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대도 위안을 얻었나요. 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봄날, 그녀의 목소리
글 입력 2021.03.23 21: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10304160353_irlzncmh.jpg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가수 이소라는 조금 긴장한 듯한 얼굴이었다. 다른 가수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본 적은 있지만, 그녀의 공연을 오프라인 공연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관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떤 식으로 공연을 풀어갈지 무척 궁금했다.


이날의 공연은 온라인 공연이었고, 수많은 방구석 1열의 관객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공연하는 공연장에는 오직 단 한 명의 관객이 있었다. 관객이 없는 공연이 낯설고 어색해서 지난 십여 년 동안 자신의 공연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는 오랜 팬 한 분을 공연장에 초대하였다.


가수와 팬으로서 십여 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 동안 알고 지내온 그들의 관계가 참 멋지고 뜻깊다는 생각에 부럽기도 했다. 내가 당신의 팬이라는 걸 기억해주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주는 가수가 있다는 건 팬으로서 얼마나 행복하고 기쁠까.


이번 공연의 컨셉은 위로와 치유였다. 프리뷰에도 썼지만, 콘서트의 주제처럼 과연 가수 이소라, 그녀 스스로는 괜찮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공연에 앞서 그녀가 그랬다. 그녀의 공연을 관람하는 우리에게도 위로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위로가 필요한 건 본인 스스로인 것 같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데 왜 그리 마음이 가라앉았을까.


상처라는 것은 나 스스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 아팠다.

 

결국, 그녀가 노래하는 이유도 자신이든 타인으로 말미암은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녀가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는 그녀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냈을 땐, 벌써 50을 넘긴 그녀이지만, 여전히 어린 소녀와 그 소녀를 바라보는 엄마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마음이 뭉클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노랫말을 듣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더욱이 그렇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별에 관한 이야기로 가슴이 아프고, 누구나 겪었을 것 같은 성장통 같은 것들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기쁜 노래도 슬프게 들린다. 그런데 그러한 자체로 큰 위안이 된다. 나지막이 노래하는 그녀는 도대체 그러한 감정과 깊이가 어디에서 새어나오는 것일까.


한 곡 한 곡이 끝났을 때 수많은 관중의 환호로 가득했을 공연장이 적막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흐름에 그녀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얘기를 계속해서 하게 된다고 하였다. 노래도 너무 좋지만, 오래전 그녀가 진행했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 좋다. 시간이 지남에 자신을 챙기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더욱이 알게 된다는 그녀는 농담이라도 한마디씩 건네는 지인들의 안부에 행복감을 느끼는 듯하다.


이야기와 더불어 자연스레 건네는 노래들에 마음에 무언가가 자꾸만 건드려진다. 나는 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오래전 헤어진 남자 친구도 아니고, 친구가 생각이 날까. 왜 그땐 그런 식으로 친구와 헤어졌을까.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이유로 왜 좀 더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지난날에 대한 생각과 아쉬움. 앞으로는 지금보다 좀 더 잘 지내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다짐에 1시간 남짓한 콘서트 내내 마음이 울적하고 시큰하다. 내가 지금 위로를 받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오랜만에 우리 앞에서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르는 그녀는 지금 또한, 어떤 마음인 걸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스스로 너무도 힘들다. 주변을 힘들게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수 이소라는 완벽을 추구하는 멋진 가수다. 그녀가 적은 가사를 보고 있노라면 정갈한 책 한 권의 한 켠을 읽는 것만 같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사를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불어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어루만져준다는 것은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런 그녀가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난날에 대해 이야기하며 “좋았다.”, “참 좋았다.” 는 그녀의 문장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지금은 외롭고 씁쓸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얘기들이 무슨 주문처럼 계속 맴돈다.


공연은 일요일이었다. 나는 왜 공연이 끝난 뒤, 3일 정도가 계속해서 울적하고 마음이 슬펐을까. 그녀. 가수 이소라. 내가 좋아하는 나의 가수가 기운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에게 좋아지길 바라요.” 라고 말한 그녀 자신을 위한 멘트는 내가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공연 말미에 묵직하게 털어놓았던 그녀가 사랑했던 존재의 부재에 가수 이소라의 많은 슬픔이 묻어났다. 그녀의 먹먹한 슬픔도 언젠가는 차츰 아물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품에서 깊이 잠든 존재도 아마 먼 곳에서 그녀를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것들에 대해 가벼워진 세상이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각자를 위했으면 좋겠다. 비록 우리 지금, 조금 지치더라도 침대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을지언정, 뭐가 됐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공상일지라도, 먼 미래를 그리며 허상을 꿈꿀지라도.


나를 위로해주어서 감사해요.

그대도 조금은 위안을 얻었나요.

 

 

20210304161055_ufflqpwe.jpg

 

 

Setlist

    

 신청곡

바람이 부네요

그대가 이렇게 내 맘에

  청혼

First time ever Isaw your face

Track3

데이트

AMEN


 

다운로드 (3).jpg

 

 

  

하루종일 그대 생각뿐입니다
그래도 그리운 날은 꿈에서 보입니다
요즘의 사람들은 기다림을 모르는지
미련도 없이 너무 쉽게 쉽게 헤어집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오면 원망도 깊어져가요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또 기다릴 수 있겠죠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한살이 또 느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대도 그렇네요

 

여름이 가고 가을오면 돌아올 수 있을까요
겨울이가고 봄이 또 오면 손 닿을만큼 올까요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
그리 쉽게 잊지 않을 겁니다

    

  

Screenshot_2018-04-10-16-46-20-1.jpg

 

 

Track3

   

사랑이 그대 마음에 차지 않을 땐 속상해하지 말아요

   미움이 그댈 화나게 해도 짜증 내지 마세요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너무 아픈 날 혼자일 때면 눈물 없이 그냥 넘기기 힘들죠

   모르는 그 누구라도 꼬옥 손잡아 준다면 외로움은 분홍색깔 물들겠죠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Love is always part of me 

 

 

제목 없음.png

 

 

Amen

 

수많은 밤을 남 모르게 별을 헤며 날 위로해
강해지길 기도하고 지나간 이별로 울기도해
날 떠난 그댄 잘 있는지
다가올 만남을 빌기도 해

 
끝이 없는 미련들 소리없는 바람들
나의 어둠 속에 빛 되도록
날이 가기 전에 별이 지기 전에
나의 방황을 나의 가난을
별에 기도해 다 잊기로 해

나의 욕망을 나의 절망을
다 잊기로 해 나를 믿기로 해 (아멘)
첫 별이 뜨면 난 어느새 새로운 시작을 기도해


나의 평안을 나의 사랑을 별에 기도해
날 믿기로 해 아멘  

 

 

 

 

20200524234130_evpnzony.jpg

 

  

[정선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