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탄탄한 단편 영화와 단단한 배우전 [영화]

글 입력 2021.05.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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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인디스토리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주최하는 '수요단편극장'에 다녀왔다. 4월의 수요단편극장은 총 4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하고 배우들과 GV(관객과의 대화) 자리를 갖는 '단단한 배우전'을 마련했다.

 

단편영화전은 처음이었는데, 4편의 단편 영화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좋았다. 잔잔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단편영화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4편의 단편 영화를 줄거리는 안내 책자에 나온 시놉시스를 통해 설명하고, 이에 나의 감상인 '관객의 시선'을 덧붙여 소개해보려 한다.

 

 

 

시체들의 아침(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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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고 애정을 바쳤던 것을 떠나보내며 건네는 작별인사와 같은 작품. 생계를 위해 1000개가 넘는 DVD를 모두 팔아치우려고 하는 성재는 영화광 중학생 민지를 보면서 잊고 있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관객의 시선: 좋은 어른이 전해주는 '꿈'에 대한 이야기.

 

1000여 개가 넘는 DVD를 사 가는 사람의 목적이 고작 자신의 모텔 손님들의 유흥거리를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영화를 사랑하던 성재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진다. 이 사람은 어차피 DVD 하나쯤 바꿔치기해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를 깨달은 성재는 민지가 좋아하던 영화 DVD 하나를 빼돌려 자신이 감독한 영화 DVD를 같이 넣고 민지에게 선물로 준다. 민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DVD를 받고선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성재의 영화 DVD를 보고서는 이게 뭐야, 하고 벤치에 버린다.

 

하지만 민지는 다시 돌아와 성재의 영화 DVD를 들고 간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이를 통해 성재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만, 그 꿈이 민지에게 전달되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성재는 영화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영화감독을 하다 망해서 꿈을 접으려 하지만, 성재의 오랜 꿈은 성재가 꿈을 접는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좋은 의도였든 아니었든 간에, 성재가 민지에게 베풀어준 선한 행동은 민지에게 가닿아 새로운 꿈을 낳을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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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을 통해 동거생활 속 조심스럽고 알콩달콩하게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커플의 모습을 만나보세요.

 

 

관객의 시선: 이 영화는 잔잔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하루를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대중 매체에서 사랑이란 너무나 가공된 것이다. 그들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MSG 같은 사랑을 보고 있자면 내 사랑만 조미료 무첨가 집밥인지 의심이 든다. 하지만 영화는 모두들 지극히 평범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저 평범한 누군가의 삶. 동거를 시작한 커플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맞춰가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와 같이 산다거나하는 미래를 그려본 적이 잘 없는데, 아, 저게 삶이구나, 그냥 저렇게 살아가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둘은 분명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삶의 궤적이 하나로 합쳐지고 타협하는 일이다. 그 다름을 맞춰가는 것. 누군가가 갑이나 을이 되지 않고 서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그 어려운 일을 영화 속 인물들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는 게 놀라운 따름이었다.

 

 

 

김녕회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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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회관>은 낭만적인 도시 제주도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짝사랑 이야기로, 누구나 느꼈을 법한 설렘과 답답한 감정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관객의 시선: 결국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어필과 진심 어린 노력. 그리고 먼저 다가가는 것. 한순간의 용기.

 

이 영화는 흑백영화다. 흑백의 현실, 컬러의 상상. 즉 주인공 훈석이 상상하는 부분은 컬러가 된다.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처음 바뀌는 순간은 훈석이 김녕회관에 들어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은이를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컬러로 딱 바뀌면서 배경음악이 흐르는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보는 것을 이렇게도 표현하는구나.

 

은이가 '알베르토가 너무 잘생겼다'라고 말한 것은 훈석을 떠보기 위함이었을까, '너무 잘생겨서' 자신과는 안 된다는 말이었을까. 은이 주변에는 항상 남자들이 많다. 알베르토를 포함해서. 그런 상황을 보고 포기할 법도 한데, 훈석은 소심하긴 해도 포기하진 않는다.

 

파티가 파하고 모든 남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훈석은 다시 김녕회관으로 돌아와서 파티 정리를 돕는다. 그리고 서툴지만 용기 내어 고백한다. 그래, 결국 사랑은 자신만만하여 방관하는 자가 아니라 용기 있는 자가 쟁취하는 것이다.

 

 

 

안녕, 영화씨(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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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영화씨>는 비대면 생활이 익숙한 요즘, 꿋꿋하게 안녕을 묻는 주인공 '영화'를 통해 모두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관객의 시선: 코로나 언택트 시대, 비대면이 익숙해진 사람들. 디지털 시대,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그로 인해 사회에서 지워지는 사람에 대해 다룬 영화.

 

주인공 '영화'는 편의점과 카페 알바 두 탕을 뛰는 알바생이다. 그럼에도 손님들을 살뜰히 대하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편의점에 키오스크가 생기면서 아무도 영화에게 계산을 하러 오지 않는다. 카페에는 가림막이 설치되면서 단골이었던 손님의 말소리조차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다.

 

화난 사장님들을 만지는 순간(콘택트) 영화는 알바에서 잘리고, 그렇게 영화는 서서히 시들어간다. 영화적 과장이 섞인 묘사였지만, 그럼에도 그 모습들은 디지털화된 언택트 시대에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영화(Movie)는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시대에서도 연결되어 살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자신과 이름이 같은 단골손님 '유영화'가 영화에게 손 내밀어 주었을 때, 영화는 비로소 다시 미소를 되찾는다.


 

"전 안녕합니다.

여러분은 안녕하신가요?"

 

 

*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수요단편극장에서 단편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단편영화전은 처음이었던 나는 꽤 많은 사람들이 단편영화에 나온 배우들을 사랑하고 단편영화를 보러 온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단편 영화는 잔잔하게 우리의 일상을 표현한다는 점이 매력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단편영화의 매력을 느꼈다면 5월에 열리는 수요단편극장에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채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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