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태주의 관점을 통해 살펴본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제언 - 출판저널 522호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글 입력 2021.05.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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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가장 중요한 사상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관점에 따라 많은 것들이 후보가 될 수 있겠지만 모두가 공감할만한 사상이 있다면 바로 '인간 중심 주의'를 꼽을 수 있겠다.

 

인간 중심주의는 현대 인류를 번영시킨 가장 근본적인 사상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우리가 자연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 수록 자연을 더 손쉽게 지배할 수 있다'고 얘기하며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연을 이용해 인간의 편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인간 중심주의를 주창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남긴 르네 데카르트 또한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은 정신을 소유한 존엄한 존재지만 자연은 의식이 없는 물질이다'라며 인간 중심주의를 지지한다. 그리하여 지난 100년간 우리 인류는 인간 중심주의를 따라 자연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결과 전례없는 엄청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물질적 풍요로움의 바탕에는 이러한 인간 중심주의가 깊게 깔려있다.

 

한편 인간 중심주의와 상반된 개념인 생태주의(生態主義)는 인간을 생태계의 일부로 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치관이다. 생태주의는 인간 뿐만 아니라 인간을 이루는 주변 자연 요소, 이를테면 숲, 강, 바다, 공기 등도 모두 인간만큼 소중한 존재이며 우리 인간은 그것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 소홀히 여길 수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생태주의가 등장한 배경에는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적 측면이 크다. 인간 중심주의로 인해 야기된 폐해와 반작용을 온몸으로 느낀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찍이 산업 혁명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한 영국은 1952년 발생한 런던 스모그 사건을 겪으며 대기 오염이 인간에게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세계 각국에 알렸으며 일본 도야마현에서 1910년부터 발생한 이타이이타이병은 수질 오염 또한 대기 오염 못지 않게 인간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사건들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인간이 저지른 모든 행위의 결과는 모두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며 우리는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생태주의 관점에 대하여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평등하게 규정한 생태주의를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바로 '유기적 연결 관계에 대한 접근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이다. <출판저널> 522호의 '책 문화생태계 토크23편'에는 생태주의 관점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나와있다.

 

정윤희 출판저널 발행인과 한양대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의 대담은 인터뷰이인 유영만 교수의 소개로 가볍게 시작된다. 그러다 본격적인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요즘 사람들의 흔한 핑계인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가 왜 말이 안되는지를 분석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사실 핑계에요.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를 계속 보는 사람은 뇌구조가 책을 읽는 사람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를 볼 때, 유튜버가 던지는 메시지를 해석하고 곰곰이 생각하진 않잖아요. 그저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게끔 둘 뿐이죠.

 

그런데 책은 가만히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텍스트를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노동이 필요하죠.

 

반면 영상 매체는 노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앉아서 보기만 하잖아요. 어떤 정보가 들어왔을 때 우리 뇌는 후두엽으로 들어와서 전두엽으로 전해져 의미를 해석하고 비교하고 따져보는 노동을 하죠. 그런데 영상은 후두엽에서 전두엽으로 전달되지 않고, 후두엽에서만 계속 들락거릴 뿐이죠.

 

 

요약하면, 책 읽는 행위는 영상을 보는 행위보다 머리를 더 쓰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에 우리의 뇌는 책이 전해주는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텍스트를 다시 보는 활동을 거친다. 이 과정은 책의 난이도에 따라 1분이 걸릴 수도, 하루가 꼬박 걸릴 수도 있다. 어려운 책일 수록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이해하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이전보다 더 넓어진다. 책이 주는 본질적 이로움이다.

 

이후 유영만 교수는 교육 공학에 대해 이야기 하며 현재 코로나 상황이 끝난 후에도 비대면 시장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면서 그는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도 사람이 사람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생태주의 관점은 여기서 등장한다. 전지구와 끈끈하게 연결된 인간이, 자연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인간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인간관계'라는 단어에서 '관계'가 없어지면 '인간'이죠.

 

'인간(人間)'의 뜻을 살펴보면 '사람 인(人)'과 '사이 간(間)'이 합쳐져 있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간(間)'이라는 글자를 빼면, '인(人)'이라는 한 글자만 남아요.

 

여기서 '인(人)'을 살펴보면 사람과 사람이 서로 등을 대고 있는, 이런 人 모습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누군가 한 명이 등을 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다면 기대고 있던 사람은 바닥으로 넘어지게 되어요.

서로 등을 대고 있어야만 다치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죠.

누군가 한 명이라도 등을 떼는 순간 서로 다쳐요.

 

즉 모든 생명체는 독립적인 상태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상호의존성에 의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는 '인간관계'라는 글자를 아주 세세히 분해하면서, 결국 인간은 어떻게해도 다른 사람과 떨어질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제 아무리 독립적인 인간이라 해도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할테다. 성격상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보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경향이 좀 강할 뿐 그들도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한편 그들도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어한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어디 인간 뿐인가. 동물도, 식물도, 심지어는 무생물조차도 다른 무언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홀로 놓여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다른 무언가와 무형적 관계를 통해, 인과관계를 통해 사건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낸다. 우주의 모든 존재가 바로 이 '관계'라는 지독히 의존적인 하나의 단어로써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절대적 진리에 가까운 '관계'라는 속성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정의한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종 중에서 특히 인간은 관계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는 종족이다. 인간이야말로 어느 동물보다도 더 의존적인 동물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라.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있던가? 당장 앞에 있는 물건만 봐도 생산자, 운반자, 판매자의 세 존재에 의해 나에게 도달했다. 이처럼 복잡한 연결 고리를 가진 현대인들은 그물망 같이 촘촘한 관계에 엮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계의 특징 중 하나인 '공진화'가 인간에게는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공진화는 원인과 결과가 불분명한 것을 뜻하는 단어인데 위와 같이 하나의 물건, 하나의 사건, 하나의 현상에 얽혀있는 존재를 한 사람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진화는 인간에게 더욱 잘 들어맞는 단어이다. 나아가 인간과 연관된 동물, 식물, 자연 현상, 생태계까지 범위가 넓어지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고.

 

 

 

생태주의 관점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그럼 이러한 생태주의 관점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부모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자녀에게 방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라고 혼내는 것은 생태학적으로 맞지 않는 논리예요.

부모가 먼자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죠.

책을 읽는 부모와 연결된 자녀들은 당장 부모를 따라 책을 읽진 않겠지만, 늘 여가 시간에 책을 읽는 부모를 보면서 자녀들은 자연스레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아마 다들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집에서 공부를 하려하면 잘 안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면 집보다는 공부가 더 잘되는 경험. 물론 이것은 공부 방법의 차이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태주의 관점에 의한다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공부가 잘 되는 곳과 잘 되지 않는 곳은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공부하기 적합한 환경은 따로 있다. 나는 그렇게 선택한 내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며, 주변 사람들과 간접적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모습을 따라 자연스레 공부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생태주의 관점은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가 사람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만약 건강한 독서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다양한 독서모임을 만들어야 하고, 독서를 하기 좋은 장소나 공간을 사람들에게 마련해주어야 한다. 혹은 독서 습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집에 있는 것이 아닌 책이 가득한 도서관이나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공간으로 찾아가면 독서 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생태주의 관점은 우리 사회에 내포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범죄가 발생한다면 그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는 주변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그런 환경이 왜 조성되었는지, 왜 그런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지 파악하여, 악한 환경이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정책적인 대책을 세우거나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인간사회는 공진화가 특히 두드러진 사회기 때문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지만 말이다.

 

생태주의 관점을 통해 더 나은 사회(선한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우선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회 집단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선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소명을 가진 집단이 많아져야 한다. 이들 집단은 어딘가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할지라도 하나의 시작을 위한 작은 불씨를 만드는데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집단 내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악에 민감히 대응하고 작은 악에도 경각심을 가지려는 전국민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약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정책도 많이 필요하다. 이것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현재 전세계에서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다음으로 내 주변을 선한 것들로 가득 채울 필요가 있다. 악을 내뿜는 환경을 단호히 뿌리치고 선한 영향이 가득한 환경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장소나 분위기, 사람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 나 스스로도 선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태주의 관점에 의한다면 난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모든 것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개인의 행동 강령이 될 것이다.

 

공공선을 위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선함이 가득한 것을 곁에 두는 것, 마지막으로 나 자신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 우리가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는 충분히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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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22호
- 2021.03+04 -

  


출간 : 책문화네트워크(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40*210mm

쪽 수 : 280쪽

발행일
2021년 03월 01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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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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