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망치질, 어디까지 가능하다 생각해? [미술/전시]

적동 소재의 작품들을 통해 엿보는 색다른 In-Between
글 입력 2021.03.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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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서울여성공예센터에서 활동한 이후, 공예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깊어졌다.

 

이전까지는 펠트공예라는 취미의 연장선으로 주로 섬유예술 작품들만을 감상해왔지만 이제는 재료에 관계없이 다양한 공예 전시를 보러다닌다. 동시대 공예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쌓으려 노력하면서도 미감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 과연 나는 무엇을 느꼈는지 꼼꼼하게 감상을 메모해두는 편이다.

 

이번 주말에는 갤러리 단디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상협 개인전 Eternal Gleam에 다녀왔는데, 그의 예술세계가 무척 인상적이라 이렇게 글로나마 공유하려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지친 가운데 부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내재된 온기 안에서 편안해지기를 바란다. 내가 이번 전시를 통해 휴식하며 정신적 안락을 누렸듯이.

 

*

 

갤러리 단디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39-1에 위치한 공예전문 갤러리이다. 금속, 도자, 유리, 섬유, 목공예 등 폭넓은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이고 있어 평소에 눈여겨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갤러리에 방문해보니 내부가 전부 우드가구로 되어있어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금속공예가 이상협은 사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William Lee라는 이름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예술가이다. 그는 UAL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으며 재학 중 영국 금속공예협회가 주최하는 공모전 Young Designer Silversmith Award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에는 Craftmanship&Design Award, Silver Triennale에서 잇따라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작품은 현재 필라델피아 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그는 한결같이 전통적인 단조기법만을 고수한다. 단조기법이란 금속에 열을 가한 후 두들겨 제작하는 방식이다. 수백, 수천 번의 정교한 망치질을 통해서만 원하는 형태와 질감을 얻을 수 있기에 그에게 '망치질'은 단순한 제련 과정 이상일 수밖에 없다. 모든 두들김에는 사적 사유와 일종의 자기표현 욕구가 집약된 채 표출된다.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이상협 작가의 모든 적동 소재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은처럼 화려한 광택이 없더라도 적동은 분명 나름의 우아한 감성을 지닌다. 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재료 특유의 잔잔한 빛깔은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으며 잊히지 않는 여운과 함께 내면에 영원과도 같은 진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었다.


각각의 작품들 모두 재료의 미학이 돋보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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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는 내내 갤러리의 정적인 분위기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자리하는 사색의 층위로 나를 안내하는 기분이었다. 원래는 화이트큐브 전시를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 전시는 새하얀 배경과 함께 조용한 분위기였기에 작품들이 가진 매력에 오롯이 빠져들 수 있었다.

 

지금 온갖 고민들로 인해 마음이 복잡하고 정신적 피로가 쌓여있다면, 이상협 작가의 이번 개인전을 놓치지 말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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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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