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즘 카페, 불친절도 컨셉이 되나요? [문화 전반]

더 넓게, 친절과 불친절을 논하는 모든 관계에서
글 입력 2021.04.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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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비스 과잉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갑질’ 손님은 과도한 서비스를 바라고, 이로 인한 이슈를 만들고 싶지 않은 서비스 제공자 측이 불필요한 서비스까지 제공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이 흐름은 몇 년 사이 역전된 것 같다. 친절함이 느껴지면 되레 놀랍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를 카페에서 마시는 걸 좋아한다. 동네 곳곳에 좋아하는 카페 하나씩 정해두기를 낙으로 삼고, 어디를 여행하든 그 지역의 카페는 꼭 방문한다. 그곳이 프랜차이즈여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로, 요즘 ‘힙’하다는 카페를 알아두었다가 방문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과였다.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사진 몇 장으로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카페가 늘어났고,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그곳에 찾아가는 것을 취미로 삼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흔히 말하는 ‘인스타용’ 카페는 그다지 좋지 못한 기억을 남겨 주었고, 거기엔 자리의 불편이나 시끄러움 같은 문제도 있지만, 그거야말로 그 카페의 환경적 특징일 뿐이고 더 큰 문제는 컨셉을 가장한 불친절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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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분위기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분위기가 일치해야 하는 건 맞다. 틀림없이 방문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것이다. 만약 공간의 분위기가 시크하고 그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이 풍기는 느낌 역시 시크하다면, 방문자는 그 공간에 대해, 그 공간을 운영하는 브랜드에 대해 멋지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중요한 건, 공간의 이미지를 위한 ‘컨셉’과 ‘불친절’을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는 점이다.

 

운영자가 갖는 흔한 오해이기도 하지만, 손님 자신도 불편한 감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불친절은 컨셉이겠거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친절은 그냥 불친절한 거다. 부정적 감정이 겹겹이 쌓인 표현은 컨셉이 아니다. 비록 컨셉이라고 할지라도, 방향성이 좋지 않은 컨셉은 인정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컨셉의 외양을 띄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부정성(否定性)이 정당화되지 않았으면 한다.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일이 무례하듯이, 컨셉을 핑계로 과도하게 부정적 감정을 내던지는 일도 당연히 무례하다.

 

엄청난 친절을 원하는 게 아니다. 친절이 당연한 것도 아니며 호의는 권리가 아니다. 아, 잠깐.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미 붙여 말하기, 사람에게 뭐든 던지지 않기, 이런 거 친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 아닌가?

 

 

[송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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