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안녕하세요, 오늘은 햇살이 좋네요.

황시연이라는 작은 파도를 만나다
글 입력 2021.04.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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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잡지 아트인사이트 4월호에 수록된 인터뷰

 

표지.jpg

 

 

Q.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 황시연이라고 한다. 인터뷰는 처음이라 떨리는데, 한 번 재밌게 임해보도록 하겠다. 전형적인 ENFP라는 평을 듣고 있고,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현재 아트인사이트에 매주 글을 한 편씩 올리고 있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Q. 홍보는 자제하도록 하고, 이번 인터뷰의 컨셉을 미리 듣고 왔는지?

 

A. 10문 10답이라는 컨셉을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10개의 질문에 담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약간 카카오스토리 감성 같기도 하고. (웃음) 색다른 질문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Q.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바로 첫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간단한 소개에서 다짜고짜 MBTI를 언급했는데, MBTI 맹신자인가?

 

A. (웃음) 맞다. MBTI는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MBTI 맹신자를 싫어하는 친구가 있어서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MBTI가 보여주는 소름 돋는 성격 분석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나 같은 경우는 ENFP인데, ENFP 성격 설명을 보면 그냥 나 자체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캐릭터 해석인데, 내 캐릭터 해석을 남이 해주는 게 재미없을 리가. 상대방의 MBTI를 맞추는 것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적중률이 높다. 특히 F와 T를 기가 막히게 맞춘다. 가장 어려운 건 N과 S다. 리포터 분은 MBTI가 어떻게 되시는지?


 

Q.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답변만 하시길.

 

A. 상당히 아쉽다.


 

Q. 두 번째 질문 바로 가겠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봤는지? 영화 속에서는 기억들이 종류별로 다른 색상의 구슬로 저장된다. 행복한 기억들은 ‘노란 구슬’이 되어 저장되는데, 최근 저장된 노란 구슬이 있는지?

 

A. <인사이드 아웃> 당연히 봤다. 최애 캐릭터는 버럭이다! 최근 노란 구슬을 여럿 만들었다. 원래 그런 편은 아니었는데, 2019년을 조금 힘들게 살았더니 그 후로는 작은 행복을 찾아내는 법을 터득해서 스스로 구슬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최근 저장된 노란 구슬은 강릉 여행이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오랜만에 그 친구들과 시간을 길게 보낸 거라 노란 구슬이 계속 생겼다. 유명한 맛집에 안 가고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소한 것들도, 밤늦게까지 누워 조잘대는 것도, 아침에 잔뜩 부은 얼굴들을 보는 것도 전부 노란 구슬이 되었다. 거기다가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는 시원한 파도를 원 없이 보고 온 것도 노란 구슬로 남았다.


 

Q. 마침 다음 질문이 여행 관련 질문이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현재 상황이 좋아진다면 어디를 가장 가보고 싶은가? 그곳을 뽑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질문이니까 답변은 유럽 일주라고 하겠다. (웃음) 농담이고,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대만이다. 상황이 심해지기 전, 대만 여행을 기획했었는데 하필 그때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무산된 적이 있다. 이미 비행기 표를 예매해둔 상황이었고, 나는 여행 코스와 먹고 싶은 음식까지 대략 정해둔 상태였다.

 

아예 몰랐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랜선으로 한 바퀴 주욱 둘러본 대만이 머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오슝의 바다가, 닭날개 볶음밥이, 망고 빙수가 자꾸만 떠오른다. 상황이 조금 안정된다면, 바로 대만행 비행기를 예매하고 훌쩍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Q. 대만이 정말 식도락의 여행지라고 들었다. 왠지 대만을 고른 것이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100세 시대에 논하긴 이른 감이 있지만, 인생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있긴 한데, 코로나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 내 인생 목표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여행 서적을 출판하는 것이다. 잘은 못해도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한 번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이라서 언젠가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뒷받침되어야 할 조건이 있는데 바로 재력이다. 암만 생각해도 내 여행 서적이 흥행에 성공할 것 같진 않아서 취미로 책을 내야 하는데, 그를 위한 재력을 먼저 갖추는 게 조건이다.


두 번째 인생 목표는 만화 카페를 차리는 것이다. 만화를 너무 좋아하는 나에게 최고의 직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밀폐된 공간이 위험해서 만화 카페에 못 간지 일년이 다 되어간다. 마침 근래에 친구들과 카페를 차리자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한 명은 커피를 내리고, 한 명은 인테리어를 하고, 나는 과자를 굽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역시 사업적 수익을 얻긴 힘들어 보여서 마찬가지로 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다.


이거, 말하다 보니 인생 목표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변질된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명확히 하겠다. 나의 인생 목표는 내 이름으로 여행 서적 내기, 만화 카페 차리기이다. 아, 이 얼마나 감성적인 인생인가.

 


Q. 굉장히 유쾌한 성격으로 보이는데, 왠지 스트레스도 잘 받지 않을 것 같다.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A. 유쾌한 성격인 건 맞지만 보기보다 굉장히 화가 많은 사람이다. 세상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그럴 때 필요한 게 이어폰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스스로를 스트레스에 가두지 않는 마음가짐이겠지만, 기본적으로 화가 많은 사람이라 이어폰의 도움을 솔찬히 받는다. 이어폰을 두 귀에 끼고, 음악 볼륨을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올린다. 그러면 뭔가 세상에서 분리된 기분이 든다. 온전하게 선율과 나만 존재하는 그런 기분.

 

그렇게 세 곡 정도 듣다 보면 놀랍게도 차분해진 날 발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어폰은 외출 시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스트레스가 몰려올지 모르는 21세기를 살고 있으니까. 그럴 땐 주로 잔잔한 노래들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 정도로는 잘 안 풀려서 요란한 노래를 듣는다.


 

Q. 그렇다면 이 질문의 순서를 앞당겨야겠다. 요즘 즐겨 듣는 노래 중에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있는가? 장르는 상관없다.

 

A. 노래를 꼭 한 곡만 추천해야 하는가? 한 곡만 고르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우선, 최근 열심히 듣고 있는 재생 목록을 털어봤다. 원래 팝송을 잘 듣는 편이 아닌데, 팝송을 좋아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최근 재생 목록이 팝송으로 가득 차게 됐다. 봄이니까 그에 걸맞은 노래들을 골라봤다.


Lauv의 Modern loneliness를 최근 정말 많이 들었다. 가사를 곱씹을수록 좋고, 자기 전 틀어놓으면 금세 잠에 들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Imagine Dragons의 Demons 강력하게 추천한다. NCT DREAM의 사랑이 좀 어려워 라는 노래도 정말 좋다!


Johnny Orlando의 See you도 많이 듣는데, 약간 상큼한 선율에 그렇지 못한 가사가 인상 깊은 노래였다. 요즘 같은 봄날씨에 들으면 딱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같은 분위기로 백현의 Betcha도 요즘 듣기 좋은 노래다. 그보다는 조금 포근한 분위기의 노래도 있는데, HONNE의 Day 1도 추천한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좀 시끄러운 음악인데, 시끄러운 음악은 주로 NCT 127의 노래를 듣는 편이다. 속는 셈 치고 영웅 한 번 들어보시라. 한 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Q. 추천해준 노래 중에는 Day 1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 4월 1일이 생일 아닌가. 만우절이 생일이라 하면 재밌는 일들이 많았을 것 같다. 생일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면?

 

A. 거짓말 안 하고 살면서 이 질문을 백 번 넘게 들은 것 같다. 백 번 안 돼도 넘어가 주길 바란다. 오늘은 만우절이니까. 생일 관련 일화는 몇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 같이 등교하던 친구들이 저마다 다른 핑계를 대고 먼저 간 적이 있는데, 깜짝 생일 파티 준비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혼자 등교하면서 외로워했었다. 하필이면 오늘 늦잠을 자고 그래, 이러면서. (웃음) 그리고 도착한 학교에서 몽쉘 케이크를 마주했을 때의 놀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다음에 이어진 생일빵 타임을 더 잊을 수 없었지만.


그렇지만 가장 압권은 엄마의 일화라고 생각한다. 나를 품고 계실 때, 3월 31일 저녁 9시경 엄마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4월 1일이 생일인 사람들의 고충이 담긴 사연들이 전파를 탔고, 엄마는 진심으로 불쌍해하셨다고 한다. 그래, 만우절이 생일이면 좀 힘들겠다. 뭐 그러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진통이 느껴지셨단다. 병원에 가시면서 아, 우리 딸이 불쌍한 사람 중 한 명이 되겠군, 생각하셨다고 했다. 내 예정일은 그보다 일주일은 더 뒤였다.


그래도 나는 내 생일이 좋다. 우선 한 번 내 생일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잘 안 까먹는다. (타인의 생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미안한 일이지만) 다들 내 생일을 잘 기억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하잖아!

 


Q.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생각해보자. 본인은 좀비를 피해 열심히 살아남는 쪽일 것 같은지? 아니면 좀비에게 바로 물려 좀비가 되는 쪽을 택할 것인지?

 

A. 뼛속 깊이 N인 인간은 이런 질문에 열정적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다. 사실 평소에도 좀비 바이러스나, 스위트홈같은 괴물화 사태에 대한 상상을 종종 하는데, 그 속에서 나는 항상 좀비나 괴물 대열에 있었다. (웃음) 자의로 좀비가 되는 게 아니라 도망을 못 가서 그럴 것 같다. 달리기가 너무 느리고 순발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아무리 도망을 쳐도 금방 잡힐 것 같다. 내 생각엔 사태가 시작되자마자 최초 희생자 대열에 있을 것 같은데, 만약 운이 좋아서 처음에 살아남게 된다면 기를 쓰고 생존할 것 같다.


 

Q. 전생체험이 한때 유행이었다. 해 본 적이 있는지? 아직 해보지 않았다면 전생에 무엇이었을 것 같나?

 

A. 전생체험에는 다섯 번 정도 시도했다. 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잠에 들어버렸다. 유튜브에서 유행했던 최면 영상으로 시작했는데, 항상 아침에 알람 소리에 눈을 뜨는 결말이었다. 전생 체험을 시도한 날에는 꿈도 꾸지 않더라. 머리만 대면 자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내 전생이 궁금하다.

 

그래서 상상해보기로 했는데, 나는 전생에 사람이 아니었을 것 같다.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까 바다를 헤엄치는 플랑크톤이었던 사람도 있던데, 나도 그렇게 사람이 아닌 종이었을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하루에 20시간 자는 코알라 정도였을 것 같은데, 내 개인적인 바람은 독수리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생에는 고래로 태어나고 싶다. 엄청 큰 혹등고래로!

 

 

Q. 마지막 질문은 다소 식상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

 

A. 하나도 식상하지 않다!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을 것 같은 질문이다. 나는 하루 중에 6시경을 가장 좋아한다. 낮과 밤의 경계가 딱 그즈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계절의 차이는 있지만, 주로 6시를 기점으로 하늘색이 어두워진다. 조금 밝은 저녁의 하늘도 좋아하고, 막 해가 지기 시작한 초저녁의 하늘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전부 볼 수 있는 6시가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때면 여름에도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곤 한다. 겨울에는 기분 좋은 차가운 공기가 맴돌고, 봄과 가을이면 산책하기 딱 좋은 온도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로 그 시간에 퇴근을 하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

 

 

Q. 마지막은 보너스 질문이다. 민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호. 극호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편이다. 여기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자면 민트가 치약 맛이 아니라 치약이 민트 맛인 거다. 반민초파는 당장 민초파 배척을 멈춰라. 더불어 레인보우 샤베트와 애플민트에 대한 사격도 함께 멈춰줬으면 좋겠다. 특히 애플민트는 이제 팔지 않는 지점도 생겨서 굉장히 슬프니까...


 

Q. 이렇게 열 가지 질문이 전부 끝났다. 질답을 진행하는 동안, 당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서 즐거웠다. 인터뷰에 응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말해줄 수 있나?

 

A. TMI를 남발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오히려 듣는 내내 피곤하지 않았을지 걱정이 된다. 질문들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짧은 질문들 속에 내 전부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라는 인간의 프롤로그는 충분히 채운 것 같다. 그로 인해 내가 궁금해졌다면, 그걸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 오늘 하루 행복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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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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