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친절이 바꿀 수 있는 것들, 타인의 친절

글 입력 2021.04.0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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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친절에 대해 좋은 일들만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에겐 하루에도 여러 번 그런 친절이 필요하고, 어쩌면 얼마되지 않는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도 있는데.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겅험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어 볼 수 있는 타인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감을 덜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

 

영화 <타인의 친절>은 낯선 뉴욕에서 저마다 길을 잃은 여섯 남녀가 오래된 러시아 식당에서 만나 각자의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 데이><언 애듀케이션> 등 독보적인 감성 연출로 유명한 론 쉐르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조 카잔, 타하르 라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케일럽 랜드리 존스, 제이 바루첼, 그리고 빌 나이까지 매력적인 할리우드 배우들이 총출동해 뉴욕에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론 쉐르픽의 섬세한 각본과 연출에 더불어 <타인의 친절>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바로 배우들의 연기다. 공개된 보도스틸은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한번도 뉴욕에 가본 적이 없어 두 아들과 급 뉴욕행을 결정한 여자 ‘클라라’ 역은 <빅 식>과 <루비 스팍스>로 국내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조 카잔이, 우연한 기회로 러시아 식당의 매니저가 된 ‘마크’ 역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로 연기력을 입증 받은 타하르 라힘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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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쉐르픽 감독은 오래 전 뉴욕에서 머물며 관찰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타인의 친절> 속 인물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명품 배우들이 맡은 여섯 명의 인물은 모두 각각의 이유로 조금씩 외롭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아무 관련이 없는 완벽한 타인인 여섯 남녀가 뉴욕에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될지, 어떻게 서로의 온기를 전하게 될지 궁금증을 높인다.

 

*

 

당신이 당신을 구원해야 한다는 말이 예전에는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란 생각에서였다. 이젠 그 뜻이 당신을 돕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회피만 해서는 안된다는 뜻임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구원하는 일이 힘듦을 때때로 느낀다.


뉴욕의 여섯 인물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무엇으로부터 자신이 도망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말하지는 않고 힘든 시간이 금방 끝나길 기대한다.

 

사랑에 배신 당하고, 내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던 아파트에서 쫓겨나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사람들이 하나 둘 스크린에 등장한다. 그들의 고난이 수렴하는 감정은 외로움과 피로감이다. 그럼에도 조금 남아 있는 타인에 대한 기대와 존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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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매일 죽음을 목도하는 직장에 다니느라 매우 지친 간호사이다. 그녀의 놀라운 점은 낯선 타인에게도 거리낌 없이 안식처를 제공하고 친절을 베푼다는 것이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지 못한 것을 '용서 모임'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했는지, 직장 밖에서의 일들에서 더 많은 웃음을 얻는다.

 

마약 중독자 형을 제 손으로 감옥에 보내고 그 자신도 전과자가 된 마크는 우연한 기회로 러시아 식당에서 일하며 삶에 활기를 찾는다. 이 또한 식당 주인의 무심한 듯한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크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회복하게 된다.

 

그가 클라라에게 가장 많은 친절을 베풀게 된 것은 초반의 그를 생각하면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제프는 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없고 무슨 일이든 금방 해고되고 말았지만, 그런 그에게 앨리스가 제공해준 쉴 곳과 음식은 그를 다시 일어나게 했다.

 

이들을 용서모임에서 만나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극의 또다른 중심부에 있던 클라라의 서사에도 영화의 메시지가 잘 담겨있었다. 폭력을 일삼는 남편으로부터 두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뉴욕으로 온 그녀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 매우 불안해보였다.

 

내일이 어떤 모습으로 또 그녀를 울고 웃게 할지 몰라 그 다음을 모르는 모든 순간이 괴로웠다. 누구라도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그때, 앨리스가 하룻밤 묵을 숙소를 내어주었고 마크가 음식과 자신의 집을 내어주었다. 피터의 변호로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고 클라라와 두 아들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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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조금은 동화같기도 한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 것은 좀처럼 쉽게 기대하기 어려운 타인의 친절이 참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인 뉴욕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해관계로 얽히지 않은 익명의 타인이고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되기 쉽다.

 

하지만 마음 한 편의 존중과 이해로 손을 내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결국 이 타인들이다. 그 손을 잡을 용기로 다시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이 어떤 달라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덜 인색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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