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ee you down the road. - 노매드랜드 [영화]

글 입력 2021.04.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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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우연히 볼만한 영화를 둘러보던 중, 해외에서 연일 화제라는 영화 '노매드랜드'의 예고편 영상을 볼 수 있었다.

 

30초 남짓한 예고편은 나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웅장하고 광활한 미국 내 전경들이 한눈에 보이는 연출과 차분하나 때로는 미묘한 울림을 자아내는 배경음악,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담담하지만 어딘가 미묘한듯한 표정연기까지.

 

30초 길이의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 결심을 하고 빠른시일 내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노매드(Nomad)란. - 영화 노매드랜드는 미국내 노매드족들을 다룬 논픽션, '노매드랜드'를 원작으로 한다. '노매드(Nomad)'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국내에선 생소하게 다뤄지는 듯하다. 나 또한 미국에서 차를 주거지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노매드라는 정립된 개념을 알진 못했다.

 

영화를 본 뒤 찾아본 바에 따르면 노매드는 사전적 정의로 '유목민'을 뜻하며 미국에서 21세기 유랑부족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밴이나 레저용 차량, 여행용 트레일러, 낡은 세단을 개조하거나 활용해 주거지로 삼는다. 또한 중산층에서 몰락한 이들은 자신을 '홈리스'가 아닌 '하우스리스'라고 부른다.

 

국내에서처럼 차박 캠핑을 꿈꾸며 이동하는 이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집을 포기해야했던 이들이다. 특히 은퇴후에도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었기에 휴게소, 주유소 등 단순육체노동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며 노동생활을 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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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주인공 펀은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남겨진다. 남편과 함께 살던 곳은 경제가 붕괴되어 떠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펀은 자신의 주거 공간이자 동시에 이동수단인 자동차 '벤'과 함께 일거리를 찾아 떠난다. 육체노동이 주가 되는 일거리를 찾아 전전하다 노매드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여정에 함께 하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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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이 길 위에서 만난 노매드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녔다. 금융권 종사자였다가 죽는 순간까지 회사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동료를 보고 뛰쳐나온 사람. 두 딸을 키워내며 평생 부지런히 일했지만 턱없이 모자라는 노후연금에 길 위로 나선 노인. 미국 전역 곳곳을 돌며 자연 속에서 여행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사람.

 

그들은 각자의 사연 속에서 자신만의 자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길 위에 나선 이들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더라도 그 사실은 이들에게 전혀 중요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사실 이해받고 싶지도 않아 보였다. 그냥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일 뿐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 듯 보였다.  극 중에서 펀의 언니의 몇 마디가 꽤 오랜시간 기억에 남는다. 펀을 잠시 자신의 집에 데려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몇몇의 타인이 노매드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펀의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들(노매드)이 초기 미국 개척민들과 닮아 있다 생각해요."

 

 

그 순간 펀의 얼굴에 미묘한 감정이 스친다고 느꼈다. 실제 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진 모르겠으나, 내가 느끼기엔, 그녀는 얼른 이 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그저 자신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 남들에게는 완벽한 타인의 이야기로, 타자화되어 이야기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숭배와 혐오는 궤를 같이 한다. 노매드들의 삶을 비난하는 시선이든 과하게 찬양하고 의미부여를 하는 시선이든 ,노매드 그들에게는 똑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그들의 삶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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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자유를 찾아 과감하게 떠난 이들'이라는 타이틀 속에 그들의 삶을 욱여넣지 않았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분명 노매드들이 살아가는 방식에는 불편한 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분명하게 자신들만이 누리고자 하는 가치가 더 크기에, 그들은 노매드의 삶을 유지하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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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는 그 부분을 잘 보여준다. 이해하지 못하는 노매드 사회 밖 타인들의 의견은 최대한 배제한다. 필요한만큼만 보여준다. 그리고 노매드 사회 속 노매드들 각자의 모습을 현실적이고, 따뜻하고,다채롭게 그려낸다.

 

놀라운 점은, 펀 역할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먼드 외 나머지 출연자들이 실제 노매드라는 점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 엔딩크레딧을 보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래서일까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실제로 엿본 여운은 아직까지도 가시질 않는다.


극의 마지막에서 펀이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가치를 따라 다시금 여정을 시작하는 장면은 여운의 뒷맛을 더 진하게 했다. 그녀의 여정을 응원하면서 동시에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은 무엇일지 여러번 곱씹게된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시기에 울림을 얻을 수 있었던, 그래서 고마웠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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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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