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금씩 아주 조금씩 poco a poco - 다정한 클래식 [도서]

이후 천천히 폭넓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게 스며 들어가다.
글 입력 2021.04.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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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소리를 내고 소리를 듣는 청각을 자극하는 음악 시간은 체육과 함께 아이들이 선호하는 수업 과목이었다. 그럼에도 음악 시간에 배우는 클래식은 참을 수 없이 지루했다. 선생님께서 클래식에 사용되는 악기들인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를 나열하기 시작하면 일단 교과서에 밑줄을 치고 들었다. 대한민국의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라는 상황 때문에 시험을 위한 공부로 받아들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 이후에 이어지는 클래식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도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던 클래식 연주회에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3~4분 정도의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대중가요를 즐겨들었기에 이보다 긴 시간을 연주하면서 정적인 클래식은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졌다. 친해지지 않는 클래식에 점차 거리를 두게 되었다.


클래식을 듣지 않게 된 이유로 취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도 있지만, 조금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몰랐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주자마다 곡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음색, 호흡에 차이가 있어 누가 연주하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작곡가에 대해서는 자주 사용하는 단조나 오케스트라 구성 등 더 복잡해진다. 입문자에게 가혹하리만치 높은 장벽에 점점 듣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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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덮어두고

음악이나 들어볼까?"

 


그런데 요즘 들어 잔잔하고 오래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이 듣고 싶어졌다. 취향이 변해서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집에만 있어서 등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저 잔잔하다고만 생각했던 선율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내가 느낀 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다정한 클래식』 책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저자는 다정한 태도로 클래식을 이야기했다. 클래식 입문에서 막혔던 기억 때문에 클래식에 선뜻 손을 뻗지 못했던 나와 같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었다. 클래식 음악 감상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책으로, 클래식을 읽어드린다는 문구는 더없이 완벽했다.


저자는 유튜브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로 내레이션하듯 클래식을 읽어준다. 재미있는 점은 행복하거나 슬펐던 개인적인 순간을 클래식과 연결 지어 이야기함으로써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클래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클래식을 일상 속에서 이미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에 흥미가 돋았다. 그래서인지 1막이 가장 인상 깊었다.


1막의 ‘언제나 삶은 클래식이었다’에서는 영화 <죠스>의 메인 테마곡을 연상케 하는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 김연아 선수가 08-09시즌 피겨 레퍼토리 곡으로 사용했던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같은 익숙한 클래식을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곡도 있고 완전히 처음 들어보는 곡도 있었다.


유명한 이야기가 깃든 곡에 대한 설명인가 싶지만,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순간마다 떠올랐던 클래식 음악들을 담은 것이다. 어린 시절 교육용 비디오로 접했던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청소년 시절 무대의 꿈을 갖게 해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대입 실패로 우울증을 겪을 때 위로가 되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이 있다.


그중에서 “책은 덮어두고 음악이나 들어볼까?” 했던 곡이 리스트의 <헌정>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단조였다. 전자의 경우 저자는 자신의 루틴과 함께 설명했는데, <헌정>을 들으면 차분해지면서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매번 과도한 긴장으로 실수해서 늘 고민이었는데 나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다.


후자의 경우 저자는 도입부부터 찬란한 선율이 울려 퍼지지만 곡이 끝날 때까지도 다시 등장하지 않는 부분에 주목해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누구에게나 눈부셨던 순간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와는 다르지만 또 다른 찬란한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을 듣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었다.


저자는 2막에서 작곡가의 삶, 작곡 배경 등 클래식 감상에 대한 상식도 친절하게 이야기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면서 우리를 직·간접적으로 클래식의 세계로 유도한다. 그러면서 독자가 책을 덮고 음악을 찾아 듣게 된다면 2막의 역할은 충분히 다했다고 한다. 물론 2막의 역할만 다 했다는 괄호 안의 말에 살포시 웃었다.


실은 처음부터 책에서 소개해주는 클래식과 함께 저자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클래식에 다가가고 있었다. 클래식을 작곡가와 곡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룬 것이 아닌 개인적인 일들과 연관 지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라든지 감상을 들려주었기에 더욱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고, 친해지고 싶어졌던 이유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이미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아직도 클래식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후 천천히 폭넓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게 클래식에 스며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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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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