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3줄 정리 부탁드려요 [문화 전반]

네 생각대로, 생각 포함하지 말고 3줄로 부탁해
글 입력 2021.04.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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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다. 3줄 요약 좀요.'

‘그래서, 핵심은?’

 

 

유튜브나 다른 익명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댓글을 자주 접할 수 있다. 3줄 요약, 한 줄 정리. 과연 이것이 흔하게 여겨지는 ‘밈’에 불과할까? 나는 이러한 댓글이 현재 10대, 더 넓게는 10대가 될 아이들과 20대 초반의 성인들의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요즘 많은 사람이 쓰는 인별그램에서 얻은 재미있는 댓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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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 프린세스’. 줄여서 ‘핑프’는 인터넷을 통해 노력도 하지 않고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만큼 요즘 시대에는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고, 과거와 달리 그 정보의 질 또한 우수하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인 만큼 객관적인 정보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의견이 섞인 글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나 현대 사회의 많은 젊은 층은 객관적인 정보와 타인의 의견에서 꼭 ‘3줄 요약’을 원한다. 즉,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를 돌려 묻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댓글에 3줄 요약을 1줄까지 줄여서 해주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3줄 요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좀 읽어봐라’의 대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불편함에 슬쩍 동의를 던지는 바이다.

 

 

 

3줄 요약해주세요. 아, 네 생각은 빼고요



누군가가 외치는 3줄 요약은 편협한 정보를 담고 있는 3줄이 아니다. 긴 글 속에서 핵심만 고른, 정확한 분석만을 담고 있는 3줄을 바라곤 한다. 하지만 이는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다를 게 없다. 다시 말해서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명료한 주장문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누군가가 맞고 누군가가 틀리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와 또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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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3줄 요약은 더욱 위험하다. 글을 쓴 사람과 요약하는 사람의 관점이 다르다면 원 글과는 전혀 다른 요약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학교 내에서 요약하는 방법 등을 배우지만, 이 배움만으로 세상에 있는 모든 글의 관점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3줄 요약을 원했던 사람은 글쓴이의 관점이 아닌 요약하는 사람의 관점이 담긴 3줄을 받게 된다. 즉, 타인의 관점이 첨가되지 않은 담백한 3줄을 원했지만, 본 글보다 양념이 더욱 쳐진 제삼자의 3줄을 받아보는 것이다.

 

 

 

3줄보단 3문단, 3문단보단 3권


  

책을 읽기에 쉽지 않은 현실인 건 사실이다. 소설책이든 칼럼이든 심적 여유가 있어야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현재 매운맛 속에서 펄펄 끓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 청년들은 심리적 여유도 없고 억지로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다. 그들에게 여유는 사치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글을 향해 ‘3줄 요약’을 외칠 수는 없는 법이다. 시작은 ‘기사’이다. 여러 플랫폼에 즐비해 있는 기사 중 하루에 3개를 골라 읽어보는 것이다. 신문과 달리 인터넷 기사는 폰트도, 글자의 크기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으니 그 부담은 덜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댓글을 먼저 보지 않는 것이다. 연예면이야 댓글이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사회면은 그렇지 않다. 댓글을 먼저 읽고 기사를 접하는 순간, 투명한 색안경을 끼게 될 위험이 있다.

 

기사를 읽을 때는 조사 하나까지 빠짐없이 읽는 게 좋다.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어떠한 동사에 어떠한 주어를 사용했는지 꼼꼼하게 보는 것이다. 일주일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 다음 주부터는 없어진 줄 알았던 기억까지 조금씩 누적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3문장에서 시작했던 내가 3문단을 읽고, 하루에 3권 분량의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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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3줄 요약을 외치는 대신 타인의 3문단을 나의 언어로 요약해보자. 이는 고급스러운 취미를 들리려는 것도, 바쁘고 지친 나의 하루에 짐을 얹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나의 언어를 가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나의 언어는 곧 나의 관점이 되고, 흐트러졌던 나의 시야를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여러 문단은 3문장까지도 필요 없다. ‘3줄 요약 말고 그 시간에 짧은 글을 한 자라도 더 보자’.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안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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