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들의 예술가,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전시]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봤으면 하는 전시
글 입력 2021.04.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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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괴짜 같은 앤디 워홀의 사진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삐죽삐죽 뻗친 백발의 머리에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깐깐한 예술가처럼 보이기도 하는 앤디 워홀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그가 실크스크린으로 마릴린 먼로의 얼굴과 캠벨 수프를 찍어낸 작가라는 것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색채 강렬하고 대중적인 작품으로 시공간을 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앤디 워홀 작품의 전시가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렸다. 2월 26일부터 6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매일 엄청난 관객들이 방문하며 아직까지 건재한 앤디 워홀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앤디 워홀의 전시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미래에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필자를 포함하여)에게 예술가의 여러 정체성과 예술가가 가져야 할 다양한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는 전시로 다가왔다. 예술가 지망생으로서 느꼈던 앤디 워홀 전시에 대한 감상을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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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올해 2월 개장한 백화점 더현대 서울을 찾아가야 한다. 더현대 서울은 창문이 없고 사방이 막혀있는 기존의 백화점에서 탈피해 천장을 투명하게 개방해놓고, 백화점 한 층을 식물원처럼 꾸며놓은 공간이다.

 

혁신적인 공간 활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더현대 서울이야말로 앤디 워홀의 작품 전시를 열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적 공간 안의 혁신적 작가의 전시라니, 이보다 예술적일 수 없다는 감상이 절로 든다.

 

 

 

1. 지지 받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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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에 그의 유명한 작품을 전시해놓았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앤디 워홀의 예술 활동에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그의 어머니 줄리아와 관련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체코 이민자의 아들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앤디 워홀은, 어머니의 전폭적 지지로 미술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예술에 이유 없는 지지를 보내준 어머니를 자신의 우상으로 뽑을 만큼 사랑했다. 어머니의 무조건적 응원을 받은 예술가, 이 흔치 않은 수식어를 워홀에게 선사한 어머니는 아주 근사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가라는 꿈을 가진 후 가장 많이 고민을 했던 것이 부모님의 반응이었다. 지금은 지지를 해주고 계시지만, 처음에 나의 꿈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는 냉담한 반응이 돌아왔다. 멀쩡히 다니고 있던 대학을 그만두고 예술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꿈을 위한 투자치고는 리스크가 크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할 수도 있는 예술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기대하는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릴 수 없다는 양가적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앤디 워홀이 왜 어머니를 평생 자신의 우상으로 생각했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2. 대중을 위한, 부를 위한 예술을 창조하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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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에서 벗어나면 우리 눈에 익숙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바로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와 캠벨 수프 등의 실크 스크린 작품이다.

 

워홀은 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캠벨 수프를 작품화해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였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대중을 위한 예술을 주창한 워홀은 예술의 민주화를 이끌며 대중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앤디 워홀은 가난한 어린 시절 때문인지 "돈 버는 예술이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말했을만큼 부와 명성에 집착했다. 예술의 상업성에 대해 골몰한 그의 가치관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난다.

 

예술가라는 꿈을 위해서 당연히 부와 명예에 대한 욕망은 버리고 예술을 위한 예술을 위해 창작에 집중하며, 배는 곯더라도 내 작품 하나만큼은 완성시킨다는 포부를 가질 때가 많다. 하지만 전시를 보고 나니 대중과 예술의 세계를 동시에 겨냥하는 것, 돈과 예술에의 욕망을 모두 품은 예술가 또한 존재하며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더라고 위대한 예술이 탄생할 수 있음을 문득 느낄 수 있었다.

 

 

 

3.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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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섹션부터는 우리가 몰랐던 앤디 워홀의 사진, 드로잉 등의 작품과 그의 일상에 대해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사진에 큰 애정을 보였던 워홀은 흑인, 드랙퀸 등 당시 사진기 안에 담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피사체로 두고 여러 차례 촬영을 했으며, 여러 유명인의 얼굴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겨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주중 7일 간 파티를 하며 자유로운 화가이자 사진 작가, 영화 감독의 삶을 즐기던 워홀은 극본을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분노한 여성의 공격을 받아 총상을 입는다. 그 이후로 워홀의 작품 세계는 이전과는 다른 결을 띠게 된다. 워홀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고, 냉전 시대였던 당시 사회상을 담은 작품을 많이 선보이기 시작한다. 미국 대통령, 중국 국가 주석 등 여러 정치인들의 얼굴을 작품에 담으며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작품 안에 담아내기도 하였다.

 

부와 명예를 모두 쥔 예술가라도 사회적, 정치적 시선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그것을 작품에 투영해나가는 것. 이것이 전시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일반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고 소외시키는 사람들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 그들이 사는 현장에 녹아들어 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행위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또한 권력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작품 안에 창조해 사회상을 보여주는, 예술가가 행하여야 할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사회를 움직이는 예술의 힘을 믿는 예술가 지망생으로서, 앤디 워홀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은 앞으로의 예술 활동에 있어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4. 자신의 영역을 제한하지 않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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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은 미술뿐 아니라 여러 록 밴드의 앨범 커버를 만들고 직접 프로듀싱을 하는 등 음악 작업에도 관심을 보였고, 평생 드로잉 또한 게을리하지 않으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누구보다 성실히 일구어냈다.

 

만능 엔터테이너로 살아갔던 앤디 워홀. 하나의 분야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애정과 관심을 여러 예술 장르에 투영해낸 워홀의 엔터테이너적 태도 또한 눈에 들어왔다. 워홀은 화가, 사진 작가, 영화 감독, 음악 프로듀서 등 자신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확장해가며 혁신가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영상, 음악, 연극 등 예술 작품의 견고한 선이 흐려지고, 디지털 기술을 등에 업고 여러 융합 예술 장르가 탄생하고 있는 현재, 워홀이 가졌던 혁신가적 태도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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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몰랐던 작품 세계와 그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은 미술 문외한이나 앤디 워홀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세심히 구성되어 있다.

 

특히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욱 찾아가길 권한다. 워홀의 작품과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수십 가지의 태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현대 서울이라는 공간과 걸맞는 특별한 전시를 즐기고 싶다면,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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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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