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문화 전반]

글의 힘은 위대하다
글 입력 2021.04.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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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평을 받을 때마다 생각에 잠기곤 한다. ‘내 글이 그렇게 특별한 거 같지는 않은데, 너무 띄워 주시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반이고. ‘내 글이 꽤 괜찮은가보다’. 이런 생각이 반이다. 뭐가 되었든 기분 나쁜 평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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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글 이전에는 영상과 그림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만들고 있기는 하다. 거창하진 않지만 무언가를 스스로 창작한다는 게 좋았고, 그 작품이 완성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영감의 원천은 글, 음악, 그림 등 다양했는데, 더는 글과 음악, 그리고 그림을 봐도 영감을 얻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창작 분야를 찾기 시작했고, 제일 만만해 보이는 ‘글’이 당첨되었다.

 

 

 

글의 힘은 위대하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만만하지 않았다. 영상과 그림처럼 똑같이 어려웠고 가끔은 그 어려움이 배가 될 때도 있었다. 글이 잘 써질 때는 하루에 두 편씩 써냈고,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일주일 동안 겨우 한 편을 완성한 날도 있었다.


부담감도 있었다. 1명의 독자가 10명이 되고, 10명의 독자가 100, 1000명을 넘어서는 순간 절필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물론 절필은 하지 않았다. 절필의 고민을 밀어낼 만큼 글을 쓰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가 깔아놓은 복선을 독자들이 먼저 파악해 줄 때는 저 밑에서 짜릿함이 치고 올라온다. 내 글을 두고 저들끼리 추리를 하며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이다.


그러다 최근 한 독자분의 긴 편지를 받았다. 여기에 다 쓸 수는 없지만, 요약한 내용은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고, 내 글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글이 올라오는 날짜는 정해져 있기에 오늘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들어오게 된다는 진심 어린 편지는 나 자신을 생각에 잠기게 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거창한 게 아니다. 영감 없는 내 삶이 지루했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했을 뿐 내 글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거나 행복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런데도 글을 통해 위로를 받고 즐겁다는 독자들이 꽤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습게도 생각이 많아졌다. 이대로 글을 계속 써도 되나, 너무 나 자신이 위선자 같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나에게 남을 위로하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딱히 위로의 의도가 없는 글임에도 질책하지 않았지만 혼자 그런 생각에 종종 잠겨갔다.

 

 

 

나만의 원동력


 

아직 글은 나의 취미이다. 글을 통해 한탕 크게 벌어보려는 생각도 없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듯 누군가에게 억지로 감동을 전해주려는 마음도 없다. 하지만 나의 글을 읽는 사람이 계속해서 나의 글 속에서 쉬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새롭게 생겨났다.

 

글을 쓸 때의 부담이라면 부담이었지만, 부담보다는 원동력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창작물을 만들 때, 타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던 지난날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누군가의 감사 인사가 원동력이 되는 신기한 경험이다.


과거에는 주인공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애썼다. 그 때문에 문단도 많고, 문장이 긴 글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조금 다르다. 감정을 조금 더 담백하게 담으려고 연습하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글 자체가 영감의 원친이 되어주기도, 지루한 삶에 조금의 재미를 가져다주기도, 타인의 삶에 감동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글’이 가진 힘은 위대하기에. 난 오늘도 키보드에서 손을 놓지 못한다.


 

[안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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