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슈퍼노바, 별의 마지막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사라진느 별의 마지막, 그리고 별의 파편들은 영원히 남아 우리가 된다.
글 입력 2021.05.0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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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바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사라진느 별의 마지막,

그리고 별의 파편들은 영원히 남아 우리가 된다.

 

개봉 2021년 5월 12일 | 감독 해리 맥퀸

출연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 상영 시간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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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롤>을 기억하나? 케이트 블란챗과 루니 마라의 시작을 담은 이야기다. 당신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면, 나는 슈퍼노바는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의 끝을 담는 이야기라고 말하겠다. 슈퍼노바는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사라지는 별의 마지막이라고 표현했다. 즉, 별의 폭발을 의미한다. 별의 파편들이 모여 탄생했다는 인간의 폭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슈퍼노바>는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스탠리 투치 역)과 샘(콜린 퍼스 역)이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다룬 드라마다. 이 영화는 제64회 런던국제영화제, 제68회 산세 바스타인 국제 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노미네이트되어 웰메이드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여기, 우리의 별이 머물렀다.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영화 <슈퍼노바>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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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노바>의 흐름은 단순하다. 노년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흘러가는 일상으로 끝난다. 투덕거리기도 하며, 의미 없는 썰렁한 유머를 나누기도 하고, 가슴 철렁하다가도 그저 산책길을 걸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전개다.

 

그래서 영화는 캠핑카를 타고 운전하는 샘과 터스커의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 외의 장소는 샘이 가족과 살던 옛집과 그리고 콘서트 전날 잠시 머문 시골 외곽의 작은 집이다. 샘을 위해 터스커가 준비한 깜짝 파티를 빼면 주된 내용은 샘과 터스커의 대화에 의해 전개된다.

 

터스커와 샘은 오래전부터 사랑해왔다. 잉글랜드 북부를 배경 삼은 이 영화는 엄청난 미장센을 자랑한다. 소설가 터스커가 설명하는 별자리는 자연이 주는 신비를 관객에게 알려준다. 망원경 없이도 이렇게 많이 빛나는 별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니, 스크린을 꽉 채운 밤하늘에 수 놓은 별들은 어두컴컴한 극장을 환하게 메운다. 해가 저물면서 내뿜는 다양한 빛들이 캠핑카가 달리는 길을 새롭게 포장한다. 기계를 싫어하다 못해 험한 말을 하는 터스커는 내비게이션을 믿지 못하고 지도를 고집한다. 굽이친 길들을 운전해 나가는 길은 그들의 인생을 지나치는 것 같았다.

 

결국, 샘이 '멋대로' 사 온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자 계속 되묻는다. 이 길이 맞아? 맞는 거냐고? 그러면 다른 한쪽이 맞다고 토닥여준다. 몸도 점점 말을 듣지 않는 터스커를 챙기고, 지친 샘에게 웃음을 주는 터스커는 서로를 의지하며 여행의 여정을 마친다.

 

 

 

안정감, 무조건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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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함께 사랑한 그 둘의 첫 만남은 강렬했던 것 같다. 만난 지 5분 만에 터스커는 샘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 서로에게 감정 섞인 장난을 치기도 하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표현하다가도 이해하며 받아드린다.

 

터스커가 아프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황혼을 맞이하는 흔하디 흔한 노년 부부 같다. 정말 오랜만에 추억을 회상하러 오래된 캠핑카를 꺼내 떠나는 여행은 낭만적이다. 캠핑카가 이끌어가는 풍경은 장관이고, 마음을 더 안정시킨다. 차분해진다. 그 속에서 안정적인 서로의 신뢰를 느낄 수 있다. 누군가와 평생을 한다면 저런 모습일까? 라는 질문이 생겼다. 평생 누군가와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샘과 터스커의 여정은 굉장히 부러운 것이기도 했고 또 이상적이었다.

 

 

 

미장셴이 주는 차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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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북부가 주는 광활한 자연은 깊은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정말 우주같은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수만 개의 별빛과 호수 양옆으로 길게 펼쳐진 우거진 수풀, 굽이치는 도로 위로 정말 맑은 하늘이 운전으로 지쳐가는 피로를 달래준다.

 

자칫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흐름을 차분하게 연출로 풀어간다. 그리고 그 연출에 시너지를 실어준 미장셴은 관객을 설득하고 보듬어 주는 역할로 영화를 깔끔하게 만든다. 넓디 넓은 자연환경이 주는 차분함은 나이가 들어간 샘과 터스커의 감정과 어울렸고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을 더욱 느리게 흘러가게 해준다.

 

무엇보다 일상을 마무리하고 달려온 나에게 편안함을 안겨줬다.

 

 

 

아직 체감하지 못한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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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는 샘은 완벽하게 연주를 끝낸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직 서른도 되지 못한 내가 어떻게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깊이를 알 수 있을까, 상실이란 단어의 정의를 알지 한 느껴본 적 없는 나로서는 터스커의 결심과 샘의 고민을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했다.

 

외면적인 이해와 내면적으로 와닿는 이해는 그 깊이가 다르다. 평생을 함께한 사람이 사라졌을 때마주치는 공허함, 상실감이 가져다주는 불완전함을 혼자 견뎌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두려움. 그렇게 나이를 먹어도 동반자를 잃는다는 것은 처음인 그에게 은은하게 다가오는 상실은 내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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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분의 상영 시간은 금세 끝이 난다. 감정과 상황을 수용만 하고 극을 따라가고 있을 때, 소리소문없이 별은 모두 타버려 재로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좋다. 크게 울렁이지도 그렇다고 얕지도 않다. 눈빛 하나로 모든 것들을 담는다. 시작 전 설렘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오는 두터운 뭔가가 느껴진다. 아직은 이것을 뭐라고 표현할지 알지 못한다. 적당한 표현을 찾아내기 어렵다. 짧은 시간에 그간의 세월을 깊고 탄탄하게 쌓아올렸다. 또 그것이 뻣뻣하지 않고 유연하다.

 

글 시작에서 말했듯이, 영화 <캐롤>은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시작을 하는 단계라 그런지 밝고 다채로운 색채를 다룬다. 케이트 블란챗의 금발과 루니 마라의 삐뚤빼뚤한 단발 앞머리가 아직 젊고 찬란한 인생의 전성기를 불러온다. 다양한 패션과 파스텔톤의 소품들은 마치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처럼 시각적 감상을 채우고 가슴 속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준다.

 

반면, 영화 <슈퍼노바>는 어둡다. 주로 파란색과 자연이 주는 색이다. 이미 서로 모를 게 없어 눈빛만 봐도 안다. 공기의 흐름도 읽는 것 같다. 불안한 느낌은 틀린 적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새로움은 없다. 차분한 공기가 넘쳐난다. 영상의 채도 낮다. 어두운 자연색이 많다. 햇빛에 의해 밝아진다. 따뜻한 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을 준다. 추운 겨울 날 벽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다. 오늘 있었던 일을 서로에게 대충 이야기하는데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서로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빛만 응시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다 어쩌다 마주 잡은 두 손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두 눈을 감아본다.

 

영화 <슈퍼노바>는 오는 5월 12일 개봉한다. 끝자락의 황혼이 정제된 채색과 감정으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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