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팬데믹 시대,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되돌아보다 [전시]

LG SIGNATURE ART GALLERY 2차 기획전시 -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
글 입력 2021.03.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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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몇 번이고 더 감상하고 싶은 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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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생기는 의문이 있다. ‘왜 전시장 안에는 충분한 의자가 없을까?’, ‘좀 더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는 없을까?’하고 말이다. 물론 모든 전시장이 서 있음을 요구하는 공간은 아니다. 작품이나 기획 의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작품을 오래 관람하고 싶어도 중간에 다리가 아파서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꽤 많다.


만약 이러한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LG 시그니처 아트 갤러리에서 기획한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 전시가 반가울지도 모른다. 이 전시는 집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전시이기 때문이다. LG 시그니처 아트 갤러리 사이트로 접속하기만 하면, 바로 간편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내 방이 전시장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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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3월 17일부터 6월 16일까지 개최되며, 오랜 시간 인간에 의해 파괴되었던 자연을 되살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김노암 감독이 총 예술 총감독을 맡았고, 현대 미술가 한승구, 김창영, 이은, 이상권, 이경민이 전시에 참여했다. 배경 사운드는 한수지 큐레이터가 담당했다. 전시는 크게 5개의 작품 공간과 1개의 도큐멘테이션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시 5관까지의 훌륭한 작품을 다루고 싶지만, 분량상 1관의 작품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사이트에서 ‘기획전시관 입장하기’를 클릭하면 먼저 “맑은 하늘 아래 지구를 걷다”와 같은 여러 문구가 등장한다. 로딩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제와 관련된 감성적인 문구를 읽어볼 수 있는데, 이는 기다림의 지루함을 전시를 기대할 수 있는 설렘으로 바꾸어 놓는 효과를 불러온다. 전시의 첫 시작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로딩 시간이 끝나면 가상의 전시장 입구로 클로즈업되면서, 직접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밤하늘의 풍경과 웅장한 배경음악이 함께 더해져서 더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이후에는 전시의 제목, 큐레이터, 참여작가들의 이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서문을 짧게 보여주고, 마우스와 방향키를 이용한 관람 방법을 알려준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화면이 어지럽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화면의 움직임이 과하지는 않았다. 전시장 바닥에 있는 표시점을 기준으로 클릭해서 벽면에 적힌 설명과 작품을 간편히 읽고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제프 보이스와 고한용의 오마주 프로젝트


  

1관에서는 현대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와 우리나라 최초의 다다이스트였던 고한용을 동시대에서 살펴본다. 비슷한 시기를 살아갔던 이 두 명의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꿨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김노암 감독, 한승구 작가, 김순주 큐레이터가 만나 전시 공간을 다채롭게 구성했는데, 작품을 살펴보기 전에 떠올리면 유익할 영화를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생태도시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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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2018년에 개봉했는데, 사실 손익분기점은 80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려 150만 명의 관객이 보았고, 결과적으로 흥행했다. 그리고 개봉 후 시간이 지난 지금도 영화에 등장했던 요리법들은 회자되고,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관객층이 늘고 있다. 어째서일까? 그저 한 끼를 먹기 위해 밭을 갈구고 요리를 하는 과정일 뿐인데.


그 이유는 자연이 주는 ‘힐링’적 요소일 것이다. 건물의 고층화가 심해지는 도시의 모습보다 한적한 시골이 주는 여유로움과 탁 트인 공간에 끌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트에 진열된 토마토보다는 농장에서 바로 따먹는 싱싱한 토마토가 더 맛있듯 말이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환경의 회복과 조화를 통한 균형 있는 삶이다. 자연 속에 치유되는 일상의 감각이다.” - 전시 설명문 중에서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힐링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기에, 자연을 회복하고 꾸려가는 일은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제프 보이스는 과거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대해 파악했던 이였고, 우리나라의 고한용 역시 자연 친화적 생태 도시를 꿈꾸던 이였다. 그들을 오마주한 작품이 한승구 작가의 <여기에 있다>, <여기에 잇다>이다.

 

 

<여기에 있다>

 

<여기에 있다>는 요제프 보이스의 프로젝트에 기반한 작품이다. 일단 요제프 보이스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독일 퍼포먼스 예술가로 현대미술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세계적인 예술가이다. 한때 머리에 꿀과 금박을 뒤집어쓰고, 죽은 토끼를 안은 채 미술관 작품들에 관해 설명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할 만큼 당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예술가였다. 요제프 보이스의 퍼포먼스는 독일 개념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고,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고 있다.


그의 명성은 실행력 있는 개념미술가라는 점인데, <7000그루의 떡갈나무> 프로젝트가 요제프를 증명해준다. 도시화의 황폐를 마주한 요제프는 1982년,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독일 카셀의 예술박람회 도큐멘타 행사 개막일에 맞추어, 프리드리치아눔 미술관 본관 광장에 하나의 떡갈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떡갈나무 옆에는 현무암 기둥을 같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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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생명, ‘나무’와 과거의 흔적, ‘현무암’이 만난 것을 ‘사회적 조각’이라고 지칭했던 그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말했다. 예술의 사회적 힘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시민이 요제프를 따라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그의 말처럼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요제프 보이스의 프로젝트로 인해 도시의 녹지율이 풍성해졌다고 한다.

 

작품 <여기에 있다>는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카셀 도큐멘타 앞 떡갈나무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마치 실제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2D로 감상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을 3D로 제작하여 떡갈나무의 잎의 그림자를 나타낸 것이 인상 깊었다. 또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유로웠던 점도 온라인 전시여서 가능했다.

 

 

<여기에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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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도 일 인당 녹지율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작가는 <7000그루의 떡갈나무> 프로젝트를 서울에 적용해 녹지율 지도를 만들었으며, 이를 시각화하여 나타냈다. 요제프 보이스의 정신을 서울로 이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길 바라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시의 작품이 미래의 상황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전시의 사회적 효과’가 발휘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 있어 또 한 명의 오마주이자, 우리나라에도 생태주의를 꿈꾸면서 실천적 예술가였던 이가 있다. 바로 고한용이다. 그는 1903년 개성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다다이스트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다다이스트들과 교류하며 한국의 다다이즘을 주도했으며, 1959년 처음으로 생태 비료 배양장치의 특허를 획득했다. 그는 1983년까지 평생 자연과 인간의 건강한 관계를 계속해서 모색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승구 작가는 요제프 보이스의 정신을 이어 <여기에 있다> 작품 맞은편에 서울역을 배경으로 한 <여기에 잇다>를 전시했다. 서울역이 배경인 이유는 도시화의 상징으로 보이는 철도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 역시 녹지율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두 벽면의 나무들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인류 생명의 연장선이 되어주었다.

 

 

현무암으로 시공간의 사이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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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예술가를 오마주하여 현재까지 이어지는 작품에는 핵심적 요소가 있다. 바로 현무암이다. 1관은 현무암을 기준으로 왼쪽 벽면에는 <여기에 있다> 오른쪽 벽면에는 <여기에 잇다>가 전시되었다.


사실 현무암은 공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떡갈나무 옆에 현무암을 심으면, 땅이 메마를 때 수분을 흙으로 배출하기에 나무에 유익하다. 이렇게 필수 역할을 하는 현무암은 두 개의 작품, 두 개의 공간을 잇는다. 위 현무암 위치에서 서울의 녹지율 지도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이 점에서 현무암이 표지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공생관계에서 현무암이 꼭 필요하듯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위해서는 현무암처럼 수분 공급을 할 수 있는 각 기관과 개인의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준이 삶의 방향성이 되어야 할 때, 우리는 각자의 현무암과 떡갈나무를 심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전시는 미래의 생태 도시를 꿈꾸어 보자고 제안한다. 도시 속 자연을 치유하고 그 속에서 치유 받으며 공생하자고 말이다.


2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고한용 작가의 생태비료 장치를 3D 그래픽으로 제작한 것을 볼 수 있다. 기술과 인간,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삶을 꿈꾸며 만들어진 장치는 복도에 있어서, 현대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와 만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느끼도록 하는 점에서, 전시 동선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별 많은 밤을 꿈꾸며



인간이 나무 위에서 내려와 지상을 걷기 시작한 순간 인류의 문명과 문화가 탄생했다. 그러나 자연환경의 파괴와 팬데믹 시대에 들어서 우리는 더는 자유롭게 지구 위를 걸을 수 없게 되었다.

 

- 전시 설명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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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전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삶과 사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전시의 제목처럼 맑은 하늘에 박힌 별을 보며, 다시 맘껏 숨 쉴 수 있는 지구 위를 걷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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