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는 이방인이 되지 않기를 [사람]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글 입력 2021.04.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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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장애인 친구가 없는 이유”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으면서 몇 년 전 들었던 위 문장이 떠올랐다. “당신에게 장애인 친구가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정의당 소속 장혜영 국회의원은 강연을 했었다. 처음 이 구절을 마주했을 때는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부끄럽게도 필자 주위에는 장애인 친구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조차 학급 반에 있는 장애인 동급생에게도 ‘친구’ 보다는 ‘도우미’로서 다가간 적이 더 많았다. 성찰의 글을 몇 번씩 쓰고 지우면서, 인상 깊었던 미술 작품과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품 : 살아있는 비너스, <임신한 앨리슨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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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앨리슨 래퍼>는 마크 퀸이 만들었고, 영국 트래펄가 광장에서 2년 동안 전시되었다. 이 트래펄가 광장은 당시 영국 해군이 이긴 트라팔가르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고, 광장에는 총 4개의 좌대 중 하나의 좌대가 남았는데, 이 비어있는 네 번째 좌대에 전시된 작품이 <임신한 엘리슨 래퍼>였다. 당시 작가들에게 의뢰를 받아 시행된 ‘제4좌대 프로젝트’를 통해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모델은 ‘앨리슨 래퍼’로, 그는 선천적으로 팔, 다리 없이 태어났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고 예술 활동을 한 구족화가 겸 사진작가다. 또 “살아있는 비너스”라고도 불리는 만큼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여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밀로의 비너스를 보고 자신의 몸을 주제로 활동을 했으며, “나의 장애는 내 인생에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라는 발언으로 일반적인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녀는 임신 후 건강한 아이를 낳았으며 그녀의 모습에 영감을 받은 마크 퀸은 그녀의 8개월 된 임신한 몸을 작품으로 제작했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꼬집다.


 

마크 퀸의 작품은 고대 조각상들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고대 조각상 중에는 오랜 역사를 지내면서 깨어지고 훼손된 부분이 많지만, 그 조각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는 관객 또한 아름답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러한 예술 작품을 보는 시선과 신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 향하는 시선이 다르다. 이러한 문제를 자각한 마크 퀸은 신체장애인 역시 그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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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역시 장애인은 도움을 받고 지원받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많다. 정의당 국회의원이자 <어른이 되면>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장혜영 위원은 이러한 차별에 대한 인식과 맞서 싸운다. 위 영화는 장혜영 위원의 동생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이다.


장혜영 위원은 발달 장애인 동생에게 주위에서 “어른이 되면 해요.”라며 달래는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은 장애인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아이의 존재로 제한하는 것이며, 완전하지 못한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적 인식이 내재 된 것이었다. 이후 그는 한 라디오에서 “당신에게 장애인 친구가 없는 이유”로 인터뷰를 했다.


작품 <임신한 앨리슨 래퍼> 역시 이러한 장애인 인식에 대해 꼬집었으며 많은 이들에게 장애는 문제점만이 아니라고 확실히 보여주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어려운 점이 많기에.


선거 용지에는 이름 밖에 적혀 있지 않아 시각 장애인과 발달 장애인의 참정권이 침해되고, 간접적인 불합리한 차별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너무나 많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 설치되었던 앨리슨 래퍼 조각 작품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차별에 저항하는 작품들이 공공장소에 설치되어야 하며 장애인,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영화 :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다. <달팽이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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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팽이의 별에서 왔다. 나는 가장 귀중한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있다. 나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 동안 귀를 닫고 있다. 나는 가장 진실된 말을 하기 위해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내가 손가락 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자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마음을 열게 해 주는 천사가 있다.” - 달팽이의 별 시놉시스에서 발췌, 극 中 대사 일부


2012년 개봉된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은 24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 영화 장편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두 명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은 ‘조영찬’님은 시청각장애인이다. 그래서 달팽이처럼 촉각에만 의지하며 조금은 느린 삶을 살아간다. 그의 배우자 ‘김순호’님은 척추 장애로 조금 작은 몸집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영찬 님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아름다운 매개자이다.


감독은 장애인과 관련된 영화가 무조건 암울하지는 않다고, 밝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손끝으로 대화하여 서로의 마음을 읽는 부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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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시청각장애인인 헬렌 켈러는 미국의 사회사업가 겸 작가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선한 영향력을 끼친 위대한 인물이다. 이에 미국은 1968년 ‘헬렌 켈러 법’을 제정함으로써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복지 서비스, 보조기술 교육 및 직업교육과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시청각장애인은 약 1만여 명이나 되지만, 외부활동이나 의사소통이 어려워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청각장애인 임의 단체인 ‘손잡다’의 조원석 대표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헬렌 켈러는 알고 있지만, 시청각장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것 같습니다.”리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까지도 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국가정책은 부족하며, 촉감으로 수화를 하는 ‘촉수화’의 개념도 알려지지 못한 실정이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는 존재이기 이전에 비장애인과 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외면받고 있었다는 것,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함께 살아가는 그 당연한 일들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 역시 씁쓸했다. 달팽이의 별에서 온 이들도 더는 이방인이 되지 않기를, 앨리슨 래퍼처럼 그 자체의 빛이 인정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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