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축구에 빠지게 된 이유 [사람]

맨날맨날 축구보고 싶다.
글 입력 2021.04.23 11: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soccer-488700_640.jpg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아, 하는 거 말고 보는 거. 운동신경이 없기도 하거니와, 운동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어린시절부터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올림픽을 하거나 월드컵을 하면 그때만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챙겨보면서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정도였다. 내가 아는 유명한 외국인 축구선수는 메시와 호날두가 다였다. 내가 아는 축구클럽도 메시의 바르셀로나, 호날두의 레알마드리드,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인생을 180도 바꾸게 될 만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오늘 나는, 내가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와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olympia-4587056_640.jpg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가장 강렬했던 첫 번째 축구경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였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그냥 올림픽 시즌이니까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봤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때부터 축구 국가대표 경기는 꼭 챙겨봤던 것 같다. 룰이 상대적으로 복잡하지도 않고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스포츠라 그랬는지, 축구 경기는 눈에 불을 키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날은 우리나라의 3,4위 결정전이자 한일전이기도 했다. 3,4위 결정전이라는 것은 이 경기에서 이긴 팀은 동메달을 딸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경기를 뛰게 될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경기였다. 거기다가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과의 경기니, 당연히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당시 경기가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새벽에 눈이 번쩍 떠져서 급하게 거실로 나가서 경기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깨어났을 당시에는 이미 박주영 선수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라도 일본이 골을 넣지는 않을까 너무 긴장하면서 봤던 탓에 주무시던 부모님을 깨워서 같이 보자고 졸랐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결승골이 되었던 구자철 선수의 골이 터졌을 때, 난 정말 놀랐다. 우리집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지만 옆집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신난 사람들의 환호와 웃음소리가 내 귓가를 맴돌았다. 너무 깜짝놀라서 부모님한테 "아무도 안자고 다 보고있었나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때 느꼈다. 아, 축구라는 스포츠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것을.

 

*

 

그리고 한동안은 정말 축구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냥 축구를 하면 하나보다 하면서 보고, 굳이 찾아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내 삶이 조금씩 더 바빠지면서 런던올림픽 때 느꼈던 여러가지 감정들은 서서히 잊힌 것이다. 올림픽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18년. 나에게 정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 생긴다. 크게 다치고 만 것이다. 허리 쪽을 심하게 다쳐서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고, 학교에 가도 아파서 틈만 나면 조퇴하기 일수였으며, 정말 가만히 누워있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난 이 시절이 내 인생에서 제일 우울했던 시절 중 하나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에겐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시작된다.

 

난 아프니까 매일매일 누워서 티비만 보고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월드컵도 챙겨보게 되었다. 아픈 와중에 생긴 하나의 큰 이벤트였기에 관심이 생겼고, 인터넷으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면서 월드컵을 기다렸다. 그리고 대망의 첫 경기때, 우리나라는 지고 말았다. 우리의 조는 강팀들이 있던 조였고, 언론에서는 스웨덴전에서 승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아쉽게 1대 0으로 지고 말았다. 그 1점차의 아쉬움이 나를 다음경기까지 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다음 경기는 더 어려우면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멕시코와의 경기였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에는 2실점이나 했다. 이미 지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손흥민 선수의 멋진 추격골이 나왔다. 언론에서 듣기로는 손흥민 선수가 그렇게 잘한다는데, 정말 잘하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경기도 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추격골이 터졌기에 더욱 더 아쉬웠다. 그래서 한 경기 더 챙겨보기로 했다. 바로 독일과의 경기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독일은 제일 까다로운 상대인 것 같았다. 이길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희망은 품지 않은 채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근데 내 생각보다 우리 선수들이 잘 했다. 독일 선수들의 슈팅은 조현우 선수의 멋진 선방으로 다 막혔고, 0대 0인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무승부만 해도 잘한거라는 여론이 대다수였지만 난 기왕 이렇게 된 거 꼭 이기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정규시간 90분이 흐르고 긴 추가시간이 나왔다. 그리고 진짜 놀랍게도 김영권 선수의 선제골이 터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누워있던 내가 일어나서 자세를 잡고 앉았다.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고, var 체크를 하길래 제발 골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서 화면을 지켜봤다. 그리고 골이 선언됐다.

 

너무 좋았다.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경기가 끝을 달리면서 상대팀 골키퍼 노이어가 골문을 비우고 필드 플레이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얻은 대한민국의 기회. 손흥민 선수는 공을 잡기 위해 달려갔고 빈 골대로 공을 집어넣었다. 추가시간에 나온 2골, 2대 0. 완벽한 대한민국의 승리였다. 주위에서 모두 안된다는 말을 했지만 선수들이 성공한 것이다. 사실 독일전 당일날 나는 허리가 너무너무 아파서 조퇴를 한 후 계속 누워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마지막 골이 터진 순간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픈 게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너무 대단했다.

 

*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축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강팀과 약팀이 있더라도 결과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점. 공은 둥글다는 점. 90분동안 내가 아픈것도 싹 잊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축구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월드컵에서는 약팀이었고, 독일은 강팀이었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기지 않았나. 경기 결과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손흥민 선수의 토트넘 경기도 챙겨보게 되었고, 그 뒤에 있었던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U-20 월드컵까지 다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아팠을 때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축구가 이젠 내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매일매일 토트넘의 경기가 있을 때만을 기다리고, K리그도 챙겨보게 되었다. 경기 결과에 웃고 우는 사람이 되었다. 힘들 때는 내 기억에 남았던 레전드 경기들을 돌려보면서 그 때 행복했던 기억들을 다시 되살리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삼곤 했다.

 

여전히 나는 축구를 즐긴다. 그리고 축구 팀을 응원한다. 그 팀이 잘하든 못하든, 항상 집 안에서 지켜보면서 팀의 승리를, 우승을 바란다. 팀을 응원한다는 자체에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경기를 기다리는 그 순간에서의 설렘을 즐기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축구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다. 물론 지는 날은 아쉽고, 기분이 안좋기도 하지만 다음 경기를 기다리며 다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일 중 하나가 축구를 좋아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긍정적인 에너지, 활기찬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축구 한경기 보는 건 어떨까?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찬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민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