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정한 클래식 - 어느 날 내게 다가온 클래식

글 입력 2021.04.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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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릴 적부터 항상 들어왔던 것 같다. 유명한 클래식 곡들은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고, 전주만 들어도 어떤 음악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운명>이나 쇼팽의 <녹턴> 같은 곡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클래식을 떠올리면, 어렵고 또 어렵다. 게다가 어떤 편견이 자리 잡아 큰 공연장에서 잘 차려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감상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지루하고 우아한,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음악의 장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대중음악에 익숙했던 나는 가사가 없는 클래식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클래식에 빠지게 된 운명 같은 계기가 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3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학교가 끝나면 입시를 위해 저녁을 대충 먹고 쏜살같이 독서실로 간다. 그리곤 독서실에 앉아 몇 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공부한 후, 세상이 깜깜해지고 달빛만이 가득할 때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잠을 뒤척이다 결국 몇 시간 후 날이 밝고 피곤한 얼굴로 마치 끌려가듯이 학교로 간다.

 

아무런 재미가 없던 시절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대중음악을 들으면 가사가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고, 흔히 '수능 금지곡'이라고 불리는 곡들을 잘못 듣기라도 하면 문제 풀 때마다 가사가 떠올라 무지 애를 먹었다. 당시 나에게 유일한 위로였던 음악은 원수가 되었고, 음악을 끊고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도 잘 찾아보지 못하던 때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독서실에 흐르는 곡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곡의 제목은 잘 몰랐는데, 클래식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지루하고 재미없게 들렸던 클래식에 깊은 위로를 받은 것이다. 가사도 없고 잔잔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을 울리고 날 따스하게 감싸는 그 곡의 온기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핸드폰에 검색을 해서 겨우 음악을 찾았는데, 그 곡은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곡이었다.

 

음악 책에 등장하는 쇼팽,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드뷔시'라는 음악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름마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서 더욱 관심이 갔던 것 같다. 게다가 '달빛'이라는 곡은 제목처럼 은은하고 우아한 매력이 있었고, 따스함마저 가득했다. 독서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매일 마주하는 달빛과 밤의 분위기와도 매우 잘 어울렸고, 그 곡을 들으면 달빛에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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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조금씩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클래식 곡들을 찾아 들었다. 물론 모든 클래식 곡이 마음에 들고 나를 울렸던 건 아니다.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달빛을 만나기 전과는 클래식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태초부터 잠이 많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에 쏟아졌던 내가 입시로 인한 불안감에 불면에 시달리는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켜두고 눈을 감으면 마치 클래식 음악이 나를 쓰다듬어 주는 것 같은 위로와 따스함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잠에 들 수 있었고, 요즘도 가끔 잠이 안 오거나 마음이 소란한 날에는 클래식을 켜두고 잠에 드는 습관이 생겼다. 참 신기한 일이다. 마치 마법처럼 한순간에 클래식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클래식에 관해 공부를 하고 더 깊게 클래식을 탐구하고 싶어도, 시중에 있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 곡에 대한 분석이나 기술적인 면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나처럼 클래식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다정한 클래식>은 이런 편견을 깨주고, 쉽고 다정한 언어로 클래식에 관해 설명해 주고 있다. 게다가 곡의 탄생 배경과 작곡가의 삶, 그 안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정말 쉽고 다정하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었다.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라는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클래식을 사랑하고,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좀 더 독자들이 클래식의 매력을 느끼고 쉽게 다가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 고민의 흔적이 책에도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깊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곡과 작곡가의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고 나니 어떤 곡은 더욱 애정이 가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드뷔시의 '달빛'에 관한 내용도 책에 담겨 있다. 미술의 인상주의 화가에 모네, 르누아르 등이 있다면, 클래식의 인상주의 작곡가에는 드뷔시가 있다. 드뷔시의 곡을 들으면 정확하고 이해가 된다기보다는, 어떠한 풍경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풍경 안에 내가 있다. 분명하진 않지만 따스한 그런 풍경에 초대된 느낌이 든다. 드뷔시는 프랑스 출생으로, 음악과 인연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그 뒤로 음악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의 곡은 규칙과 질서가 없고 개성이 넘쳤기에 유학을 갔던 로마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 뒤로 파리로 돌아와 자신의 개성 있는 음악을 담았다고 한다. 드뷔시는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 세계를 추구하고자 했는데, 그의 곡을 듣다 보면 전통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이런 작곡가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니 곡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고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아래는 드뷔시가 '달빛'을 작곡하며 참고했다는 폴 베를렌의 시 <하얀 달>이다. 이런 시를 참고한 지 몰랐는데, 시를 읽고 달빛을 들으니 곡에 대한 이해가 더욱더 높아지는 것 같다.

 

 

하얀 달이

숲에서 빛나고

가지마다

우거진 잎사귀 사이로

흐르는 소리

오, 내 사랑이여.

 

깊은 겨울

연못에 드리운

버드나무의

검푸른 그림자는

바람에 흐느끼네

 

별들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하늘에서

크고 포근한

고요가 내려오는 듯

아득한 이 시간

 

- 폴 베를렌 <하얀 달>

 

 

작가의 바람처럼, 내 플레이리스트에 클래식 곡이 차지하는 지분율이 매우 높아졌다. 게다가 책에 소개된 곡뿐 아니라 다른 곡들도 찾아서 듣고 있다.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주고, 클래식과 더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책과 저자에게 매우 감사드린다. 또한, 유튜브 채널도 구독해서 영상을 보고 있는데 영상으로 보니 더 잘 이해가 되고 재밌는 부분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빨리 책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에 한 발짝 더 다가간 느낌이 들어 매우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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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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