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라마 속 사람들 #2] 달미는 왜 도산에게 갔을까, 드라마 '스타트업' (2) [드라마]

글 입력 2021.03.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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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드라마 '스타트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드라마의 대사 분량이 많습니다.

* 다만 대사 내용은 실제 대본집과 연관이 없으며, 필자가 대사를 옮기고 지문을 임의적으로 추가하여 만들었음을 밝힙니다.


[Opinion] [드라마 속 사람들 #1] 달미는 왜 도산에게 갔을까, 드라마 '스타트업' (1) [드라마]

* 이 글은 전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1편을 먼저 읽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 같은 꿈을 향해 달미와 앞으로 나아갔던 도산,

뒤에서 달미의 멘토가 되어야 했던 지평.


 

드라마 4화 무렵 삼산텍과 서달미, 원인재가 샌드박스에 입주한 후부터, 달미와 도산의 관계는 '동업자'가 되었고, 달미와 지평의 관계는 '멘토와 멘티'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도산과 지평의 상황적 차이와 성격적 차이는 다음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도산     달미야, 우리 그 자율 주행 플랫폼 입찰, 한번 해보자.

달미     알잖아, 우리 수준으론 너무 벅차. 그리고 가능성도 별로 없고.

도산     알아. 될 거라고 생각 안 해. 그래도 한번...

지평     근데 왜 하지? 그래도 한번 해 보자고 하기에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해야 되는데?

도산     그래서 해보자는 거죠. 한번 해 보면, 다음은 좀 더 쉬워질 거 아닙니까.

지평     연습을 해 보자? 다른 일 다 접고 제안서 작성에 스마트 시티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에 언론전에 기술 평가 준비까지 다 연습으로 해 보자? 그렇게 시간 노력 다 쏟아부었는데 떨어지면?

도산     떨어지면 경험이 되겠죠. 한 번에 되는 사업이 어디 있습니까. 경험을 쌓는다 생각하고...

지평     그건 경험이 아니라 삽질이죠.

도산     삽질요, 그래요. 여기저기 파 봐야 어디가 좋은 땅인지를 알죠. 일단 파 보고 그다음에...

지평     순서가 바뀌면 죽는다니까? 전에도 말했지 않습니까, 지도 없이 배 타면 죽는다고. 태풍을 만나든 죠스를 만나든 죽는다고. 잊었어요?

도산     ...어떻게 잊어요. 당연히 기억하죠. 지도 없는 항해.


(과거 회상)

달미     하자. 나 네 얘기 들었을 때 엄청 설렜어.

도산     (웃으며) 대책 없네.

달미     뭐, 작정하고 헤매 보지 뭐. 지도 없는 항해. 기억나?


(다시 현재)

도산     근데, 난 그 항해가 꽤 근사했어요. (달미 쳐다보며) 실패했지만 후회는 안 해.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중략)


도산     달미야,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난 무조건 네 편이야. 다만 네가 결정하는 데 우리가 변수가 되진 않았으면 해. 실패해도 팀이 다칠 일은 없어.

 

E15 23:48~27:55

 

 

*

 

 

달미가 지평에게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그 때, 지평의 손가락에 달린 기계에 파란 불이 켜진다.


달미     오! 거봐요, 설득됐죠?

지평     (자신의 손가락을 보다가 놀란다) 어... 설득? 오, 이거 뭐야? 에이, 이거 뭐야?!

달미     막 심장이 뛰고 설레고 그러죠?!

지평     이거 아니지, 아 이거 반칙이죠! 아, 내가 언제 심장이 뛰었다고! 이거 개발 실패네, 이거 기기 오류예요, 에러예요.

달미     입은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기계를 들어 보이며) 심장은 솔직하죠! 팀장님의 솔직한 의견 잘 들었습니다.

지평     아니, 아니? 잘 못 들었는데? 이봐요, 잠깐만, 서달미 씨. 다시 생각해 봐요. 이거 눈길이 아니라 고생길입니다. 남 좋은 일 하다가 다 굶어 죽어요. 당신이 다칠 수도 있다고.


E08 13:35~16:06

 

 

달미     CSR 팀 리스트네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자선, 기부, 환경보호와 같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지평     광고도 못 하고 유료 서비스도 못 하잖습니까. 스스로 매출을 낼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대기업에 의지할 수밖에. 올해 CSR 예산이 넉넉한 기업들로 리스트 업 해 봤어요.

(중략)

달미     감사합니다 팀장님.

지평     (의아해하며) 뭐가요?

달미     맨날 브레이크만 거시더니 이번엔 액셀을 세게 밟아 주시네요.

지평     브레이크 없는 차는 속도 못 내요. 벽에 박아야 서는데 속도를 낼 수가 있나.

달미     (고개 끄덕이며) 알죠. 앞으로도 종종 브레이크 밟아 주세요.

 

E08 22:22~23:37

 

 

지평, 도산 둘 다 달미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은데 방식이 다르다. 지평은 멘토로서, 냉정하더라도 정말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지평은 달미의 '브레이크'가 되어 줘야 했다. 반면, 도산은 달미를 응원하면서 달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끔 달미의 '액셀'이 되어 줄 수 있었다.

 

*

 

하지만 그런 도산과 달미의 관계에도 한차례 시련이 온다. 삼산텍의 기술을 노리고 있던 글로벌 기업 '투스토'가, 계약을 악용해 삼산텍의 엔지니어인 도산, 철산, 용산만 스카우트해 가기로 한 것. 달미는 현실을 깨닫고, 비참하지만 도산을 보내주기로 한다.

 

그렇게 도산이 미국으로 떠난 3년 동안, 지평은 늘 달미 곁에 있어준다. 달미의 회사에 랜섬웨어가 퍼지고, 마침 한국에 휴가 와 있던 도산이 3년 만에 샌드박스로 찾아와 랜섬웨어를 해결해 준다. 한바탕 사건이 휩쓸고 지나가고, 혼자 지쳐있는 달미에게 지평이 다가온다. 달미에게 휴지도 건네주고, 운 것을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게 숨겨주고, 혼자 좀 있으라며 사무실도 정돈해 주고 나간다. 달미는 그런 지평에게, '감사해요, 늘.'이라고 말한다. 달미는 항상 지평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감사하다. 그건 어떤 감정일까.

 

나도 감사한 친구가 있다.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늘 위로해 주고 아낌없이 조언을 많이 해 준 친구다. 나에게 선물해 주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막상 나는 해준 게 별로 없는데.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뭔가, 내가 해준 것보다 항상 더 받는 것 같아서. 나는 그 사람에게 그만큼 정성을 다할 수가 없어서.

 

만약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해준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나는 그 사람에게 '감사'할까? 우선 감동을 받을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를 이렇게나 사랑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내가 받은 것보다 더 해주고 싶을 것 같다. 나보다 그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것 같다.

 

 

달미     그리고,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도산이한테는 (CSR 팀 리스트를 흔들며) 이 얘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돈 걱정 안 하고 마음껏 개발하게 해 주고 싶거든요.


E08 37:25~37:34

 

 

자 이제 다시 생각해 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물론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지만, '감사함'만으로 온전히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다. 물론 사랑의 종류가 한 가지도 아니고, 누군가의 사랑은 '감사함'으로 정의될 수도 있어서, 내가 감히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론


 



(용산 내레이션)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화려한 언변보다는 그 누군가의 눈에 담긴 절박함일 수도 있고, 상대방과의 공감일 수도 있다.


용산     같이 일할 파트너라면 현재로서 가장 끌리는 곳이 서달미 대표가 있는 청명컴퍼니입니다. CTO 자리를 제안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저희가 합류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시 삼산텍 시절로 돌아가서 다 같이 일하는 거죠.

지평     싫습니다. 남자로서... 말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투자자로서 의견을 말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산 내레이션)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마음이 움직이는 때는, 상대가 모든 변수에도 불구하고 진실만을 말할 때다.


E14 1:12:08~1:14:00

 

 

아무래도 이게 작가님이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눈치보지 않고 먼저 솔직하게 진심을 말하고 변수에 상관없이 달미가 하겠다는 것들을 다 해주던 도산이 결국 달미의 선택을 받았다. 할머니와의 사연, 멘토로서의 역할 등 이런저런 개인적 변수들을 항상 따질 수밖에 없었던 지평은 한발짝씩 늦고 말았다.

 

서두에서 설명했듯이 나도 개인적으론 한지평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사랑했지만, 메인남주는 남도산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결론적으로 말해서 각자 설정된 인물들의 '성격 합' 때문이다. 우리도 어떤 친구와는 오래 알고 지냈어도 유달리 가까워지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잠깐 알고 지냈는데도 성격 합이 정말 잘 맞아서 금세 친해지는 친구가 있지 않나. 그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달미에게는 관계에 있어 좀 더 솔직하고, 먼저 다가와 주는 도산 쪽이 더 잘 맞았을 것이다.

 

지평은 지평의 성격대로, 다른 유형의 사람을 만나서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평을 더 사랑해 주고 지평에게 다가와 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게 드라마에 과몰입해버린 시청자의 조그만 소망이다. 혹자는 드라마의 결말은 작가가 캐릭터 설정값을 설정한 대로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도 우리가 뭐하나 선택한 것도 없는데 각각의 성격으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것을. 그저 나에게 지평은 나와 닮아서 애착이 가는 캐릭터였고, 도산은 나와 달라서 닮고 싶은 캐릭터였다.

 

*

 

사실 이번 글에는 달미의 언니인 '원인재'의 캐릭터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인재도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이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 드라마이지만 도산, 달미, 지평의 사랑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풀어내는데, 그 이야기가 인재와 달미의 대립, 혹은 지평과 도산의 대립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각 등장인물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도 잘 담겨있다. 하지만 분량이 넘쳐 모두 다룰 수가 없었으므로, 다음에는 이에 관해 써보려 하니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이채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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