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앤디 워홀의 예술적 철학, 그 화려함을 구현한 공간 속으로 - 더 현대 '앤디워홀: 비기닝 서울'

글 입력 2021.04.25 00: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훌륭한 사업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예술이다."

 


사진2_게티이미지코리아.jpg

 

 

앤디워홀의 예술적 철학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의 스튜디오를 ‘팩토리(공장)’이라 지칭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예술이 최고라는 그만의 철학. 앤디 워홀의 유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철학이 생겨난 시작점을 흐릿하게 느낄 수 있다. 그의 어머니는 미리부터 아들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곤 굳건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어머니와의 두터운 유대관계에서 앤디워홀의 예술적 재능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전시 더 현대 ‘앤디워홀: 비기닝 서울'에서는 그의 어머니와 관련한 작품을 전시 초반부에 배치했다. 나아가 피부병을 앓기에 때로는 내성적이었던 앤디워홀에게 그의 예술적 재능을 일찍부터 인정해주고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앤디워홀의 인생 연대기 순으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보니, 곳곳에 배치된 그의 어록 또한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좀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다.

 

*

 

‘Art is anything you can get away with (예술은 당신의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전시의 인트로와 1구간에 적힌 그의 말이다. 예술을 벗삼아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전반적인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시는 인트로 구간을 포함해 총 7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명성에 집착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던 앤디 워홀은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화려한 예술의 꽃을 피웠다.

 

해당 시기에 나온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가 전시의 첫 번째 구간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화려한 명성과 함께하던 앤디 워홀 작품을 초반 1,2구간부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좀 더 예술에 있어 전방위적이고 인간적인 앤디워홀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7.jpg

 

 

그 중에서도 전시 3구간과 4구간에 해당하는 곳에서 앤디워홀의 좀더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폴라로이드를 통해 사진 찍기를 즐겨했던 모습이 그가 전방위적 예술가라는 말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여러 유명인들의 사진을 찍고, 주로 실크스크린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 뉴욕에서 가장 핫한 예술가로 유명했던 앤디워홀의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기를 많은 유명인들이 바랬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당시 핫한 스타들, 유명인들의 사진도 어김없이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앤디워홀은 유명인들이 아닌, 길 위에서 만난 무명의 일반인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일반인들의 사진은 한 벽면에 함께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름 모를 사람들이라 그런 것이었을까. 오히려 더 그 인물의 감정만이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여장 남자, 이름모를 단발머리의 여성, 그리고 이들을 찍은 앤디워홀은 이렇게 말했다.

 

 

9.jpg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모든 것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이 말처럼, 어쩌면 그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아름다움보다는 자신만이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에 좀 더 몰두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앤디워홀의 작품이라 하면 마릴린 먼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레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만이 그의 예술적 스타일과 맞다고 생각했었다.

 

 

batch_1FF3ABB6-9987-4982-BB0B-9FA77E7CF435_1_105_c.jpg

 

 

그렇지만 앤디워홀은 오히려 유명세에 관계없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자신만의 예술로 작품화해나갔다. 상대적으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더 알려졌을 뿐이다. 나 또한 그를 단편적으로만 인식했던 한 대중으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앤디워홀이라는 예술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견해내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예술은 의미적으로도, 미적으로도 남다르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11.jpg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앤디워홀의 전방위적 예술의 면모는 그 다음 구간의 전시에서도 화려한 조명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비틀즈, 믹 재거 등 여러 유명 밴드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고 그들의 초상화를 담은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신예 록밴드의 매력을 미리부터 알아채고 그들을 위한 후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단순히 유명 밴드들의 앨범 커버 작업을 같이 한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깊이 있게 파고들었던 앤디워홀 그의 면모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들을지라도 자신의 직관을 믿고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행보에 함께했던 그의 행보는 우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특히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그의 행보를 작품들과 더 실감나게 감상하는 데에는 8-90년대 디스코 풍의 조명과 디스플레이 장식들이 한 몫하기도 했다. 화려한 색감의 벽지와 조명들 사이에서도 그가 참여한 앨범 커버, lp 디자인 등은 오히려 돋보이기까지했다.

 

*

 

그 외에도 그의 대표적인 작품 스타일로 잘 알려진 팝아트와는 또 다른 그만의 드로잉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꽃과 화병 등 정물화를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드로잉한 작품들을 통해 앤디워홀의 다채로운 예술성을 엿볼 수 있었다.

 

 

6.jpg

 

 

이렇게 음악, 사진, 잡지, 정치 등 본인의 예술 세계를 전방위적으로 넓히며 활동했던 앤디워홀의 세계를 화려한 공간 구성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앤디워홀의 삶을 마치 여행자의 입장이 되어 돌아볼 수 있었던 전시, ‘앤디워홀: 비기닝 서울'에서 신선한 감동과 자극을 느껴보길 바란다.

 

 

[이아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0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