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바지에 행운이 깃들어 있다면, 청바지 돌려입기 [영화]

여러분의 행운의 물건은 무엇인가요?
글 입력 2021.05.0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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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바지 돌려입기>는 절친한 4명의 여자 친구들이 키도 몸무게도 서로 다른 모두에게 딱 맞는 청바지를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그 청바지를 마법의 청바지라고 말하며 청바지에 규칙을 정하고 동네에 남는 한 명의 친구를 제외하고 여름방학을 맞아 다른 곳으로의 여행을 앞둔 서로와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청바지를 돌려 입기로 한다.


 

일주일 동안만 청바지를 가지고 있기.

 

바지를 보낼 때는 편지를 써서 바지를 입고 일어났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일 적기.

 

바지를 보낼 때는 입은 사람이 직접 보낸다.

 

마법이 씻겨 나가면 안 되기에 바지를 절대 빨면 안 된다.


자매들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대략 이런 규칙을 정하고 레나는 그리스로 칼멘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브리짓은 멕시코로 축구 캠프를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 동안 그들은 청바지를 입고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 부닥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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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위축된 상태로, 심지어는 몸을 드러내는 것이 싫어 청바지를 입지 않던 레나는 당당히 노출이 있는 옷을 입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족의 원수와 사랑에 빠지는데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사랑을 쟁취하기도 한다. 한편 칼멘은 오래전 이혼한 아버지가 실은 새로운 가정을 꾸린 것을 발견하고 크게 낙심한다.

 

축구 코치에게 반한 브리짓은 적극적으로 유혹해 그 코치를 꼬시는 데 성공하지만, 막상 그와 하룻밤을 보낸 후 채울 수 없는 공허감을 겪게 된다. 그리고 유일하게 마을에 남은 티비는 청바지를 인연으로 한 꼬마 아이 베일리를 만나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소중한 우정을 나누지만, 아이는 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백혈병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모든 여행을 끝나 서로를 다시 만난다. 실은 그 여행이 각자의 마음을 지치게 한 것은 그 여행이 각자의 상처와 만나게 한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브리짓은 엄마의 자살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고 그 상태로 늘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인 상태로 임함으로써 그 상처를 잊으려 했다. 그래서 막상 코치와 잘된 이후 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늘 반항적으로 보였던 티비는 실은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늘 벽을 쳤던 것인데 꼬마 베일리와 진정한 우정을 나는 후 그녀가 떠나자 깊은 상실을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어릴 적 떠난, 일 년에 단 두 번만 자신을 보러 오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 결핍을 느끼던 칼멘은 늘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했지만, 막상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버지가 양 자식들을 다정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레나는 그런 특별한 삶의 굴곡 없이 늘 위축된 자신에 실망한 터였고.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결핍된 부분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러한 결핍과 대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상처가 낫게 약을 바르는 것이 썩어가게 내버려두는 것보다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왜냐면 그것을 직면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고통이고 이미 어느 정도 상처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곪아 있는 상처를 다시 들추기보다는 그걸 썩어가게 놔두는 쪽을 택한다.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가 우리의 근본을 약하게 한다면 변화는 만들어져야 한다.

 

 

 

청바지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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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그 소녀들의 변화의 소용돌이에는 ‘청바지’가 있었다. 희한하게 청바지를 입고 있을 때 따르는 사소한 행운에 기대어 그들은 작은 희망들을 건다. 티비는 백혈병에 걸린 베일리에게 그 청바지를 주려 하고 친구들은 칼멘이 그 청바지를 입고 아버지의 결혼식에 가길 부추긴다.

 

물론 베일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칼멘은 결혼식장에 가 아버지의 당당한 가족의 일원이 되어 아버지와 관계를 조금은 회복한다. 그리고 청바지를 물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강아지를 잡으러 가다 축구 코치를 만난 브리짓은 그와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변화는 우리를 위태로운 벼랑으로 끌고 가 우리가 만들어왔던 논리를 뒤엉키게 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소용돌이가 지나가면 알게 된다. 변화는 불필요한 먼지를 씻어 내주었단 것을, 그래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단 것을.


 

바지의 진짜 마법은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우리를 연결해준 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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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러한 변화에는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어딘가 믿고 기댈 것 말이다. 이 소녀들의 경우에는 그것이 청바지였다.

 

영화의 마지막, 청바지와 보낸 여름이 다 갈 때쯤 칼멘은 이렇게 말한다. “바지의 진짜 마법은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우리를 연결해준 데 있는 것 같다.” 마법의 청바지는 4명의 소녀에게서 돌고 돌아 칼멘이 말했듯 그 아이들을 지켜봐 주었고 네 친구 사이에는 그 청바지가 일종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끈끈하게 공유되었다. 그것이 바로 친구들과 떨어져, 무언가가 변하고 있음을 직감한 상황을 견디게 해준 지지대였다.


온갖 미신이 생겨난 건 어쩌면 이런 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워낙 나약하고 어딘가에 늘 의존하고 싶어 하므로 우연을 일종의 대단한 힘을 지닌 것으로 변모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네 잎 클로버를 필사적으로 찾아 그것이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겨울이 되어도 손톱에 남아 있는 봉숭아 물을 보고 사랑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설레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청바지였지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이런 설명하기 힘든 행운의 물건이 있다. 내 주위에 한 친구는 중요한 날이면 꼭 운세에 나오는 행운의 색으로 맞춰 옷을 입고 나가고 또 다른 친구는 어릴 적부터 간직했던 인형을 버리지 못한다. 어쩌면 꽤 유치하고 집착적인 행동이지만 뭐 어떤가. 어딘가에 기대어 나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청바지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을 믿고 위태로운 그 시기 서로 뭉쳐 앞으로 나아간 네 소녀의 좌충우돌 여정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신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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