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낮과 밤 사이의 로맨스 - 라라랜드 [영화]

글 입력 2021.03.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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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투성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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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열렬했으나 끝내 완성되지 못한 것들은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게 만들곤 한다. 이루지 못한 꿈일 수도, 붙잡지 못한 사랑일 수도 있는 그것은 늘 수많은 물음표와 이제 와선 해결할 길 없는 후회로 남아 이쪽을 바라보며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그 때, 혼자 남겨진 그녀의 곁으로 달려갔다면 어땠을까?”

“그 때, 기회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어땠을까?”

“그 때, 그에게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물음표의 굽은 허리를 펼 방법은 없고, 후회는 후회로 다가온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도리가 없다. 설령 과거로 되돌아가 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할지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다. 한 번에 하나를 볼 수 있을 뿐인 우리는 늘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식으로만 남은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면서 동시에 포기의 연속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후회는 그런 인생이 등 뒤로 남기는 발자국이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없듯이, 후회를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삶도 없다. 그것이 물리 법칙을 벗어날 수 없는 유기체로서 우리가 가진 한계이므로.

 

 

 

밤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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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한계마저 개의치 않게 되는 계절이 한 번쯤 오기도 한다. 겨울의 꽉 막힌 도로에서 시작하는 <라라랜드>의 1부에서 두 남녀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물들게 되는 ‘봄’과 ‘여름’이 꼭 그렇다.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딱딱 들어맞는 탭댄스를 주고받았던 공원, 영화 속 장면 그 자체가 된 것처럼 로맨틱한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왈츠. 두 남녀의 사랑은 우주를 유영하고, 그 순간만큼은 중력마저 무시하는 그들의 사랑 앞에서 세상의 법칙 따위는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만 같다.


고전 뮤지컬 영화의 엔딩을 보는 것만 같은 이 지점에서 영화는 키스를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중심에 두고 원형으로 수렴하는 암전을 통해 이야기의 1부를 닫는다(할리우드 고전 멜로 영화들의 엔딩이 그랬던 것처럼).

 

직후, 암전됐던 화면이 역방향으로 열리듯 물러나자 대낮임을 상기시키는 새의 지저귐이 노골적으로 삽입되며 2부가 시작된다. 밤의 마력으로 충만했던 로맨스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적나라한 대낮의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대낮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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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서로를 위해서만 쏟아부을 줄 알았던 각자의 시간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재즈 클럽을 열고 싶었던 남자는 맞지도 않는 퓨전 재즈를 연주하며 투어를 다니고, 도통 결실을 맺지 못하는 노력에 지쳐버린 여자는 제자리에 주저앉는다.

 

물론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자는 엄한 자리를 서성이고 있는 남자를 다그쳐 일깨우고, 남자는 더 나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여자를 향해 경적을 울린다. 그 덕분에 두 남녀는 다시금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그녀) 덕분에 찾을 수 있었던 그 방향이 그녀(그)와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은 아니란 것까지 함께 깨닫게 됐다는 점이다.


여자는 읆조린다. “우린 어디 쯤에 와있지?” 남자는 얼버무리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묻는다. “우린 어디 쯤에 와있지?” 남자는 끝내 “모르겠어.”라고 대답한다. 중요한 건 지금 어디 쯤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싶은지를 아는 것일 테니까.

 

두 남녀는 서로로 인해 그것을 너무나 분명히 알아버렸고, 결국 다가와 버린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했으며, 끝내 이별하게 된다.

 

 

 

낮과 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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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각자의 꿈을 이룬 두 남녀가 운명이 허락해준 우연 속에서 재회하게 됐을 때, 그들 사이에도 수많은 물음표와 후회들이 발견된다.

 

그것들이 ‘만약’이라는 서두와 함께 상상하게 만드는 순간들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스크린 너머로 상연되는 영화처럼, 지금의 그들이 있는 자리에선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차원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완성만이 로맨스의 해피엔딩일 수 있는 거라면, <라라랜드>의 결말은 지독한 새드엔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에게 웃어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시선을 주고받으면서도. 그 순간 속에는 해피와 새드의 이분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끝맺음이 있다.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삶이 남기는 필연적인 후회마저 끝내 찬란하게 하는 그 순간은 낮의 현실과 밤의 로맨스 사이에서, 어슴푸레하지만 아름다운 빛을 남긴다.

 

 

[임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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