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재와 사유

글 입력 2021.04.1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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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JTBC의 '싱어게인'에 출연했던 63호 가수 이무진님의 자기소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본인을 "노란 신호등 같은 가수다"라고 소개한 이무진님은 빨간색과 푸른색 사이에서 3초간 자신의 자리가 없음에도 꾸역꾸역 나와서 딱 3초간 빛나고 다시 들어가는 노란색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빛내는 모습이 꽤 감동적이고 자신과 닮았다고 말한다.

 

그 소개를 들으며 놀라던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아마도 시청자들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신호등을 보며 그러한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낸 그의 생각이 참으로 신선하면서도 대단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문득 이무진님이 떠올랐다. 어쩌면 첫 번째 사유가 신호등과 관련되어 있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문득 그의 삶은 사유와 함께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적힌 저자 이보균님의 사유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노란 신호등을 보며 자신을 떠올린 이무진님처럼 삶의 모든 것에서 사유하는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의 삶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정확히는 지금의 삶에 대한 생각이었다. 요즘 나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지금 나의 삶에는 사유가 있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은 "아니요"다.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사유가 어렵고, 자신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외부로 쏟곤 한다. (중략) 사유없이 바쁜 사람이 있다. 언뜻 보면 열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보지 못하는 열정은 맹목적이고 방향을 찾지 못한다. 맹목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나만 보는 것이다. 외골수적 쏠림이다.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사는 위험이 거기 있다. 어느 하나, 한 주장에 꽂히는 것이다. 그것만이 전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은 프롤로그부터 나의 양심을 콕콕 찔렀다. 내가 익숙하지 않아 나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외부로 쏟으며, 사유없이 바쁜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3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내고, 근무시간에는 업무만으로도 벅차다며 회사 생각뿐이며, 퇴근 후에는 체력이 다했다며 잠시 누워 핸드폰을 하다 그대로 잠이 든다.

 

출퇴근 시간과 회사에서의 시간을 빼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수면시간을 포함해 7시간 정도뿐이다 변명을 해봐도, 이 변명조차 사유없이 바쁜 사람임을 인정하는 증거만 될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나의 힘으로 나의 생각을 한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 책의 저자가 필자보다 바쁘면 더 바쁠 텐데 사유하는 삶을 살아온 것만을 보아도 '바쁘다'는 것은 정말 핑계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저자는 사유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할수록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서 있고 바른 눈으로 보는지, 편견을 거둬내고 보는지, 스스로 건네는 질문이며 사유라고 말한다. 지금은 이 사유가 어렵게 느껴지기만 한다. 자꾸만 내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으로 나를 채우고자 한다. 나의 생각을 남과 비교해보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자꾸 나의 것이라 생각해 버린다. 그것이 힘이 덜 들고,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유와 존재>는 계속하여 나의 것으로 나를 채우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의 사유를 함께하며, 사유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공감하고 사유하는 일에 조금씩 용기를 얻는다.

 

책을 읽으면 왜인지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나의 사유가 아닌 저자의 사유를 읽어나가는데 나에 대해 돌아보고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게끔 만든다. 책이 가진 힘일까, 사유가 가진 힘일까. 나를 채우고 있는 것이 나의 것인지 알고 싶어진다. 이를 글로 풀어나가면 나를 채우는 것을 정의하고 정리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나만의 것을 생각해본다.

 

저자는 살기 바쁜데 사유는 무슨 한가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러기에 더 사유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바쁨과 사유는 배타적이지 않다며, 사유를 통해 생명의 균형을 찾고 탐욕을 스스로 절제하며 충동이나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 진정한 사유라고 말한다. 이는 '바쁨'을 핑계로 인생의 많은 것을 회피하고 있는 내게 해주는 말 같다. 이 '바쁨'이 진정한 바쁨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삶은 존재의 여행이며, 존재를 느끼며 대화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자 사유와 공감은 항상 그 여행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저자의 말처럼, 핑계를 내려놓고 존재의 여행을 누리고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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