 위해 그저 뒷바라지를 해줄 뿐이었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결혼한 순간 곧바로 행복한 가정으로 유지되길 바라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가정은 굉장한 행운이다. 단란한 가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가족들끼리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배려가 필요하다. 모두의 노력으로 이어져 평범함이란 결실을 맺는 것이다. 하지만 한쪽의 희생만으론 이어 갈 수 없는 순간들이 많기에 어느샌가 열심히 맞춰가던 퍼즐들이 자꾸만 엇갈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태 모르는 것 투성이였던 자신을 인정하기 힘든 남편이자 아빠인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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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게끔 가르치고 이끌고 싶지만, 아이는 그게 싫다. 틀에 있는 것이 싫은 아들 헨리는, 바쁜 아빠와의 시간보단 밖에서 보물 찾기를 하며 자신을 풀어놓는 자유로운 엄마와의 시간이 더 좋다. 이혼을 준비하면서 찰리와 니콜은 서로 요일을 나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 시간 동안 찰리는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인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을 받는다.

   

할로윈 때마저도 아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프랑켄슈타인 할로윈 복을 준비했지만 헨리는 닌자 옷이 더 좋다 말한다. 그렇기에 ‘도나가 들인 시간과 재룟값을 생각해 봐. 그거 고생해서 만들었어.’라며 자신의 의견을 끼워 맞추고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도록 말하는데 어쩌면 니콜에게도 늘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그래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찰리에겐 이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나 벅차고 기막히다 생각되면서 아내가 자신을 엿 먹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점차 화가나자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하고 고집부리고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의 미래인 연극단만 생각한다. 그런 모습들이 눈썹을 찌푸리게 하고 왜 아내가 이혼하고 싶어 한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끔 한다.

 

 

 

진심이 아닌 말들을 와르르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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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 (이성적으로) 그러니까 당신이 원하면 약속이고 니콜이 원하면 상의예요?
 
찰리 : (화를 내며)제가 무슨 범죄지가 된 느낌이네요!
 

 

찰리는 여전히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아들과 아내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을 아직 인정하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찰리는 그냥 아빠 노릇 행세를 하고 싶었고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강한 걸까? 그냥 알아주기만 하면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자신이 공들여 쌓아온 탑들이 단단해지고 견고해졌기에 더더욱 아내가 아닌 일에 집중하게 되었고 스스로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거겠지 싶지만 그것조차 참 씁쓸한 변명이다.

 

그는 아내가 없으니 어수룩해지고 어딘가 부족해진 모습을 보이는데 그에게 니콜은 너무나 익숙했고 자신의 일부와도 같게 생각한 것 같다.

 

 
니콜 : 난 당신 아내였는데, 내 행복에도 신경 썼어야지.

찰리 : 당신도 행복했잖아! 괜히 이제 와서 불평하는 거지.
 
니콜 :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남 생각은 안 하잖아! 당신은 이기적인 데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 당신이 이기적인지도 모르고 있어!
 

 

둘이 싸울 때 서로의 입모양과 표정 그리고 감정선을 보여주는 카메라 구도로 인해 그들의 대화와 싸움에 더 집중하게 된다. 끝도 없이 서로를 향해 마음에도 없는 말까지 끌어모아 쏟아내는데 결국 찰리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 못하고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퍼붓는다. 그리곤 자신의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이처럼 펑펑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렇게나 커다란 사람이 손으로 귀를 막으며 주저앉아 슬퍼하며 “미안해.”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안타까웠다. 나조차 그들의 현재를 부정하고 싶을 정도였다.

 
서로를 향해 끝도 없이 쏘아대며 밑바닥까지 보여준 그들이지만, 또한 서로를 위로해주며 보듬어줄 수 있는 것도 그들이기에 끝부분에선 그저 말없이 껴안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다시 그들이 함께 살고 부둥켜 앉는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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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혼자는 혼자일 뿐, 살아가는 게 아니야. 넘치는 사랑을 주는 사람, 관심을 요구하는 사람, 내가 이겨나가게 해주는 사람, 난 늘 그 자리에 있을 거야 너만큼 겁은 나지만 같이 살아가야지. 살아가자 살아가자 살아가자.

 

- 영화 끝자락에서 니콜을 떠올리며 부르는 그의 노래

 

 

니콜은 자신을 존중해 주지 않는 찰리로 인해 힘겨웠고 그녀가 하는 말에 귀담아듣고 계속 바라왔던 약속을 지켜주었으면 했을 뿐이다.  찰리도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역할을 해왔다 생각했겠지만 그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했고 아내보단 극단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앞섰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늘 헌신적이었던 아내에게 받는 것이 더 익숙해졌고 이혼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처음엔 담백하고 편안하게 서로를 존중해 주자며 깔끔하게 끝내려는 마음이었겠지만 이혼을 준비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선 날카로워지고 이성적이지 못하므로 하고 싶지 않았던 말까지 퍼붓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를 자책하게 된다. 아들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싶음은 같지만 오만가지 생각과 쉽사리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찰리에겐 더더욱 힘겨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최선을 다했던 니콜에겐 모든 순간이 애증이었다.

 
둘은 서로를 굉장히 사랑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그들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게 힘들었을 것이고 사고 자체의 간격이 점점 멀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결말도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이혼했어도 둘은 누구보다 가깝고도 먼 사이로서 날 선 모습이 아닌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서로에 대해 썼던 글을 읽어보며 니콜이 소중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들은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끝자락을 보면서 이혼 후에 서로의 선을 지키며 아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말이 참 뭉클했고 그래도 현실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담아낸 것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반대로 이혼 후에도 이런 관계가 될 수 있는 부부가 또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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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결국 둘은 맞지 않는 퍼즐이었을까. 아님 딱 맞았음에도 접착제가 부족해 떨어져 버렸던 것일까. 작은 위기가 찾아오면 금세 관계에 금이 그어지듯 결국 접착제가 없으면 딱 맞는 퍼즐도 고정되지 못한 채 쉽사리 떨어지게 되는데 이들도 그런 것일까 생각되며 안타까웠지만 영화를 다 본 후에는 그래도 이 또한 그들만의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된다.

 

영화는 이혼을 마침표를 맺는 이별이 아닌 하나의 선택지로서 선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바라보지만  그 속에서 그들의 진심어린 감정, 복잡하고도 깊숙한 내면의 이야기, 변화하는 모습들을 하나하나 몰입할 수 있게끔 진중하게 표현해주었다.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놓친 건 무엇인지, 지금 서로를 위한 길이 무엇일지 이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모든 뒤엉킨 감정들을 깨닫고 흘러가는 시간에 맞게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주었기에 결말이 너무나 따뜻했던 영화라 생각한다.

 

 

나는 그를 평생 사랑할 것이다. 이제 말이 안 되긴 하지만.

 

- 니콜이 쓴 찰리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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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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