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은 추억을 담는 서랍이다 - 다정한 클래식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가 알려주는 삶에서 클래식 찾기
글 입력 2021.04.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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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과거 역사에선 왕실과 귀족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귀족의 몰락과 함께 시대가 변하며 누구나 들을 수 있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었다. 심지어 유튜브를 통해 집에서 누워서도 들을 수 있다.

 

 

 

 

<다정한 클래식>은 일상이라는 소재 안에서 클래식을 가져와 우리에게 클래식을 편안하게 건네준다.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김기홍은 고등학생 때 연극 공연에 서며 운명처럼 다가온 무대에 대한 애정을 키웠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일념으로 성악을 전공했다. 현재는 아카펠라 그룹 나린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성악 전공을 하며 체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클래식을 일상의 여러 시기에서 녹여내었다.

 

이 책은 총 1막, 2막,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막마다 딸린 챕터에는 poco a poco 같은 빠르기말을 적어놓아서 챕터 별 분위기를 알려준다. 1막에서는 '김기홍'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배경음악처럼 재생될만한 클래식이 준비되어 있다. 2막에서는 내 삶을 좀 더 클래식하게 만드는 약간의 지식이 수록되어 있다. 클래식에 사용되는 악기, 클래식 음악의 종류 등 클래식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3막에서는 모두가 사랑할 클래식의 곡 리스트가 관현악, 피아노, 오페라 등 분야별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음악들과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나만의 감정을 듬뿍 담은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무대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작품번호 67 <운명>

 

 

김기홍 작가의 유년시절이 담겨있던 1막의 한 챕터가 떠오른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막연히 남들 앞에 서고 싶은 꿈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연극 오디션을 권유했고 설렘과 흥분의 감정과 함께 삶의 에너지가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그 에너지 덕분인지 오디션은 합격했고, 그는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서로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는 '무대는 나의 운명'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에게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 운명의 순간과 함께 작가는 베토벤에게 닥쳐온 운명을 서사한다. 가혹한 아버지에게서 교육받으며 네 살 때부터 하루 8시간 이상을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 이런 아버지 아래 자라면서도 베토벤은 어머니 덕분에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17살 때 세상을 떠났고 20대 중반 청력 상실이라는 가혹한 운명이 베토벤을 기다렸다.

 

 

나를 붙드는 것은 오직 예술뿐이다. (중략) 자, 됐다. 나는 기꺼이 죽음 앞으로 나아간다. 나의 예술적 가능성을 펼쳐 보이기 전 죽음이 찾아온다면, 그것은 죽음이 너무 일찍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일찍 다가오더라도 나는 행복할 것이다. 죽음은 나를 이 끝없는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테니까. 죽음이여, 언제든 오라. 나는 당당히 앞에서 너를 맞으리라.

 

- 루트비히 판 베토벤(하일리겐슈타트에서 1802년 10월 6일)

 

 

가혹한 운명 앞에 베토벤은 당당하게 마주했다. <운명>교향곡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운명의 노크 소리와 이에 맞서는 몸부림으로 시작된다. 1악장이다. 강렬하게 찾아온 운명을 마주한 우리는 혼란에 휩싸인다.

 

매 악장에 대한 느낌과 해설, 작곡가의 생애와 삶의 배경 그리고 작가가 경험하고 느끼며 클래식을 삶에 녹여낸 일화는 우리의 추억에도 클래식이 덧입혀지게 되고 클래식의 감동이 독자의 마음에 와닿기에 충분했다. 제목 그대로 클래식을 다정하게 알려주기에 매일 조금씩 꺼내 읽고 싶은 클래식 입문서이다.

 

이 책을 음미하며 읽는 방법이 있다. 각 장마다 소개하는 클래식 곡이 있다. 그렇다면 그 음악을 재생시켜놓고 음악에 따라 텍스트를 읽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길고 길었던 클래식 음악의 서사가 보이면서 더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마치 전시회에서 도슨트에게 작품 해설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작곡가가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 악기로 분위기가 이렇게 연출되는구나, 3악장에서의 감정이 4악장에서 이렇게 풀리는구나!' 클래식에 담긴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음악을 듣는 즐거움과 음악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클래식은 우리의 추억을 담는 서랍


 

음악은 각각 고유의 분위기를 품고 있다. 필자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있지만 클래식은 듣고 싶은 특정한 기분일 때 듣는다. 마음에 평온을 불러들이고 싶을 때, 삶의 고귀함을 느끼고 싶을 때 주저 없이 클래식을 재생했다. 이번에 이 공식이 깨어질 것 같다. <다정한 클래식>에서 클래식에 추억을 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소설 <물 만난 물고기>에서 음악 속에 추억을 넣고 다니기에 음악은 서랍이라고 했다. 클래식은 우리의 일상을 떠올릴 수 있는 훌륭한 서랍 같은 의미가 되었다.


분위기로만 즐겼던 클래식이 <다정한 클래식>을 통해 서사를 담고 있는 조금 더 친근한 클래식이 되었다. 실제로 필자의 귀에 계속 맴돌며 기분을 황홀하게 하는 인생곡이 생겼다. 1막 3장에 소개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작가가 느꼈던 감정처럼 나의 추억 중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순간을 담는 음악이 되었다.

 

클래식은 영혼을 맑게 해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다정한 클래식>을 향유하며 위로받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또 삶에서 클래식을 찾는 기회가 되고, 클래식이 덧입혀진 아름다운 일상을 얻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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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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