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Good bye 쟝스트

글 입력 2021.04.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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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페퍼톤스 이장원입니다. 여기는 네이버 NOW.

언제나 음악과 함께 하는 곳/신곡을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곳,

<6시5분전>입니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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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7일 (1회)



언제나 기다렸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었다. 2019년 8월 27일. '네이버 NOW, 어디에도 없었던 새로운 오디오 쇼' 그 시작을 페퍼톤스 이장원이 함께한다는 소식이었다. 15주년 선물이었을까? 사실 페퍼톤스 두 멤버 모두 라디오 일일 특별 DJ, 고정 게스트 경험이 있고, 신재평은 과거에 EBS 라디오에서 DJ로 활약한 이력도 있다. 이들 중 누구라도 새로운 오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건 사실 크게 당황스럽지 않은 일이다. 두 사람 모두 유쾌하고 편안한 진행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꿈꾸고 기대하던 사실이었기 때문에 막상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이 놀랐고, 내 눈을 의심했고, 기뻤다. 동시에 '이제 이장원은 (우주 최고) 호스트 타이틀을 지닌 아티스트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슴 뛰는 첫 <6시5분전>이 어색하지만(호스트도 게스트도 제작진도 청취자도...!) 즐겁게 시작되었다. 이후 1년 8개월간 이어진 프로그램의 처음은 모두에게 낯선 모습이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나에게 여전히 어려운 진실이다. 시작이 반갑고 좋았던 것만큼 이장원의 진행을 평일마다 매일 들을 수 있는 현실이 영원하길 바랐고, 영원할 거라 착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6시5분전>의 시작을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지만 1년 8개월 매일 방송을 챙겨 듣지는 못했다. 평일에 6시가 다가오면 핸드폰에서 울리는 <6시5분전> 방송 알림에 서서히 익숙해졌고, 하교 시간에 즐겨 듣던 오디오 쇼는 코로나로 등교를 하지 않게 되자 조금 멀어졌다.


매번 일정한 시간에 울리는 알림을 확인하고 '오늘의 게스트는 누구네' 관심을 두다가도 나의 할 일을 하느라 미뤄두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면 그의 방송을 들었는데 그때마다 '왜 매일 듣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며 짧은 시간 동안 큰 행복을 경험하곤 했다. 그러던 올해 2월, 마음이 여유로웠던 어느 날 이장원 호스트와 게스트의 대화를 통해 <6시5분전>이 네이버 NOW 최장수 프로그램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어쩌면 이날 무의식중에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프로그램도 끝나는 날이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다시 그곳, 다시 빈손이지만

어렴풋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된 거야

 

계절의 끝에서(2012) - 페퍼톤스

 



2020년 4월 8일 (160회)



시작과 끝, <6시5분전>도 이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작년 4월에 이장원 호스트와 함께 신곡을 소개하던 신재평이 고정 게스트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그랬다.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6시5분전>이 더는 하교 시간의 즐거움은 되지 못했지만, 신재평이 고정 게스트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코너 '이것만은 알고 가'만큼은 친한 친구인 페퍼톤스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들을 수 있어서 자주 찾아 들었다.

 

2020년 4월 8일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동아리 면접을 앞두고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이것만은 알고 가'코너가 예고되었던 <6시5분전>을 가벼운 마음으로 틀었다. 내 방 침대 위로 지는 해의 따사로운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환경이었지만 유독 그날은 그 모습이 아름다웠고 이유 모를 기쁨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햇살이 닿는 침대 위에 누워 '봄 노래의 모든 것' 봄맞이 페퍼톤스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했다.


샤워해서 그런지, 봄바람이 좋아서인지, 내가 노래 소개해 주는 사람들이 좋아해서인지 오디오 쇼로 듣는 모든 곡이 나의 노래처럼 느껴졌다. 마음에 드는 곡들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제목과 아티스트를 잊지 않게 메모하고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그렇게 잠시 행복한 순간을 뒤로하고 나에게 주어진 해야 할 일(면접)을 하기 위해 오디오 쇼 정지 버튼을 눌렀다. 길었던 면접이 끝나고 나만의 시간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도 난 그날이 잠시 반짝이는 기분을 느꼈던 보통의 하루라고 생각했다. 오늘이 오오가가(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 신재평(선생님)의 마지막 고정 게스트 활동이었다는 사실을 듣기 전까지는.


벌써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날의 내방 풍경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마 영원히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평범한 날들 속에 존재하던 빛나게 특별한 하루를 만든 건 <6시5분전>이었다. 이후로 신재평이 프로그램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그는 안테나 소속사의 신곡을 들고 프로그램의 일일 게스트로 등장했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더라도 신재평이라는 사람은 존재하고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 그 사실을 알지만, 주기적으로 보던 완전체 페퍼톤스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 나의 마음은 침잠했다.

 

 

짙푸른 봄이 돌아오면

따가운 그 햇살 아래서

만나리라 우리들은

손꼽아 기다린 날처럼

 

청춘(2014) - 페퍼톤스

 



2021년 4월 16일 (425회)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난 금요일에 <6시5분전>이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6시5분전>에서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게스트가 장식했다. 신곡을 발매하지 않아서 출연하지 못했던 '페퍼톤스'가 그 주인공이다. 성실한 청취자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방송만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파이널 보너스 콘서트 THANK YOU'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마지막 방송은 호스트 이장원이 1년 8개월간 진행한 모습이 편집된 영상으로 시작했다. (보이는 쇼로 진행한 회차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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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NOW <6시5분전>입니다. 신곡을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오늘부로 신곡을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던' 곳이 될 것 같아요"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페퍼톤스는 평소와 같이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았고 이장원은 언제나처럼 멘트를 재미있게 해주었다. 그의 멘트가 마지막과 관련한 것들이었음에도 방송은 웃음이 흘렀다. 하나 달랐던 점은 지금까지의 <6시5분전>이 진행되던 장소 달리 페퍼톤스는 그리고 호스트 이장원은 무대 위에 있었다. DJ 마이크 앞이었던 지난날들과 달리 무대 마이크 앞에서 베이스를 맨 채 이야기하는 모습이 공연을 많이 하는 그에게 익숙해 보였다.


425회 방송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장원 호스트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줄 수 있는 감정을 그는 전혀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쿨내가 진동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는 끝까지 프로그램의 호스트답게 멋지게 마무리했다. 마지막 인사를 '말 대신 풍악으로 대신하자'라는 그의 선택은 진행자이기 이전에 밴드의 멤버, 뮤지션인 그의 정체성을 상기시켰다.

 

* * *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자주 영원을 염원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엔딩이 없었으면 좋겠고, 만나면 즐거운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는 헤어짐이 없길 꿈꾸고, 행복한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끝'이라는 건 분명 인생을 살면서 수백 번, 수천 번 마주하고 결국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게 아직 어려운 나에게 끝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일은 숙제와도 같다. <6시5분전>의 끝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고 아직 마지막이 주는 감정에 무뎌지지 못한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파이널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6시5분전>은 지금까지 진행한 회차에 대한 기록과 사람들의 마음속에만 남은 채 우리의 일상에서 떠났다. 5시 45분쯤 울리는 프로그램 방송 알림 없이 평범한 일주일이 지났다. 사실 1년 8개월간 평일 6시마다 흐르던 방송이 사라졌다고 크게 변하는 건 없다. 그냥 밥 먹다가, 공부하다가 문득 생각나면 나만 괜히 울적해지는 것뿐이다.


<6시5분전>의 호스트 페퍼톤스 이장원은 1년 8개월 동안 207팀, 510명의 뮤지션들이 신곡 발매 전 가장 떨리고 소중한 순간에 함께였다. 세상에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6시보다 5분 전에 신곡을 먼저 들을 수 있는 것은 뮤지션에게도, 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생각해 보지 못한 시도였고 그 시간을 이장원이라는 사람이 함께해서 더 좋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그는 필요한 말을 적절한 순간에 하는 사람이었다. 게스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줄 수 있게 했고, 어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치 있게 반응했다.

 

 

Hey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도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꾸길 바래

Good night Good bye

 

불면증의 버스(2008) - 페퍼톤스

 



어느 날 갑자기 큰 선물로 나의 삶에 등장한 <6시5분전>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번 주도 더 이상 새로운 방송이 올라오지 않는 뮤직 앱 VIBE를 열었다. 정돈된 단어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지금도 사실은 아쉬운 마음이 앞서고 있다. 1년 8개월이라는 어떻게 보면 긴 시간 동안 새로 만든 노래를 대중들에게 소개한 많은 뮤지션, 고정 게스트로 국내 및 해외 신곡 소개를 도와준 페퍼톤스 신재평,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 박희아 기자,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그리고 이렇게 많은 게스트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프로그램을 멋지게 진행한 이장원 호스트에게 고마운 마음도 가득하다.


이제는 <6시5분전>의 청취자로, 신재평(곡을 밌어하고 가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행복했던 감정만 남기고 프로그램을 정말 떠나보내려 한다. 프로그램이 끝나도 오디오로, 보이는 영상으로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장원 호스트(쟝스트)가 또 다른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시 대중들을 찾아올 날을 고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Good bye <6시5분전>, Good bye 쟝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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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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