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기만의 형식을 내재한 연주자는 어느 자리에서도 자기 빛깔을 낸다. [음악]

제레미 펠트의 트리오 앨범 [The Art of Intimacy, Vol. 1]
글 입력 2021.04.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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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제레미 펠트.jpg

 

 

이번 앨범은 전작 [The Artist]에 비해 구성이 단출해지고 컨셉 역시 단순해졌다.

 

친밀함을 화두로 진행되는 곡들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천착하는 등의 접근 방식에서 몇 발짝 물러나 곡 자체와 멤버들과의 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피아니스트 조지 케이블스, 베이스의 피터 워싱턴과 제레미 펠트의 조화는 노련하고 삼삼하다.

 

그의 앨범 중 처음으로 드럼이 빠진 트럼펫 – 피아노 – 베이스 트리오 구성인데, 부재하는 드럼의 자리를 보완하기 위한 리듬 섹션의 움직임이 유별나진 않다. 하지만 그 밀도가 곧 제레미 펠트의 톤과 이어진다. ‘I’ve Just Seen Her’이나 ‘Love Is Simple’등 발라드를 연주 할 때에도 그는 유약한 톤을 내세우지 않는다.

 

발라드에서도 중심이 느껴지는 블로잉으로 자신의 공간을 적확하게 채운다. 그러니 드럼이 없는 게 아쉬울 틈이 없다. 리듬의 과도한 변화나 화성적으로 복잡한 전개가 덜해 오히려 한층 더 여유로운 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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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펠트의 뮤트를 이용한 연주와 서정적인 톤은 2005년 앨범 [Identity]과 2012년 앨범 [Soul]등에서 여러 차례 선보인 바가 있다. 트럼펫터의 발라드라고 하면 로이 하그로브가 떠오르는데, 그가 플루겔혼으로 낮은 톤과 부드러운 프레이즈를 속삭이듯 연주하는 것과 제레미 펠트의 연주와는 늬앙스의 측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다.

 

어떤 연주이건 펠트는 명료한 소리를 기치로 삼는다. 로져스와 하트의 ‘Little Girl Blue’에서 기존 곡의 코드를 변화시키며 멜로디를 비틀면서도 횡설수설하지 않는 그의 연주가 좋은 예다. 이런 정직함은 쉬운 것이 아니다. 이어서 피터 워싱턴의 고풍스러운 아르코 연주가 곡에 방점을 찍는다.


피터 워싱턴과의 호흡은 오리지널 곡 ‘Ab-o-lutely’에서도 드러난다. 베이스의 워킹 위에 제레미 펠트의 느긋한 연주가 흐른다. 유유자적한 멜로디에는 익살이 느껴진다. 조지 케이블스의 로맨틱한 멜로디를 필두로 한 ‘I’ll Never Stop Loving You’에서 제레미 펠트는 단순하고 익숙한 진행을 선보인다.

 

이는 앨범의 제목처럼 친밀함이 빚어낼 수 있는 연주의 다른 말일 것이다. 매너리즘과 친화의 흐릿한 경계 속에서 공백이 많은 트럼펫 라인은 이번 앨범이 치열한 포스트 밥 어법에서 조금 비껴갔음을 증명한다. 형식의 배제가 아닌 형식을 내재한 연주자가 기존과는 다른 시선으로 작업에 임함으로써 연주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I’ve Just Seen Her’을 피아니스트 빌 샬랩의 트리오 앨범 [All Through the Night]에 수록된 같은 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스타일이 다른 두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두 앨범 모두에서 베이스를 연주한 피터 워싱턴을 중심에 두고 듣는 것도 각자의 리더 아티스트가 곡을 어떻게 진행시키는지 알아보기 좋은 방법이다.

 

재즈 스탠다드라고 부르지만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선별해 앨범에 수록하는 세 아티스트의 감식안이 Vol. 2로 이어져 생소하지만 여전히 좋은 가치를 지닌 곡들을 다시 약동하게 만들길 바란다. 아티스트들의 친밀함과 그 결과가 앨범으로 도출되는 것에는 언제나 지극한 탐구 정신이 뒤따를 테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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