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휴먼 네트워크로 이해하는 삶과 사회

거시적인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3.23 08: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휴먼네트워크_표1.jpg

 

 

대학 교양수업 때, 나폴레온 힐의 성공의 비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그래프에서 85%에 해당한 것은 바로 인간관계 능력이었다. 책 <휴먼 네트워크>는 네트워크를 다룬 책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에 대해 다룬다. 쉽게는 인맥이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맥이라는 말은 오늘날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 중의 하나로 요구되지만, 어찌 보면 다소 세속적이라고 취급되는 단어이다. 이 책은 인적인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처세술, 협상 능력 등에 대한 사업적 능력을 기르는 등의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저자인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매슈 O. 잭슨은 논리적 기반으로 네트워크의 작동원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휴먼네트워크를 인간 대 인간의 연결망으로 정의하며, 네트워크의 양과 질을 측정하는 방법을 이어서 소개한다. '도수 중심성', '고유벡터 중심성', '확산 중심성', '매개 중심성'의 네 가지 기준을 통해 설명한다.

 

첫 번째로, '도수 중심성'에 관한 이야기다. 도수는 네트워크의 양에 해당한다. 개인이 특정 네트워크에서 가지는 연결이나 링크의 수를 의미하며, ‘도수 중심성’이란 그 사람이 네트워크에서 어느 정도의 중심에 위치하는가를 나타낸 것이다.

 

그는 '우정의 역설'로 영향을 주는 편중된 존재감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친구가 훨씬 많을 것 같다고 여기는 현상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역설은 이해하기 쉬운 당연한 현상이다. 네트워크 내에서 도수가 높은 친구들은 여러 사람의 친구 목록에 오르게 된다. 도수는 곧 인기로 치환할 수 있고, 인스타그램으로 친다면 그의 피드가 자주 표시될 것이다. 그로 인해 과대대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151.jpg

 

이 ‘도수 중심성’은 도수 그 자체로, 단순히 인간관계의 인기의 정도이다. 그러나 다른 세 기준은 현상의 원인이 된다.

 

고유벡터 중심성은 연결성에 대한 정도다. 확산 중심성은 정보가 얼마나 화제성 높고 오래 지속이 되는지에 따른 조정척도이다. 어디까지 얼마나 퍼지는가에 대한 척도이다.

 

네 번째로 매개 중심성에 대해 설명한다. 메디치가를 예로 드는데, 메디치가는 1434년 피렌체에서 힘을 쥐고 있었다. 그는 핵심 조력자로, 메디치가 경쟁 가문보다 노드의 수가 떨어졌음에도 성공적인 정치 활동을 이어갔던 것은 다른 가문보다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혼인을 통해 가문 간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서로 다른 노드를 연결하는 정도를 네트워크 과학에서는 ‘매개 중심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동종선호 현상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속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 또한 사실은 이미 비슷한 사람이라고 여겨 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였을 뿐이고, 그 네트워크 안에서 교류하며 동종이라는 사실을 잊고 확신만을 남긴다. 나도 늘 토론의 장을 넓히기 위해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고 여겼는데, 생각해보니 그 모임 또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었다.

 

*


이후 비유동성에 관한 설명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이름을 딴 위대한 개츠비 곡선으로, 비유동성과 불평등의 관계를 표시한다. 개츠비는 사회적 신분 상승을 꿈꾸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비유동성은 사람들이 그들이 나고 자란 사회적 환경에 갇히게 될 때 발생한다. 그들이 속해 있는 네트워크가 그들이 성공하는 데 필요한 정보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그래프는 결과적으로 비유동성이 불평등을 함축하며, 불평등은 비유동성을 야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마이클 센델의 능력주의에 관한 편을 인상적으로 보았다. 이 비유동성의 문제는 교육 격차와 능력주의에 관해서도 연결되어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명제라고 생각한다. 화두가 되는 문제이니만큼 이 책을 통해 논리적인 근거들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읽을 책이 쌓여있어서 그런지, 딱딱해 보이는 비문학에 처음에는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우리에게 익숙한 사례로 설명해주어 흥미롭게 읽었다. 전염의 시대인만큼 코로나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으며 금융위기의 확산, 또 동족 선호에 양극화 현상과 능력주의 등에 대한 사회 전반에 걸친 상식들도 습득할 수 있다.

 

인맥에 관한 이야기는 세속적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는 생존이 아니라 공존에 대해 말한다. 그는 소외되는 사람들이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에서 능숙히 대처할 수 있는 처세술에 대한 글이 아니라 분석을 통한 논리적인 사실들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나갈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서이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개인적인 통념들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여러분들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도서를 추천한다.

 

 


박세나.jpg

 

 

[박세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