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 이야기, 그런데 이제 클래식을 곁들인 - 다정한 클래식

클래식 읽어드립니다
글 입력 2021.04.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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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그런데 이제 클래식을 곁들인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지만 내가 가장 클래식을 많이 들은 시간은 아마 뱃속에 있을 때. 남들과 조금 차이가 있다면 세상에 태어난 뒤로도 많이 들었다는 것. 엄마는 태교만을 위해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아니었고, 오히려 나를 임신했을 때는 내 창의성을 길러 주고자(?) 여러 장르의 노래를 섞어 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꽤 오랜 시간 동안 내 아침을 깨워 주는 건 엄마의 목소리와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애지중지 아끼던 아이리버 MP3로 91.9, 89.1 MHz에서 가요가 나오는 라디오만 듣던 나와 달리 엄마는 늘 커다란 검정 라디오로 106.1 MHz, 김동규 님이 진행하시는 라디오를 들었다. 그 덕에, 바리톤이 뭔지는 몰라도 '바리톤'이라는 말 자체는 참 익숙했다.

 

그렇게 오래 들어도 고등학교 때 한 번씩은 한다는 청음 수행평가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 수행평가 직전, 도입부에서 특징으로 뽑아서 기억할 게 뭐가 있을까,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했던 시간만 떠오르는 걸 보면. 이렇듯, 클래식은 그림보다도 내게 조금 더 어려웠던 것 같다. 한마디로 외우기 어려웠고,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유난히 그림은 좋아했지만, 내 주변에는 충분히 다른 음악도 많았던 탓인지(케이팝이라든지...케이팝이라든지) 클래식은 점점 더 찾아 듣지 않게 되었다.

 

나는 피아노가 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였다. 나는 콩쿠르에서 낙선 한 번, 최우수상 수상 한 번만을 기록한 '체르니 30'짜리 학생이었지만 4살 차이 나는 언니는 촉망받는 피아노 인재였다(물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언니가 작은 디지털 피아노로 치던 '흑건', 주말 아침 엄마의 신청곡이었던 '학교 가는 길'. 그 옆에서 효과를 바꾸고, 소리를 줄이며 혼나면서도 장난치던 내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작가의 이야기, 그런데 이제 클래식을 곁들인


 

'안단테 소스 테누토'. 음과 음 사이를 채우며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1막 2장 '클래식에 빠지다'의 부제다. 작가는 자신과 독자의 사이를 이야기로 채우며 천천히 함께 클래식에 다가간다. 보통 어떤 예술작품이든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가 배가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작곡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 작곡가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작가, 즉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마치 흔히 말하는 '영업 글'을 읽는 느낌이랄까?

 

특히 1막, '내 삶은 언제나 클래식이었다'에는 작가의 개인 에세이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클래식 입문서에서 작가의 군대 이야기까지 들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러나 적절한 분량과 적절한 재미, 교훈을 가진 에피소드들이니 편견 없이 책을 펼쳐 주시길). 우리가 평소에 상황마다 맞는 가요를 듣는 것처럼, 작가는 자신이 겪은 상황마다 어울리는, 떠올랐던 클래식 곡들을 소개한다.

 

작가의 삶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그대로 작곡가와 곡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클래식과 나의 거리를 줄여 줄 만한 이야기는 책 전반에 고루 분포해 있었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 부분에서 클래식이 확 다가온 것 같다. 내 삶에 함께하는 음악이, 기억을 되돌아봤을 때 내 삶 그 자체로 녹아들었듯 누군가에게 클래식을 만드는 것은, 혹은 듣는 것은 또 다른 삶의 방식임을 알았다.

 

 

 

보충수업, 그런데 이제 클래식을 곁들인


 

보통의 클래식 입문서에서 기대할 만한 부분은 1막에서 대부분 끝이 났다. 2막의 시작은 클래식 상식이다. 마치 더 상세하게 배우는 보충수업 같은 느낌. 특히 그 뒤 이어지는 클래식 감상하는 방법은 1대1 나머지 수업 같이 느껴졌다. 분명히 작가와 독자의 실시간 소통이 없는 '책'임에도 내게 맞는 감상법을 찾을 수 있었다(나는 쇼팽과 슈베르트의 곡을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공연장에서의 매너까지 알려주면서 입문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평소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에도 늘 관심이 많다. 물론 클래식 음악에 쓰이는 악기는 더 생소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전 오피니언에서도 소개한 밴드 '루시'와 '호피폴라'가 각각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를 멤버로 두고 있는 것처럼 장르 간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호피폴라의 홍진호 첼리스트의 경우 팀 내 일렉 사운드와의 화합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책 속에서 '낭만주의 이후 첼로는 명실공히 독주 악기다'라는 글을 읽은 후에는 그 모습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클래식 이야기, 그런데 이제 친절함을 곁들인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봤다. 성악가다운 안정된 톤이 편안하게 들렸다. 마치 '다정한 클래식' 책의 오디오북 버전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발행 순서는 유튜브 영상, 책 순으로 그 반대지만) 독자들의 삶이 좀 더 '클래식'해지기를 바라며 쓴 책. 사실 한 번 읽기엔 아깝고, 아쉬운 책이다. 제법 두껍고 정보량이 많기도 하고. 정말 여유로울 때 한 곡 한 곡 노래와 함께 읽어 보고 싶다.

 

마침 책을 덮었는데 뒤표지에 쓰인 프롤로그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책은 그만 덮어두고 음악이나 찾아 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역할은 충분히 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아무래도 작가가 원하는 모범 독자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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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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