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할 말 많은 '지그재그'와 '윤여정'이라는 요약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5.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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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하던 날들과 ‘지그재그(ZIGZAG)’의 탄생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과 함께 자랐다. 컴퓨터 즐겨 찾기 목록에 온갖 쇼핑몰을 저장해 두고, 더 예쁜 옷을 더 싸게 사기 위해 쇼핑몰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직접 검색하고 직접 비교하는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은 날이 갈수록 많아졌고, 사이트를 들락날락, 왔다 갔다, 지그재그를 반복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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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앱 화면 (직접 캡쳐)

 


‘지그재그(ZIGZAG)’는 혜성처럼 나타나 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지그재그’는 수많은 의류 쇼핑몰을 한데 모았다. 공부하듯이 찾고 알아두고 기억할 필요도 없어졌고, 또다시 새로운 곳을 찾기 위해 검색의 여정을 떠나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연령대별로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을 순위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개별 쇼핑몰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키워드 화하여 소비자가 그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지그재그’는 옷을 탐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여 줬다. 통합 검색 기능-메타 검색-을 이용해 좀 더 세밀하고 개별적인 검색이 가능해졌다. 예전엔 원하는 옷의 특징이 명확하더라도 구체적인 검색이 불가능했다. 모든 쇼핑몰을 일일이 방문해서 원하는 옷을 찾아내야 했지만, 이제는 ‘라운드 넥’이나 ‘반팔 니트’처럼 직접적인 검색어를 통해 여러 쇼핑몰의 옷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성장,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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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홈페이지

 

 

‘지그재그’는 크로키닷컴이 2015년에 출범해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1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지난 해 7월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고 한다. 합병 법인이 카카오커머스의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듯이, 매월 사용자는 340만 명이며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3,000만에 이른다. 10대와 20대 초반의 연령층의 이용률이 높아 ‘요즘 애들’이 쓰는 앱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 연령층이 분명하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느 면에선 한계가 되기도 한다. 특정 연령대가 공감할 만한 소구 포인트가 있다는 뜻은 그 외의 연령대에선 어필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을 15초 안에 하려면


 

 

 

그래서인지 얼마 전 온에어된 ‘지그재그’ 광고엔 할 말이 가득하다.

 

 

1. 입고 싶은 옷이 있으면 마음껏 사라

2. 마음은 원래 왔다 갔다 하는 거다

3. 인생은 마음대로 사는 거니까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당연하다고 말하며 쇼핑 앱으로서 가치를 부여하고(1),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이용해 ‘지그재그’라는 이름을 알렸다(2). 나아가 이 메시지는 인생에 관한 교훈으로 맺어진다(3).

 

이렇게 메시지가 단계적일 때 중의적인 의미를 활용하면 한 끗 차이로 중언부언이 되지만, 이번 광고는 단계를 쌓아가기 위한 핵심 내용을 ‘왔다 갔다’, ‘사다’라는 단어에 집중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보편 서사 속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옷, 쇼핑, 소비라는 관점을 넘어 이에 관여하는 모든 ‘선택’이 인생의 ‘선택’과 닿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카피에 담긴 자기 취향과 주체성에 관한 메시지가 MZ세대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실상 ‘나만의 것’을 추구하려는 소망은 인간이라면 추구하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2030의 관심까지 아우르며 이용 연령층의 확장을 기대하게 했다.

 

 

 

윤여정이라는 모델의 힘


 

특정 브랜드가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차근차근히 쌓이며 형성되기 때문에, 이미 누적된 것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지그재그’는 이번 광고로 쉽지 않은 그 일을 해냈다. 거기엔 윤여정이라는 모델의 힘이 컸다.

 

그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준 삶의 태도와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광고에 입혔다. 카피로, 비주얼로, ‘지그재그’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윤여정 배우의 이미지를 입었다. 또한 배우가 지금까지 해왔던 ‘어록’의 맥락에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윤여정 배우 한 명이 이 모든 과정을 요약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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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십오야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빅모델 전략’은 전통적인 광고 전략 중 하나로, 매력 있고 이미지가 좋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전략이다.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장받지만 이유 없이 이 전략을 쓰면 오히려 광고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모델만 기억하고 브랜드나 광고 내용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그재그’는 이유 없는 빅모델 전략 대신, 이유 있는 윤여정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번 광고는 윤여정 배우가 단순히 유명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윤여정이라는 사람이 그 광고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 윤여정 배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고 싶은 대로 사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고 했다면 어떨까. 어쩌면 아무도 공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그재그’와 지그재그 할 날들을 기대하며



윤여정 배우의 끊임 없는 수상 소식과 함께 ‘지그재그’도 광고도 연일 화제다.

 

화제인 만큼 많은 의견이 등장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마음껏 사”라는 카피가 너무 소비 중심적이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 수많은 옷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고 하루아침에 버려지는 요즘, 의류 쓰레기와 환경을 우려해서 나온 말이었다.

 

기업에서 의도한 “마음껏 사”의 의미는 막 사라는 의미 보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가 크겠지만, ‘동대문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기반으로 한 쇼핑 앱’이라는 숙명을 안고 커가기 위해 ‘지그재그’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인생을 논했으니, 다음엔 우리 생의 공간에 관한 관심이 따라와야 하지 않을까. 마음껏 살기 위해선 지속 가능해야 하므로.

 

 

관련 기사

[주장] 환경 전공자가 바라본 인터넷 옷쇼핑의 문제점, 오마이뉴스, 이지아, 21.04.28.

 

 

[송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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