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저는 인생 영화가 없다고요!

글 입력 2021.04.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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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영화, 인생 드라마, 인생작… 우리는 살아가며 인생 OO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가령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상대의 인생 OO을 물어보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을 가볍게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대화의 물꼬가 트여 급격히 친해질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이 물음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이다.

 

나는 블러처럼 넓고 흐릿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하는 게 참 많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저런 유형의 질문(ex. 제일 좋아하는 곡이 뭐예요?, 무슨 색 제일 좋아해요?, 영화는 어떤 장르를 제일 좋아하세요? … )을 받으면 사고 회로를 열심히 돌리기에 바쁘다. 그래서 나는 그 질문을 받은 순간 떠오르는 것, 그날 나의 기분에 맞는 것, 최근에 제일 좋아했던 것 혹은 내 취향이자 상대의 취향에 맞을 법한 것을 말하는 편이다.

 

그래서 취향이 뚜렷한 사람을 보면 신기할 때가 많다. '우와! 세상에 색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저 색 하나만 좋아할 수 있지?', '어떻게 한 가지 일을 저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지?', '한 달 동안 저 곡 딱 하나만 들으면 너무 지겹지 않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말이다.

 

또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은 왠지 멋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꽤 부럽기도 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게 무엇인지 아주 잘 알 것 같은 느낌. 무엇보다 A를 보았을 때 그를 좋아하는 사람 B가 바로 생각난다는 건 B라는 사람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는 의미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취향이 넓은 사람도 충분히 멋있고 매력적일 수 있음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취향이 넓다는 것은 좋아하는 게 많다는 것이고,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다는 의미이니까. 또 호기심을 한껏 품고 여기저기에 발을 담가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취향이 뚜렷한 사람보다 취향이 더더욱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내가 좋아할 예정인 무언가를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일례로 편식이 아주 심한 내가 요즘은 안 먹던 것도 일단 한 번은 먹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물론 그래도 절대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먹지만).

 

마지막으로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내 바람을 담아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저는 보라색,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다 좋아해요! 사실 좋아하는 색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아요!"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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