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잃을 것처럼 사랑하리 - 더스트맨

글 입력 2021.04.0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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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스트맨>에 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메건 트레이너와 존 레전드의 노래 Like I'm Gonna Lose You는 말한다.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마치 당신을 잃을 것처럼.”

 

어느 날 문득,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어떤 식으로든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화자는 사랑하길 그만두는 대신 결심한 것이다. 언젠가 끝나버릴 ‘우리의 시간’을 바로 지금, 더 소중히 만끽하겠다고.

 

이 노래를 닮은 영화가 한 편 있다. 영화 <더스트맨> 역시 ‘끝’에 대해 이야기한다. 끝이 있어 더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지워질 그림



최종[크기변환]모아의 터널 그림.jpg

 

 

모아(심달기 배우)는 길가의 더러운 벽에 불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그림을 지우기 위해 더러웠던 벽 위에 깨끗하게 페인트가 칠해지기 때문에.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아니 지워질 것을 의도하고 일부러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어차피 지워질 그림을 왜 열심히 그리냐는 태산(우지현 배우)의 질문에 모아는 답한다. “지워질 그림이니까요.”

 


최종[크기변환]태산의 먼지 그림.jpg

 

 

그런 모아를 만난 후, 태산 역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먼지가 쌓여 있는 자동차나 유리창 등 위에 손가락으로 그린다.

 

당연히도 차가 움직이면, 바람이 불면, 지나가는 사람이 건드리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림이다. 그럼에도 모아와 함께 “어차피 사라질 그림”을 그리는 순간 태산의 얼굴은 전에 없이 즐거워 보인다.

 

 

 

서로의 곁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



모아 역을 맡은 심달기 배우는 태산과 다른 인물들(도준, 김 씨) 사이의 맺음은 극 중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등장하는 반면, 모아와 태산의 관계는 맺음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 항상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다 영화를 세 번째 본 후, 영화 초반부에 모아의 대사를 통해 등장하는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두 인물이 서로의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게 아닌지 생각했다고.*

 

 

[크기변환]만남.jpg

 

 

(심달기 배우의 해석에 따르면) 끝은 모아와 태산이 그린 그림에만 찾아온 게 아니라, 둘 사이의 만남에도 찾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그림이 지워질 운명이었어도 그림을 그리는 동안, 존재하는 동안의 시간이 소중함을 알고 있었듯, 자신들의 만남 역시 마찬가지였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만남의 끝은 우리 곁에도 항상 찾아온다. 하루만 떨어져 있어도 죽을 것 같던 사람을 보지 않고도 살아야 하는 때가 오고, 매일 함께 하던 친구의 생일이 돌아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연락하지 않는 때가 온다. 만남은 확실히 영원과는 거리가 멀고, 우리는 다만 서로의 곁에 잠시 머물다 가는 편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까지 읽으며 당신이 떠올린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영원하지 않았다고, 그 관계가 의미 없었던가? 아니, 되려 그 시간이 남겨준 것들을 두고두고 꺼내 먹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같은 의미에서, 지금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영원하지 못할 것을 알지만, 끝이 있음을 안다고 꼭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우리가 끝을 두려워 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그 순간을 더 소중히 만끽할 수 있길 바라본다.

 

*본문 중 심달기 배우의 말을 인용한 부분은 2020년 11월 29일에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더스트맨>의 GV 중에서 빌려 왔음을 밝힌다.

 


 


'더스트맨' 메인 예고편

 




더스트맨
- DUST-MAN -
  
 
각본/감독 : 김나경
 

출연

우지현, 심달기, 강길우, 민경진

 

장르 : 드라마

개봉
2021년 04월 0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92분




 

조예음.jpg

 

 

[조예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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