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회를 일축하는 구조, 네트워크 - 휴먼 네트워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리를 판독해주는 책
글 입력 2021.03.2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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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결된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소통은 늘리고 분열은 줄이려면 연결된 세상의 과학적 이해가 먼저다." - 김범준, 통계물리학자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 저자

 

"인간 개인의 마음이라는 심연을 품은 거대한 사회 네트워크에 대해 통찰을 얻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곁에 두고 종종 읽어보시길 강하게 추천드린다." - 정재승, 복잡계 물리학자이자 뇌과학자 《과학콘서트》 《열두 발자국》 저자

 

 

처음 이 책의 표상만 접했을 때 기대했던 바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의 집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실로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인간의 '감성'이란 '필연을 따르지 않게하는 인간 본연의 성질'과 비슷한 뉘앙스로 쓰였으며, 이 감성으로 생기는 변수를 최대한 객관타당하게 설명하기 위해 많은 조사와 첨언을 곁들이고 있는 구조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심리학이나 추상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길 기대하고 이 책을 붙잡는다면,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체계를 갖춘 구성에 놀랄 것 같다. 현재 사회의 문제를 사회문화, 그리고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거시-미시적 구조를 넘나들며 파악해본다는 마음으로 읽어나간다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많은 변화들을 우리 생활에 받아들이며, 모든 면에서 이전과 다른 격동과 결핍을 겪고있다. 일종의 전염병이라 생각하면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커지는 것이 당연지사일텐데, 어쩐지 가장 큰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사람'이 주던 소속감. 유대감 같은 추상적인 감정들이었다. 이 책은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간에 무리 짓고 분열하는 모든 관계를 '네트워크'라고 총칭하며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도표와 구체적 사례를 들어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오류이자, 기계의 매커니즘으로는 설계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인간만의 모순된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다. '동종선호'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따르게 되어있고, SNS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이전의 사회에 비해 네트워크가 넓어지고, 빨라지고, 커지게 되면서 하나의 내집단의 결속이 강해지는만큼 다른 외집단에 대한 분열과 와해도 가속된다는 것이었다.

 

어쪄면 이 책에서 쓰인 '네트워크'는 '우리'라는 말보다 '무리'라는 뉘앙스에 더 적절할 것 같았다. 때때로 이 네트워크란 '카르텔'처럼 보이기도 하고, '계층'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남과 결속되어 있는 것이란 이처럼 감성의 틀 안에 이성이 개입되어 있는 모양새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여전히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깊이도 큰 몫을 하겠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하되 그 안에서 공통점을 찾아 작가가 주장하는 바를 관철해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책이 쉽게 읽히지 않을때의 부담감이 무엇으로 기인했을까 고민해보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유독 어렵게 느꼈던 것은 애초에 '네트워크'의 객관적 원리를 지나치게 감성에 편중된 경향으로 보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중립적인 시선으로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느끼고 있는 네트워크란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형태를 갖고, 또 이 책의 개념을 빌려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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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부산 웹사이트의 확진자 동선 시각화 공익 웹사이트

 

 

가장 거시적이고 보편적인 사례를 볼 때, 역시 코로나의 사례를 찾아서 이해하는 것이 쉬울 것 같았다. 역학조사를 위한 공익목적으로 개발된 이 사이트의 특징은 확진자간 종교,장소,관계 등의 연관관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주축의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주변으로 가지가 뻗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네트워크하면 쉽게 연상되는 모양새인데, 단순히 물리적 접촉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내집단, 중심성,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연결성 등에 대한 다양한 지표를 어느정도 판가름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을 코로나 동선의 사례가 아닌 일반 사회의 네트워크라고 가정한다해도 동일한 구조를 띄겠다는 생각에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개념들을 보다 유연하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영향력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이 구조도를 노드의 개념과 영향력에 대한 이해로 빗대보면 영향력이 한 개인의 역량보다 네트워크의 구조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책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노드의 연결수가 똑같거나 더 많다고 하더라도, 구조 안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 네트워크의 위치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는 사례가 설명 가능해진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많은 개념과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도표를 활용하는 이유는, 이처럼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도식화의 과정은 필연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책에서는 질병, 경제, 소셜 네트워크 상의 파급력, 사회 등을 상세한 목차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이고, 거시적인 시야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며, '네트워크'란 곧 소사회와 같은 말이기에 다각도에서 체계적인 이해를 하고자 할 때 심도있는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어쩌면 스스로가 '사람','네트워크'라는 말을 납작하게 이해하고 있던 편협함만큼 이 책에서 배울 점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흔히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라.'는 말을 하는데, '이제는 네트워크를 보라'라는 말로 귀결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
 
휴먼 네트워크
-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 -
 
 
지은이 : 매슈 O. 잭슨
 
옮긴이 : 박선진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 교양
 
규격
152x225mm
 
쪽 수 : 480쪽
 
발행일
2021년 02월 26일
 
정가 : 19,800원
 
ISBN
979-11-6689-000-0 (03330)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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