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여름이 녹아든 노래를 부르자 [음악]

동시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르기엔 억울한 멜로디들
글 입력 2021.04.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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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어떤 주제로 오피니언을 쓸까, 많이 고민한다. 어떤 날은 확 꽂히는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가 있지만, 또 어떤 날은 일주일간 집에 틀어박혀 있던 시간만 생각나 곤혹스럽다. 이번 주는 후자였다. 시험 기간과 겹쳐 머릿속에는 당장 내야 할 레포트, 기획서 생각만 가득이었다. 오늘도 밖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커튼을 젖혀 보았다. 어제는 기온이 26도까지 올랐다. 바리바리 챙겨 온 간절기 재킷과 코트가 머쓱해진다. 달력을 보면 이미 꽉 차 있는 4, 5월 달력. '이렇게 금방 여름이구나' 생각하자 지난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코를 스쳤고, 뜨거웠던 내가 시야에 스쳤고, 머리 속에서는 그 모든 순간이 녹아든 노래가 흘렀다.

 

내 글을 쭉 읽어 보면, '대체 2020년에 어떤 여름을 보냈기에 매번 지난 여름을 언급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길 수도 있다. 내가 '지난여름 무새'가 된 첫 번째 이유. 올해는 재미있는 일이 없음. 두 번째 이유? 나에게 2020년의 여름은 정말 엄청나게 바쁘고도 행복하고도 아렸던 계절이었기 때문에.

 

2020 여름의 시작 역시 꽉 찬 달력과 함께였다. 나는 호기롭게 단편영화 연출로 나섰고, 공동연출이자 고생메이트가 된 두 친구와 함께 매일 더운 줄도 모르고 달렸다. 하지만 심각해져만 가는 바이러스 확산에 우리는 긴 고민 끝에 카메라를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 풀어 놓기에는 참 길고 긴 이야기지만, 조금은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우리는 정말 뜨거웠다는 것.

 

우리의 영화는 조금 오래된 시간을 배경으로 했다. 우리는 처음 연출하는 단편영화에 대한 열정과 설렘, 긴장으로 통장을 뒤지고, 중고시장을 뒤지고, 음악 사이트를 뒤졌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뜨거운 계절에 함께했던 그 노래들은 아직도 내 플레이리스트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듣기만 하면 도저히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는 건 단점이지만, 그때가 그대로 기억난다는 건 큰 장점.

 

이제부터 나의 2020년 7월, 8월이 담긴 노래를 소개하려고 한다. 동시대의 음악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르고 넘어갔다가는, 미래에 이 노래를 뒤늦게 알게 된 여러분이 날 원망할 수도 있으니.

 

 

 

1.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 동물원



 

 

보통 노래를 추천할 때면 라이브 영상을 권하곤 하는데, 이 노래는 꼭 음원으로 듣기를 권한다. 30초 이상 흘러나오는 단순한 멜로디와, 지하철역의 소음과 지직거리는 안내 방송.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나조차도 한순간에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마법 같은 30초다.

 

 

언젠가 우리다시 만나는 날에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했지

우리에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귀에 아직 아련한데

 

 

이 노래는 우리의 메인과도 같았던 곡. 매일 밤샘으로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며 골목을 누비던, 동묘의 각종 골동품을 보며 신기해했던 우리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가사 속 '그날의 노래'가 내게는 바로 이 노래다. 아직 귀에 아련한 이 노래를 들으며 언젠가 그 자리에 다시 설 수 있길.

 

 

 

2. 멈추지 말아요 - 무당



 

 

멈추지 말아요 당신뜻대로

사랑을 하세요 진실한 마음을

후회를 말아요 지난날 추억을

노래를 불러요 추억의 노래를

 

 

우리 영화 속 주인공에게도, 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해 주던 노래. 옛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LP 바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 음악 사이트를 파고 파고 들어가다가 발견하고서는 너무나 반가웠다. 세심한 일렉 기타 사운드로 가슴을 찌르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참 좋았다. 사실 가사를 잘 뜯어 보면 이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 귀에는 멈추지 말고, 후회를 말고, 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하자는 말들만 박혔던 것 같다.

 

 

 

3.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 김광석



 

 

흘러가는 인연과 시간을 수수한 멜로디와 리듬으로 노래하며 보내주는 노래. 도입부의 경쾌한 베이스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산뜻하게 숲 속 산책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스쳐가는 의미 없는 나날을

두 손 가득히 움켜쥘 순 없잖아


 

바쁜 여름을 보내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고 숨이 턱턱 막힐 듯 답답한 감정일 때면 이 노래를 들었다. 지금 머리 속에서 해결이 안 되는 스토리도, 꽉 찬 내일의 일정도 조금씩 풀리길 바라며 노래에 기댔고, 위로받았다.

 

 

 

4. 아주 오래된 연인들 - 015B


 

 

 

사실 이 노래는 지난여름의 노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최근에 자주 듣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김에 슬쩍 함께 소개해 본다. 1분 20초가 지나야 시작되는 노래. 하지만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기타가 순서대로 쌓이며 전주에 변주를 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화려해져 가는 리듬에 몸을 흔들다가, 크게 입을 벌리고 후렴구에 아카펠라로 등장하는 '빠빠빠'를 따라 부르는 것. 'hey yo you wanna dance'라는 매력적인 멘트로 시작해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오래된 연인 사이 권태를 노래하고, 'stop the beat'로 경쾌하게 마무리하는 곡 구성은, 곡이 나온 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들어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

 

내가 느낀 그 시절 음악의 강점이자 장점은, 시간을 잘 담아낸다는 것. 그 음악들과 함께한 시간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노래에 녹아들고, 이내 나만의 노래가 된다. 노래와 덧붙인 이야기들은 순전히 '나'의 이야기. '여러분만의' 노래가 어떻게 완성될지는 앞으로의 시간 속 이야기. 미래에 완성된 각자의 노래를 듣고 부디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건하 tag.jpg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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