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이라는 여정의 끝은 - 영화 '슈퍼노바'

글 입력 2021.05.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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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슈퍼노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늙어간다는 것


 

영화 보러 가는 날 하필 무릎을 다쳤다. 씨네큐브에서 광화문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생각보다 무릎이 아프더라.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릎이 아팠다. 우리는 평소에 당연하게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린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무릎이 온전치 않아지고 계단을 이용하기가 불편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다.

 

무릎의 경우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충분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치매에 걸렸다면? 이건 쉽게 해결할 수 없다. 특히나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이 시대에 말이다.


이것은 결혼을 한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온전히 보살펴준다고 하더라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걸려서 먼저 보내야 한다면? 자신이 병에 걸려서 사랑하는 사람을 세상에 남겨야 한다면? 우리가 죽음에 가까워진다면. 인생이라는 여정의 끝에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인생이라는 여정


 

인생이라는 여정.jpg

 

 

마지막 여정을 떠난 오랜 연인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

 

-작품소개 중에서

 

 

치매에 걸린 터스커. 자신의 연인인 터스커를 보살피는 샘. 마지막 여정을 떠난 샘과 터스커는 캠핑카를 타고 영국 북부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캠핑을 하는 과정이 마치 인생의 여정같아 보였다. 그들은 캠핑을 하며 다투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고, 캠핑장이 없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인생의 여정을 떠나는 것 또한 캠핑과 같다. 다른 이와 다투기도 하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기회나 꿈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캠핑을 다니며 보이는 주변 풍경들은 굉장히 아름답다. 마치 인생에는 어렵고 힘든 일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인생에는 아름다운 것도 있다는 것. 인생의 여정을 떠나다 가끔 가족과 친한 친구들을 만나 파티를 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Supernova(초신성)의 의미


 

supernova.jpg

 

 

-항성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하여 그 밝기가 평소의 수억 배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별의 일생 가운데 갑작스런 죽음의 단계를 일컫는다.

 

-초신성 폭발은 폭발 전 별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에 의해 만들어졌던 중원소들과 폭발시 중성자의 포획과정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중원소들을 성간가스의 형태로 우주공간에 분산시킨다. 이러한 성간가스들은 우주 공간 속에서 새로운 별의 형성원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초신성

 

 

샘과 터스커는 캠핑 중 샘의 누나인 릴리의 집에 들러 인사를 나눈다. 터스커는 평소 친했던, 릴리의 딸 샬롯과 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별은 죽은 다음 가장 밝게 빛난다고. 그리고 별이 죽어서 생긴 원소들이 새로운 생명을 구성하게 된다고 말이다.

 

이 부분에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좋았다. 터스커는 샬롯에게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라는 말을 남긴다. 결국 터스커의 생각들이 샬롯에게 가닿는 것처럼, 인간이 죽은 다음에도 그의 메시지와 모습이 어딘가에 남는다는 의미로 와닿았다. 인생이라는 여정의 끝은 결국 다시 시작됨이 아닐까.

 

 

 

결말의 아쉬움


 

*

결말 스포 주의

 

 

결말의 아쉬움.jpg

 

 

그러나 그런 '초신성'에 대한 메시지가 영화에서 주가 되는 만큼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샘이 터스커를 떠나보내고도 잘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면, 샘이야말로 누구보다 터스커의 생전 모습을 기억할 수 있고 기릴 수 있는 사람이다. 터스커가 가장 깊게 생의 흔적을 남긴 사람이 바로 샘이다.

 

그러나 샘은 터스커와 같이 죽기를 선택한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터스커가 죽은 후 혼자 남겨질 샘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초반에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걸려서 먼저 보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한 바 있다. 여기서 미련 없이 상대방을 보내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샘의 선택에 대한 결말 부분에 큰 아쉬움이 남았다. 극에서 샘은 터스커가 자신의 삶의 전부라고 하지만 나는 타인은 자신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샘에게 터스커가 소중한 존재일 수는 있지만, 삶의 전부일 수는 없다. 샘은 터스커 말고도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가족들, 그리고 자신을 구성하는 다른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다 버리고 오로지 터스커만을 위해서 '죽음'이라는 선택을 하는 샘이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걸 수도 있고 인물들의 성격과 감정선을 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견해, 사랑하는 사람이 시한부가 되었을 때의 선택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므로 그것조차 샘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평범한 사랑


 

 

마지막 여정을 떠난 오랜 연인

애절한 러브 스토리

 

-작품소개 중에서

 

 

[크기변환]슈퍼노바 포스터.jpg

 

 

포스터부터 동성 커플을 내세웠다는 점과 <캐롤>제작진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을 보고 막연하게 '잘 만들어진 퀴어 영화는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딜 봐도 '사랑'에 초점 맞춰서 이 영화를 소개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포스터에서 우러나오는 뉘앙스에 사랑을 합쳐서 동성애에 대해 다룬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성애에 대해 다룬다'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그건 뭔가 특별해야 하는가? 그건 다른 사랑 이야기들과 달라야 하는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오히려 보는 내내 퀴어영화가 맞나?라고 인지할 틈도 없을 만큼 영화는 두 사람을 군더더기 없이 '오랜 연인 그 자체'로 잘 그려내고 있다.

 

 

 

영화를 보고 생각난 노래 한 곡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우연히도 케이윌 노래가 오랜만에 생각나서 들었다. 가사가 전혀 이해는 안 됐지만 왜인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가사를 다시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영화 한 편이 여기에 다 담겨있었다.

 

 

줄 수 있을 만큼만 사랑을 줘요

줄 수 있을 만큼만 기쁨을 줘요

너무 과하지도 않게

부담주지 않을게

 

(중략)

 

잘 가란 인사를 서로 건네고

아쉬워 잡은 두 손을 붙잡고

딱 오분 만 아주 잠시만

옆에 있어줄래

이 밤이 끝나기 전까지만


너의 그림자 되어 늘 곁에 있을게

넌 내 옆에 딱 붙어

누가 봐도 부럽게

꿈속에서도 난 너만 그려

이런 내 맘 넌 아는지

 

Lay back Lay back 천천히 걸어

Lay back Lay back 넘어지지 말고

Lay back Lay back oh oh oh oh

Lay back Lay back 

Say you love me baby

 

♪케이윌 - Lay Back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이채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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