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다들 '잘' 살고 계신가요?

글 입력 2021.04.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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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이 철학적이고도 따분한 한 줄에 대해 언젠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강연하는 것처럼 고급의 문장력을 구사하며 사색에 잠겼다는 건 전혀 아니다. 그저 ‘잘 산다는 건 어떤 걸까?’, ‘내 삶의 목적은 뭐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따위의 의문이 조금 깊게 형성된 것뿐.

 

이 의문이 형성된 배경은 단순하고도 나다웠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라이브 방송에서 팬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했던 이야기가 ‘삶’이 적힌 종이비행기가 되어 나에게 날아왔다. 그는 꿈이 없다는 고민에 대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해주었다. 오, 이건 좀 꽤 큰 충격이었다. 나는 늘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에 강한 집착이 있었고, 작은 것이라도 이루지 못할 때 엔 금세 우울감에 빠지는 삶을 무수히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날을 기점으로 성취, 삶, 행복에 대해 나름의 고찰을 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간을 쪼개 쓸 정도로 일상이 바빠졌고 그새 또 새까맣게 잊은 채 성취에 집착하며 살던 중, 영화 <소울>과 만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어쩌면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깊은 감명을 주는 이 영화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주는 세 가지 메시지를 발견했다.

 


 

성취감과 행복의 상관관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게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연 ‘꿈’일 것이다. 사랑도 우정도 전부 중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꿈이라는 한 글자로 축약할 수 있지 않나. 어느새 꿈을 이루지 못하면 무의미한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린 지금, 많은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삶에 학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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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 있어 음악은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었다. 그는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 집착하면서 서서히 삶과 단절됐고, 꿈을 이루지 못하면 무의미한 인생일 거라 여겼다. 이것이 조가 끝내 음악을 놓지 못하는 이유였고, 그가 자신의 삶을 학대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조는 꿈을 이루게 된다. 자신이 동경하던 밴드의 멤버가 되었고, 남은 날들도 그토록 원하던 공연 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벅차오르는 감정도 잠시, 그 속에서 이유 모를 허무함이 조를 감쌌다. 자신이 평생 바라던 꿈이 현실이 되었는데, 성취감은 기대만큼 달콤하지 않았다.

   

 

어린 물고기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가 말했어. "전 '바다'라고 불리는 멋진 곳을 찾고 있어요."

 

"'바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이잖아!"

 

"여기요?"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잖아요. 제가 원하는 곳은 '바다'라구요!"

 

 

작은 물고기는 바다라는 꿈을 향해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끝없이 헤엄치기만 했다. 자신이 이미 바닷속인 줄도 모르고. 조는 행복해지기 위해 음악을 해야만 했고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렸다. 자신을 둘러싼 일상 속의 행복을 외면한 채로.

 

대부분의 사람은 성취감에 젖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래야만 희열감을 느끼고, 다시 한번 행복해지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들은 꼭 성취감에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사진을 찍는 소소한 일상에서 우리는 자주 행복했었다. 익숙함이 행복을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뿐 익숙함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일상을 다시 바라본다면, 성취감보다 더 큰 달콤함을 맛볼지 모른다.

 

이러한 일상 조각들이 모여 삶이라는 그림이 완성된다면 이것 또한 가치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끝이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22호는 억 단위의 번호를 가진 영혼이 생성될 때까지 지구에 가지 못했다. 불꽃이 있어야만 지구통행증은 발급되었고, 이는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무언가를 발견해야만 피어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수년대의 시간이 흘러도 22호의 불꽃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지구에 가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아붓는 조에 22호는 심드렁하게 말한다. 자신은 지구에 뭐가 있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관심도 흥미도 없다고. 그러니 불꽃이 채워질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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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는 이곳(유 세미나)과 달리 지구에서는 영혼이 다친다고 주장했고, 가보지도 않은 지구에 대해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이 장면을 끝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언뜻 보면 어리석기만 한 생각이라 여겨지는 이 주장이, 실은 우리가 여태 해왔던 행동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조의 몸에 들어간 22호는 강제로 지구에 발을 내딛게 되면서 처음으로 ‘삶’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자극적인 피자, 흩날리는 바람결, 아름다운 악기 소리. 지구에서 맞이하는 모든 감각은 그저 생경하기만 했다. 영혼이 다치고 말거라 확신했던 지구는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한 ‘새로운 세상’이었음을 깨닫는다.

 

22호는 끝이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려는 것의 끝이 두렵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손을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설령 그 끝이 실패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분명 그 과정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뭐든 해봐야 알 수 있듯, 직접 부딪히기 전까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두렵더라도 두 눈 꼭 감고 한 발 내디뎌 볼 수밖에.

 

 

 

‘잘’ 살기 위해서, 우리의 삶의 목적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잘’사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는 그냥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 하고 싶다. 동시에 우리의 삶의 목적도 ‘행복’이었으면 한다. 성취해야만 행복감을 느낀다면 성취를 이루면 되고, 무탈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면 잔잔하게 살아가면 되고, 잠을 잘 때 행복해진다면 깊은 잠을 자면 되듯, 각자가 생각한 행복의 기준에 따라 일상을 채워간다면 그게 ‘잘’ 사는 게 아닐까.

 

작년부터 해온 나름의 고찰의 결과물이 이런 소박한 결과라니, 조금 어이없기도 하다. 심지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찾지도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성취감에 목말라 집착하고 매달린다. 성취해야만 의미 있는 삶으로 고착화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손에 쥐기 위해 혼자 결승선 없는 마라톤 경기를 하곤 한다. 성취해야만 생기는 결승선을 향해 달리다 보면 결국 지친 내 모습과 마주하기도 한다.

 

<소울>을 보면서도 이 글을 쓰면서도 성취만이 곧 행복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작 내 행동에는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 같다. 긴 글로 강력히 주장해놓고선 본인은 그러지 않는다니, 웃기겠지만 늘 마음속의 다짐과 행동은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나에게 매우 어렵기만 한 숙제이다. 언젠가 나의 다짐이 실현되어 나도 '잘'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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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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