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익숙함이 주는 즐거움 혹은 진부함 - 낙원의 밤 [영화]

글 입력 2021.05.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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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서는 줄거리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씩 머릿속에서 굉장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그 아이디어를 글로 쓰다 보면 무언가 엉성하게 구현돼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생각만 할 때는 재미있는데 그 재미를 글로는 구현하지 못 하는 것이다. 영화 '낙원의 밤'은 나에겐 이와같은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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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양도수 사장(박호산)의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박태구(엄태구)는 어느 날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조카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다. 박태구(엄태구)는 이 사고가 북성파에서 자신을 처단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고 북성파의 보스 도회장을 칼로 찔러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이후 박태구(엄태구)는 북성파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양도수 사장(박호산)의 도움을 받아 제주도로 떠나고, 일주일 뒤에 블라디보스토크로 밀항하기로 계획한다. 박태구(엄태구)가 제주도에 도착하니 그를 맞이한 것은 싹수도 없고 겁도 없는 시한부 인생의 재연(전여빈)이었다.

 

삶에 대한 희망을 전혀 가지지 않은 채 막 사는 것 같은 재연(전여빈)은 총기 밀매를 하는 삼촌 쿠도 덕분인지 뜻밖에도 뛰어난 사격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 그리고 그녀의 삼촌과 함께 일주일을 보내며 나름의 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재연의 삼촌 쿠도가 총기 밀매 조직에게 살해를 당한다. 그리고 박태구(엄태구)조차 북성파에게 위치가 발각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데...

 


영화 낙원의 밤은 부분적으로 매우 훌륭하다. 영화 신세계와 마녀 등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부터, 각 캐릭터에 맞춤 의복처럼 들어맞는 배우들(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등), 그리고 보기 드문 여성의 복수극이라는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설정까지. 서로 잘 맞는 소재와 요소들이다.


하지만 그 구상이 영화로 옮겨지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생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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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의 배경이 그렇다. 제주도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과 대비되어 박태구와 재연의 위기와 처절함이 극대화되는 것은 좋았으나, 영화 뒤로 갈수록 제주도의 풍경이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재연'이 총을 챙기고 스쿠터를 타고 가는 장면과 총을 쏘고 가게를 떠나는 장면이 그러했다. 자연의 평화로움과 대비되는 피 튀기는 총살 장면은 충격적이고도 잔인한 여운을 남기려는 의도와 다르게 영화의 현실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총기 소재가 불법인 한국에서 그것도 제주도의 조용한 마을에서 평생 들어볼 수조차 없는 큰 총성이 서른 번이 넘게 울려 퍼졌는데, 저렇게 고요하다고? 그렇다면 제주도 나아가 한국의 치안에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건데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명 영화에서의 허구적인 설정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게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면이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또한, 영화의 장면 전환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의 전환이 페이드인-페이드아웃이었고, 전환되는 장면 사이에 여백이 길게 느껴졌다. 아마도 '대부'와 같은 누아르의 느낌을 내고자 한 의도일 수 있겠지만, '낙원의 밤'의 내용이 '대부'와 같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게감이 느껴지는 전환의 효과는 오히려 영화의 맥을 끊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영화의 장면만으로 관객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화면을 전환시키는 느낌도 있었다.


한편, '낙원의 밤'에서는 특별한 강조점이 없다는 것도 아쉬웠다. 감독의 전작인 '신세계'와 비교를 해보자면 이렇다. 예를 들어, 신세계는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와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도 배우들의 개성이 압도적이었기에 신세계는 더욱 흥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낙원의 밤'은 강점이 약하다. 차승원, 전여빈, 엄태구 등 배우들의 연기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 좋았다. 그러나 연기가 너무 좋아서 몰입이 되려고 하면 갑자기 그 맥이 자꾸만 끊기는 기분이다. 갑작스런 개그나 혹은 진지함 등이 영화의 긴장감을 다소 떨어뜨리면서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처럼 과장됨이 약간씩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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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에서 여전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배우 전여빈의 매력이다. 박훈정 감독은 배우의 매력을 살리는 능력이 특출난 것 같다. 전작 '마녀'에서는 배우 김다미가 가진 매력을 증폭시켰다면, '낙원의 밤'에서는 전여빈이 가진 매력을 다양한 방향에서 드러낸다.

 

단순히 예쁘다 아니다 혹은 액션을 잘 한다 못한다 이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매력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 배우만이 가진 일명, '쪼'라고 하는 배우만의 독특한 연기력을 잘 드러낸다는 말이다. 마치 새로운 장르의 영화처럼 전여빈의 연기는 이전의 여배우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장르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시한부라는 애틋한 설정이 다소 캐릭터에 한계점을 주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전여빈이라는 배우의 독특한 연기력을 뿜어내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

 

이번 '낙원의 밤'은 매우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로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익숙한 전개와 스토리에 기반한 영화이기 때문에 익숙함에서 얻는 즐거움 혹은 익숙함으로 인한 진부함으로 평이 갈리는 것 같다.

 

나 또한 이 영화를 보고 있던 중에는 과연 엄태구가 죽을지 살지 계속 긴장하고 있을 정도로 몰입해서 보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허망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서 보다 까탈스럽게 리뷰를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여빈, 엄태구, 차승원, 박호산 등 다양한 배우의 연기력이 전혀 아쉽지 않은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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