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의 일상은 아름답다 - 마르첼로 바렌기展

글 입력 2021.05.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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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대원 뮤지엄 팝콘 D스퀘어에서는 지난 4월 24일부터 오는 8월 22일까지 마르첼로 바렌기의 <마르첼로 바렌기展 - “IT’S LIFE”>를 전시한다.

 

마르첼로 바렌기는 세계적인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직장을 다니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직장을 그만둔 후,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그림 영상을 계기로 자신의 그림 작업 과정을 업로드하고 있다. 현재 마르첼로 바렌기는 구독자 수만 261만 명, 누적 조회 수는 3억 8천만 뷰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극 사실주의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마르첼로 바렌기는 과일, 과자 포장지, 선글라스, 만화 캐릭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활용하여 극사실주의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실제 사물이나 사진을 보는 듯한 현실감과 몰입감을 안겨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페인팅, 드로잉, 카툰 등 약 100점에 달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바렌기만의 독특한 작품 철학과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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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당신은 냉장고에 있는 케첩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세히 본 적이 있나요?”

 

 

하이퍼 리얼리즘, 일명 극 사실주의는 196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현대 미술의 한 종류다. 19세기 전만 하더라도 그림은 현실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사진이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가 등장하면서 그림은 위기를 맞이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사진의 리얼리티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그림의 역사는 사진에 맞서 그림의 지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두 개의 미술 경향이 대두되었다. 하나는 바로 ‘표현주의’다. 인상파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표현주의는 원근법이나 명암 등을 활용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데 충실하던 기존의 미술사조에서 벗어나 작가의 주관과 해석을 담아 대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훗날 입체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등 개성적이고 도전적인 화풍들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현대 미술의 한 갈래를 형성하였다.

 

한편 다른 한쪽엔 사실주의가 있었다. 이들은 작가의 개성이나 주관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하는데 보다 중점을 주었다. 이러한 사실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탄생한 극 사실주의는 단순히 현실을 베껴 그리는 것을 넘어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극도의 실재감을 안겨주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구도까지 그대로 담아내어 대상에 대한 작가의 주관을 나름대로 전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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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바렌기의 그림들은 이러한 극 사실주의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위의 그림들은 각각 <빈 감자칩 봉투>, < m&m 봉지 >라는 제목의 작품들이다. 각각의 그림 오른쪽에는 바렌기가 그림을 그릴 때 모델로 참고했던 실제 대상들이 담겨 있다. 이 대상을 왼쪽의 그림과 비교하면 무엇이 그림이고, 무잇이 실제 사물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렌기의 작품들은 상당한 실재감을 자랑한다. 가령 <빈 감자칩 봉투>만 하더라도 봉투 끝의 주름, 빛에 반사된 포장지의 표면, 구겨진 부분의 명암, 그림자 등까지 세세하게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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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그림은 <상어>라는 작품이다. 해당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느러미에 난 상처, 근육의 단면과 질감, 빛이 닿지 않는 부분의 명암까지 사실에 가깝게 재현해냈다. 또한 주변 배경이 되는 바다의 색깔도 감상자의 시선을 고려해 상어 주변은 밝게, 반대로 상어에서 멀어질수록 어둡게 표현하며 실제 바다 속을 헤엄치는 상어를 눈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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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골드바>와 <거울 속 자화상>이라는 작품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을 그릴 때 소품뿐만 아니라 소품에 비친 작가의 얼굴까지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가령 <골드바>를 보면 금괴 하단에 작가의 얼굴이 비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비치는 작가의 얼굴은 골드바의 볼록한 표면과 질감에 의해 왜곡되어 있어 실제 골드바를 걸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거울 속 자화상>에서도 거울에 비친 작가의 얼굴과 창문 등을 엿볼 수 있는데 이때 거울 표면에 남겨진 누군가의 지문은 이것이 그림이 아닌 실제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기묘한 충격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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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만화 캐릭터를 그린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다. 위의 그림은 영화 <코코>의 주인공인 미구엘과 헥터를 그린 작품이다. 해당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살아있는 사람인 미구엘의 피부와 죽은 사람인 헥터의 뼈를 서로 다른 질감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헥터가 쓴 밀짚모자의 표면, 인물들의 머리카락, 그림자와 명암 표현 등의 디테일을 세세하게 살려냄으로써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번 전해준다.

 

 

“아무리 재미없는 물체라도

그만의 장점은 있다.”

 

 

“모든 사물은 각자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있다.

아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일상의 사물을 표현할 때 그 순수함에 매료된다.”

 

 

한편 극 사실주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충실하느라 표현주의에 비해 작가의 주관이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집착하는 행위는 사실상 베껴 그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종종 받는다.

 

하지만 바렌기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극 사실주의를 변론하고 그것이 지닌 의의를 설명한다. 단순히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극 사실주의 작품을 하나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대상을 한 곳에서 끊임없이 바라보고 분석하며 대상의 모양, 색깔, 질감, 명암, 주변의 분위기까지 담아내기에 노력한다. 만약 대상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빛의 방향이 틀어진다면 대상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예민한 작업이기도 하다. 예술적 테크닉은 감히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극 사실주의 이면에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그러한 수고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르첼로 바렌기는 그러한 자신의 애정을 주변 사물, 우리의 일상에 투영한다. “이봐요, 당신은 냉장고에 있는 케첩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세히 본 적이 있나요?”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마르첼로 바렌기는 주변의 사물을 그리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심코 넘겨 짚었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바로 이것이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빈 코카콜라병, 바나나 껍질, 과자 봉투 등이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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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그의 예술적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있다. 바로 이번 전시의 (사실상)마지막 공간이다. 장막을 걷으면 정사각형 방 안에 놓인 거대한 아이언맨 그림이 당신을 맞이한다. 아이언맨을 둘러싼 벽면에는 세 점의 그림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아마도 당신은 그 규모와 리얼함에 압도될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주변을 봐야한다.

 

“내 작업의 목표는 보는 이의 감각기관을 교란하는 것이다.” 마르첼로 바렌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앞서 보았던 수많은 그림들을 통해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그림인지 헷갈리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이제 그림을 넘어 공간 전체로 확대된다.

 

아이언맨 주변에는 크고 작은 프레임들이 놓여 있다. 아이언맨 뿐만 아니라 주변의 그림들에도 프레임들은 존재한다. 이 프레임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을 가둔 상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기다란 복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프레임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이 전시실은 ‘ㅁ’ 모양이 아니라 ‘+’ 모양을 띠고 있다.

 

이제 마르첼로 바렌기는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이 걸린 공간까지 예술화한다. 그리고 예술 안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공간에 걸린 그림들은 계란 프라이, 보드카, 초콜릿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예술의 공간 안에 놓인 일상 속 사물들과 그 속을 돌아다니는 우리들. 이를 통해 바렌기는 우리의 모든 일상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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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정말 재미있는 전시였다. 그냥 그림만 보고 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만약 해당 전시가 궁금하다면, 혹은 마르첼로 바렌기의 더 많은 작품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그의 유튜브 채널을 미리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만약 그의 유튜브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림과 미술은 잘 몰라도 전시에는 가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번 <마르첼로 바렌기展 - “IT’S LIFE”>를 추천한다. 여러분의 지루한 일상에 신선한 바람을 안겨줄 수 있으리라 감히 확신한다. 참고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2일까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대원 뮤지엄 팝콘 D스퀘어에서 볼 수 있다.

 

PS. 대원 뮤지엄 팝콘 D스퀘어는 용산 아이파크몰 6층에 있다. 다만 초행길이라면 전시장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고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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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바렌기展

- IT’S LIFE -

 

 

일자 : 2021.04.24 ~ 2021.08.22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장소

용산 아이파크몰 팝콘D스퀘어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기획

메이드인뷰 주식회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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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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