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내 인터뷰

Interviewer : Me , Interviewee : That's me, too
글 입력 2021.03.27 11: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film-1668918.jpg

 

 

어린 시절, 만약 다큐멘터리 관련 직종에서 일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다큐멘터리가 주는 특유의 그 감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고, 느리게 흘러가며, 한 사람의 인생을, 혹은 주제가 되는 무엇을 묵묵히 옆에서 지켜본다는 게 내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큐멘터리는 내게 마음 속 큰 울림을 주었고 사람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언젠가 한번은 누군가를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가 살아온 과정을 듣고, 그 사람이 품어온 가치관을 눈 앞에서 듣는다면 나 또한 그 사람의 영향을 받아 지금보다 더 내면이 풍요로워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다큐멘터리에 관련된 직종을 여러가지 찾아보았고 운이 좋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현직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정보를 나누던 와중 현직자분으로부터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듣게 되었다. 처음 난 당연히 카메라를 잘 다루는 능력, 좋은 주제를 선택하는 안목, 긴 시간 오랫동안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체력 등을 생각했지만 그 분께서 내게 얘기해준 것은 정말 의외의 요소었다.

 

바로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예상 외의 답변을 들은 나는 반신반의하며 이게 왜 중요하냐고 따지려 했다. 잘 찍고, 잘 담아내면 되는거 아니냐, 기술적인 능력만 있으면 되는거 아니냐, 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윽고 '아차...!' 싶었다. 내게 부족한 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난 다큐멘터리를 하기엔 굉장히 부적합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나,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된 나는, 이제서야 누군가를 인터뷰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첫 대상은 바로 나다. 속에 쌓아두었던,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못했던 말들을 여기에 펼쳐두려한다.

 

 

[크기변환][포맷변환]talk-4525725.jpg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공대에 재학중인 김재훈이라고 합니다. 공학도긴 한데 수학을 잘 못해요. 그나마 과학은 어릴 때 좋아해서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만.

 


4학년이신 거예요? 그렇게 바빠보이진 않은데요?


 

아.. 제가 지금 4학년이긴 한데, 아직까지 꿈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요. 글 쓰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 싶다 말했지만 나 혼자 고집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취해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싶은 거 한다는 핑계로 그냥 편한길을 선택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들이 많이 들어요. 그렇다고 지금 제 모습에 대해 변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가 지금 제 친구들에 비해 여유로운 건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치열하게 살고 싶다라. 치열하게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제가 19년 중순 정도에 물류센터에서 한달간 일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을 했어요. 보통 1시부터 5시 반 정도까지 일을 하고 5시 반부터 6시 반까지 밥을 먹은 후, 6시 반부터 10시까지 일을 했는데요, 그때 '나 좀 치열하게 사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바쁘게 살고 적당한 돈이 들어오니까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치열하게 사는 게 아니라, 단순히 그냥 일을 했던 것 뿐이었어요. '돈을 번다'라는 그 사실 하나가 '나 좀 잘 살고 있네?'라는 생각으로 연결된거죠. 지금 생각하기로는 자기 관리 꾸준히 잘하는 게 정말 치열히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를테면 제 시간에 꼬박꼬박 일어나서 졸린걸 참고 내게 득이 되는 무언가를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자투리 시간에 자격증 공부나 독서 같은 걸 하는, 그래서 매 순간이 나를 위한 모든 일이 되게끔 애쓰는 게 정말 치열하게 잘 사는 것 같아요.

 

 

여유가 없는 삶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렇다기 보다는 '낭비하는 시간이 없는 삶'이 더 가까운 표현일 것 같네요. 이를테면 게임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쓴다거나 유튜브로 킬링 타임용 영상을 본다거나, 잘 시간 아닌데도 할 거 없어서 잠 자는, 그런 게 없는 삶이요. 지금 당장은 강제로 절 묶어놓는 무언가가 없다보니 저런 낭비되는 요소들을 철저히 관리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나이만 어른이지, 자기 관리에 있어서는 어른이 아닌 것 같아요.

 

 

어른이 빨리 되고 싶나요? 어른이 되면 많이 피곤하다고들 하잖아요.


 

어른이 빨리 되고 싶다, 이런 건 아니에요. 그냥 주어진 때에 따라 살고 싶을 뿐입니다. 20대가 되었으니, 나이 상으로는 어른이니까, 이젠 정신도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거죠. 나이만 차고 정신은 미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나이로 사람을 판단하고, 나이 적은 사람 함부로 무시하고, 나는 나이 많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어린 너희들이 대접해줘야지, 이런 마인드가 기본으로 장착된 사람들. 그 모습이 그리 썩 좋아보이진 않더라고요.

 

반면, 나이는 어린데 남을 잘 배려하고, 원하는 바가 있으면 당당하게 추진하고, 되든 안되든 일단 도전해보는 사람들을 보면 나이를 떠나서 정말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나이로 사람을 판단하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합니다.

 

 

손디아의 '어른'이 떠오르네요. '어른'이라는 말에 그렇게 잘 어울리는 노래가 있나 싶은데.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는 노래랄까요.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들으면서 정말 많이 울기도 했던 노랜데, 유튜브로 보면 댓글들이 보이잖아요? 거기를 보면 모두 다 힘든 하루하루를 살고 있더라고요. 거기서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아, 나 혼자만 힘든 건 아니구나, 나 혼자만 외로운 게 아니구나, 그저 모두들 잘 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게 잘 안되서 이렇게 노래를 들으러 오는구나, 생각 합니다. 익명 사회의 긍정적인 면이죠.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말을 거기서는 맘 편히 털어놓을 수 있으니.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 저는 여태껏 사랑을 잘 주지 못했어요. 아니, 애초에 사랑의 감정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어요. 덕분에 남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 짝사랑의 추억도 없고 학창시절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사랑에 상당히 서툴고, 사람을 많이 어려워하죠. 심지어 가족들조차요.

 

한 때는 이런 내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오래도록 힘들어 하기도 했어요. 왜 나만, 왜 나만, 그러면서 혼자 속앓이를 하기도 했죠. 답답하고 암담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어요. 말해도 되는걸까? 혼자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미련하다면 미련할 수도 있겠네요.

 

제가 보기에도 당시의 나는 왜 그렇게 답답한 구석이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과거의 모습이 그리 만족스럽진 않은거군요.


 

조금은요. 그런데 전 그런 과거를 탓하고 싶지 않아요.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요. 오히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거다, 생각을 해요. 이런 생각이 지금을 더 열심히 살게끔 하는 것 같아요. 미래의 나는 지금 내 행동에 영향을 받을거잖아요. 내가 지금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 인생이 결정된다, 생각하면 지금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주어진 기회가 있다면 꼭 잡으려고요. 그게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잖아요. 안 좋은 기억이 될 수도 있겠죠. 근데, 그런 것들도 어떻게든 나에겐 도움이 되더군요.

 

 

그런 경험이 많으신가봐요!


 

그렇다기보다 저는 어떤 일에 의미부여를 되게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정말 사소한 일 하나에도 신경 쓰는 편이죠.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생각을 되게 오래 합니다. 아무렇게나 흘려보낼 수 있는 경험들까지도 다 머릿속에 잡아두죠.

 

그런데 그게 안좋은 기억 일수록, 상처 뿐인 기억일 수록 더 머릿속에 오래 남더라고요. 옛날에는 그런 점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는데 요즘은 무뎌진 탓인가 크게 신경쓰고 있진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점들을 계속 떠올리다보니 같은 상황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더 열심히 생각하게 돼요. 그게 현재의 저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사이클로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아 성찰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군요.


 

네. 전 자아 성찰이야말로 인간을 성장시키는 일등 공신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 그리고 그 점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나로 만들어 가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은 정말 재밌는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 만들어질 내 모습이 너무 기대된다고나 할까요. 5년 후에는 얼마나 성장했을지, 얼만큼 높이 올라서 있을지,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상상하는 것 자체가 정말 두근거리는 일이에요! 5년 전과 비교해서 전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취미와 인간 관계를 가지게 되었거든요.

 

 

구체적으로 언급해주실 수 있나요?


 

예술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 것이 가장 큰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대중 문화와 예술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은 이후로 전 여기저기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저만의 안목을 키워나가게 되었어요. 지금 이렇게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게 된 것 또한 그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 다른 점으로 나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 두게 된 것도 빠뜨릴 수 없겠어요. 갓 스무살이 되었을 당시에는 나와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 두려 안간힘을 쓰곤 했는데 그건 결국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에 대한 존중이 없었기에 '나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선망이 있었던 거죠.

 

 

'나와는 다른 사람'에 대한 선망이라?


 

전 제 모습을 그리 좋게 바라보지 않았거든요. 나와 비슷한 사람을 사귀는 건 나를 더 안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겐 없는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니곤 했지요. 열심히 애써봤는데 결국 안되더라고요. 애초에 가정을 잘못 깔고 들어갔으니, 결과가 좋을리가요.

 

그런 와중에 제가 깨달은건 내가 나부터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도 존중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전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죠.

 


지금의 모습은 만족스러우세요?


 

네. 하지만 만족하지 않으려고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말이 이상하긴 한데, 위에서 "만족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얘기한건,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면 더 나아질 길이 없다고 생각해서에요. 저는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뛰어난 제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은 현재보다 더 나아지려는 욕구를 가진 동물이니까요.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 중 '자아실현의 욕구'가 가장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죠.

 

그렇다고 만족을 모르게 되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가진 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금 누리는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면 결국 영원히 행복을 누릴 수 없는 것처럼요.

 

 

그럼 현재에 만족하는 동시에 만족하지 않고 싶다?


 

네. 균형을 추구하고 싶어요. 지금 온 행복을 소중히 여기면서 어떻게 하면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를 동시에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 이런 가치관이 널리 퍼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사람들을 보면 너무 한쪽에만 몰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면 위험해지는데.

 

 

맞아요. 그치만 그런 균형을 유지하기가 참 쉽지가 않죠.


 

그렇기에 더 균형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이성과 감성의 균형, 자유와 억압의 균형, 여유와 바쁨 사이의 균형 등 어떤 분야고 주제건 간에 균형은 빠질 수 없는 요소 같아요. 이 점을 절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이런 다짐을 눈앞에서 들으니 저 또한 그렇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긴 시간 인터뷰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전 5년 후에 다시 인터뷰하러 돌아오겠습니다. 그땐 지금보다 더 많이 달라져 계시겠죠? 제가 못 알아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만, 그건 그때 걱정할 일이고, 지금보다 월등히 성장한 사람이 되어 절 깜짝 놀래켜 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렴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드리지요. 무엇이 되었건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그때는 이미 했거나 하고 있을 거니까요. 절 인터뷰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이 기회를 주신 아트인사이트 대표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5년 후에 만나요. 그동안 잘 지내셔야 합니다. 어디 아프지 말고요. 밥도 잘 챙겨먹어요! 요즘 끼니도 거르고 다닌다는 말이 있던데. 부디 건강하셔야해요?

 

 

후후 알겠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  네, 5년 후에 만나요!

 

 

 

에디터.jpg

 

 

[김재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24389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4.11,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