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과 현실 사이, 라이프 온 마스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4.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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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온 마스

 

원작 LIFE ON MARS

편성 OCN, 2018.06.09. ~ 2018.08.05., 16부작

시청률 5.9%

연출 이정효

극본 이대일

출연 정경호(한태주 역), 박성웅(강동철 역), 고아성(윤나영 역), 오대환(이용기 역), 노종현(조남식 역), 전석호(한충호 역), 유지연(김미연 역), 김재경(한말숙 역), 김민호(어린 한태주 역), 김기천(박 소장 역), 김영필(김경세 역), 오한결(어린 김민석 역), 최승윤(김민석 역), 전혜빈(정서현 역)

줄거리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1988년, 

기억을 찾으려는 2018년 형사가 1988년 형사와 만나 벌이는 신나는 복고 수사극

 

 

꿈일까, 아니면 내가 미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라이프 온 마스는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2018년 과학수사대 팀장 한태주(정경호)는 연쇄살인범 용의자를 쫓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코마에 빠진다. 눈을 뜨고 보니 사람들의 옷차림도, 거리의 간판도, 지나가는 차도 죄다 낯설다. 이야기는 졸지에 1988년의 강력반 반장이 된 한태주가 인성시 서부경찰서 강력 3반 식구들과 자신이 수사하던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으며 진행된다.


그러나 1988년의 수사 방식은 철저히 과학수사를 따르는 태주와는 결이 달랐다. 두뇌파인 한태주와 달리 1988년의 육감파 형사로 등장하는 서부서 강력계 계장 강동철(박성웅)은 과학이 아닌 가학수사를 진행한다. 그렇게 한태주는 열정파 윤나영(고아성) 순경, 인상파 행동대장 이용기(오대환), 순수파 막내 조남식(노종현)과 함께 바람 잘 날 없는 수사를 이어나간다.

 

 

 

1988년? 꿈일까? 아님 내가 미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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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다시피 한태주는 사고 이후 2018년에서 1988년이라는 시대로 온 인물이다. 한태주는 2018년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지 못하니 일단 1988년에서 생활하고는 있으나, 드라마가 전개되는 내내 그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심장이 뛰는 게 너무도 생생히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가끔 2018년에 쫓던 용의자가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가족들까지 만나게 된다.


한태주는 2018년에 해결하던 사건을 바탕으로 1988년에서 잔뜩 엉킨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1막(1화-8화)은 마냥 멋있는 아버지인 줄만 알았던 한충호(전석호)의 충격적인 실체를 알아가는 이야기, 2막(9화-16화)은 2018년의 자신이 쫓던 용의자 김민석(최승윤)의 이야기가 메인으로 진행된다.

 

라이프 온 마스는 주인공인 한태주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한태주의 심리가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핵심인 셈이다. 이를 잘 활용한 연출 덕에 드라마를 보는 사람 또한 한태주의 상황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그와 함께 어느 곳이 현실이고, 어느 곳이 꿈인지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여담으로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어 그런지 드라마 전체 분량의 약 99%에 한태주가 등장하기에 라이프 온 마스는 '형사물도, 추리물도 타임슬립도 아닌 경호물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제가 하겠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거, 꼭 필요한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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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영 순경은 서부서 강력 3반의 유일한 여성 형사로 초반에는 그저 커피 타고 형사들의 빨래까지 도맡아, 소위 말하는 잡일을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대인' 한태주의 부임으로 기회를 주지 않아 보이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을 하나둘 드러내기 시작한다.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윤나영에게 한태주가 이름을 물었던 것이다. 한 번도 윤나영 순경 혹은 윤 순경이라고 불려본 적 없었던 윤나영은 이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스 윤, 윤양, 윤 마담, 어이 등을 나열하며 마음대로 불러 달라고 한다. 당황한 한태주가 이름이 없냐고 질문하자 그제야 윤나영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를 위해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새삼 당시 여성 경찰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물론 한태주가 등장한 이후로도 남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당연하다는 듯 늘 자신을 윤나영 순경으로 불러주는 한태주를 시작으로 윤나영은 점점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윤나영은 극 중에서 현대의 프로파일러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 물론 본인은 자신의 행동이 프로파일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심리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피해자의 심리를 읽어내거나 가해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일에 능하다. 이후 격한 몸싸움을 거쳐 직접 범인을 검거하는 장면도 나오며, 신체적 능력도 좋음을 알 수 있다.

 

 

 

LIFE ON 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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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좋았던 점은 첫 번째로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았을 때는 별 다르지 않은 타임슬립물로 보이나, 사실은 타임슬립물이 아니다. 단순히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두 세계가 뒤섞여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다음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그 시대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미디어에서 보던 그 당시 서울 사투리를 완벽히 구사한 고아성이 너무도 대단했다. 또한 정경호의 경우 매회 환각과 환청으로 인해 쓰러지고 다치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매번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여 늘 나오는 장면임에도 전혀 지겹지 않았다. 거기에 든든히 중심을 잡아주는 박성웅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오대환과 노종현까지 서부서 강력 3반의 케미가 무척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세 번째는 100% 만족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윤나영의 성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윤나영을 단순히 당시 여경의 현실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사용하고 끝낸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 녹아드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아울러 여성 캐릭터라는 이유로 무조건 로맨스 상대로 엮어 과도한 러브라인을 만들지 않았으며, 남성 형사들의 수사를 '돕는' 캐릭터가 아니라 '함께' 수사를 하는 캐릭터로 발전시켰다고 느꼈다.

 

연출은 가히 최고였다. 따뜻한 색감으로 어딘가 정겹고 따스한 느낌이 드는 1988년의 분위기와 달리 태주가 살던 2018년은 차갑게 표현된다. 또 코마 상태인 태주의 동공 반사를 확인하기 위해 플래시를 비추는데, 그때마다 1988년의 한태주가 서 있는 곳의 불이 갑자기 꺼지거나 켜지는 연출도 좋았다. 이와 함께 한태주가 극심한 혼란을 느낄 때 사용되는 '줌 아웃 트랙 인', '줌 인 트랙 아웃' 기법은 그의 상태를 매우 잘 보여준 연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줌 아웃 트랙 인(Zoom Out Track In): 줌을 늘리면서 동시에 카메라를 전진 시켜 배경이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내는 시각효과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현기증>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이는 히치콕 줌(Hitchcock Zoom), 달리 줌(Dolly Zoom), 졸리 샷(Zolly Shot)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줌 인 트랙 아웃(Zoom In Track Out)은 반대로 줌 인을 하며 카메라를 뒤로 옮기는 시각 효과이다. 이 경우 피사체의 크기는 그대로이나 배경이 피사체 쪽으로 당겨진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윤나영이 한태주를 만나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고 타 팀원들에게도 서서히 '순경'으로 인정받기는 했으나 잠시뿐이었다는 것이다. 윤 순경이 형사의 면모를 보이는 모습은 그저 미스 윤, 윤양, 윤 마담, 어이의 새로운 발견으로 치부되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에 강동철이 언제나 그렇듯 서에 남아 간접적으로 수사에 참여하려던 윤나영에게 뭐하냐며 같이 가자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그 직전까지도 '미스 윤, 커피 좀 타와'라고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또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 사건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며, 그 범행이 적나라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당시 시대 상황을 보여주려던 장치일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씁쓸한 감정과 함께 그를 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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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온 마스의 묘미는 바로 열린 결말이라는 것이다. 1988년과 2018년 중 어디가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애초에 한태주의 세계 속 현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보는 사람에 달려 있다. 한태주의 마지막 선택 또한 마찬가지이다. 꿈인지 현실인지는 중요치 않다.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곳이 현실이다. 나는 드라마 속 한태주 담당 주치의의 말처럼 한태주가 행복한 그곳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다.


 

내가 돌아온 건가?

아니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 사진 출처: OCN '라이프 온 마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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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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