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배경음, 클래식 : 다정한 클래식

클래식에 얽힌 당신의 인생
글 입력 2021.04.1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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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향기만큼이나 기억을 가득 담고 있다.


2015년의 봄노래는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에 살던 기억을 불러오고, 2000년대의 가요는 수험생 시절 공부하던 기억을 불러오고, 크리스마스 캐럴은 붐비는 카페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신 메뉴를 주문하던 기억을 불러온다.


여기에서 말한 곡들은 대개 가요다. 그렇다면 클래식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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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클래식’의 저자는 1막 ‘내 삶은 언제나 클래식이었다’를 시작으로 클래식에 얽힌 자신의 인생을 풀어내며 책을 전개해 나간다. 이는 성악을 전공하고,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로서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만의 특별한 경험인걸까?


내게 클래식이란 어떤 기억을 가져다줄까.




제 1장. 클래식과 나



저자도 언급했듯, (내 또래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내게 처음으로 기억된 클래식은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연주곡들이다.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그 곡들은 제목은 몰라도 계이름으로는 외울 수 있을 만큼 많이 연습했더랬다.


가요나 재즈를 배우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피아노 교본의 클래식 곡을 치는 것은 늘 지루하고 어려웠다. 가요는 대강의 멜로디만 연주해도 그 곡의 느낌이 나는데, 클래식 곡은 아무리 연습해도 학원 원장님이 연주하는 것만큼의 느낌이 살지 않더란 말이다.


그래서 클래식은 늘 내게 어려웠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의 클래식은 과제였다. 음악수행평가에는 늘 음악을 듣고 곡의 제목을 정확히 맞추는 과제가 있었고, 그를 위해 맹연습하며 곡을 반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서 고난을 맞게 되는데, 도저히 선생님이 설명해주신 ‘비바람이 몰아치는’, ‘따뜻한 봄의 정취’, ‘사랑스럽고 귀여운’ 느낌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빠바밤-빰’, ‘따-따띠따’, ‘쿵쿵쿵’과 같은 추상적인 소리만으로 암기를 했다. 곡의 제목은 또 왜 그리 긴 것인지, 작곡가와 제목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위한 나름의 배려라는 것을 알았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브람스, 교향곡 1번’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학창시절 죽어라 암기했던 곡들의 대부분이 이 책에 실려 있었다. 여전히 곡의 연주기법과 추상적인 표현들은 와 닿지 않았지만, 곡과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와 체험에서 온 감정은 잘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그 때는 그렇게 이해되지 않고, 기억에 남지 않았던 멜로디들이 저자의 체험과 연결하여 다시 들으니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뉴욕의 광활한 자연, 높게 솟은 빌딩, 다양한 사람들에 압도된 드보르작이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의 웅장함을 담아 작곡한 <신세계로부터>와 대학에 막 입학해 거대한 대학 정문 앞에서 기대와 걱정을 안게 된 저자.


이야기와 함께 곡을 감상하다 보니 점차 ‘웅장함’, ‘경외감’ 같은 추상적인 표현들이 곡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 저자가 스스로를 클래식을 ‘읽어주는’ 남자라 표현했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제 2장. 클래식을 즐기는 법



수행평가에서 암기하던 곡들이야 지금에 와선 잘 듣지 않지만, 나에게도 좋아하는 클래식 곡들은 있다. 나는 피아노곡보다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좋아하는데,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현악기의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장 많이 재생한 곡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익숙한 멜로디와 적당히 빠른 속도의 바이올린 선율이 좋다.(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노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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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곡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자주 듣는 것만으로 이 곡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클래식을 즐기려면 곡의 전후사정과 곡의 내용, 전개를 알아야 할까? 클래식을 즐긴다는 건 무엇일까? 클래식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일단 익숙하고 짧은 곡을 들어보라 한다. 세탁기에서 나오는 음악부터 광고에 삽입되는 음악까지. 우리 삶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클래식 곡의 전체를 들어보라 말한다. 전체를 듣되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삶의 배경음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다 익숙해지면 특정 작곡가를 중심으로 곡을 듣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곡가를 골라내는 것이다. 작곡가에 대해 알게 되면 그들의 음악적 특성, 인생이 녹아있는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게 되고, 클래식을 자연스레 즐기게 되는 것이다.




제 3장. 브라보, 클래식



‘poco a poco(포코 아 포코) :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1막의 1장의 부제를 이렇게 정했다. 1막에서의 그는 클래식과 조우하고, 만남을 이어가려 노력한다.


이어지는 2장의 부제목은 ‘andante sostenuto(안단테 소스테누토) : 음과 음 사이를 채우며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2장에서의 그는 클래식에 입문하여 빠져들었으며,


3장의 부제목은 ‘appassionato con moto(아파시오나토 콘 모토) : 정열적으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저자는 듣기만 해도 귀가 황홀해지는 음악과 함께 그의 전성기를 이야기한다.


forte(포르테), piano(피아노), 좀 더 해서 moderato(모데라토) 정도밖에 모르던 나에게는 이렇게나 자세하고, 다양한 표현법이 존재한다는 것도 인상 깊었지만 이 모든 음악적 지시 말이 저자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사실 클래식은 천재 작곡가들의 비애, 운명적 사건, 정열적인 사랑 같은 극적인 이야기가 담긴 곡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삶과 동떨어진 것 같던 ‘고상한’ 클래식은 사실 무엇보다 우리의 삶을 잘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 점을 클래식에 엮인 저자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정말 거짓말처럼 클래식 콘서트에 가보고 싶어졌다. 콘서트에 자주 오는 사람처럼 익숙하고도 가볍게 클래식을 즐기다가도 알 수 없는 고양감에 벌떡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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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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