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첫 별이 뜨면 난 어느새 새로운 시작을 기도해 - 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글 입력 2021.03.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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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별이 뜨면 난 어느새 새로운 시작을 기도해"

 

 

이소라5.PNG

 

 

3월 14일 저녁, 와이파이의 상태를 점검하고, 최근에 산 헤드폰을 노트북에 연결했다. 인터넷 서버에 접속해 하늘색 화면에 뜬 온라인 공연의 주의사항을 읽었다. 그리고 채팅창에 잔뜩 기대를 적어둔 관객들의 소리를 마주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한 아티스트의 공연을 기다리는 일은 꽤 설레는 일이었다.

 

몇 년 전에, 이렇게 온라인 중계를 하는 공연기획팀에서 잠시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현장의 분위기와 온라인 관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던 경험이었다. 공연 중 송출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 공연을 보면서도 한쪽 귀엔 이어폰을 끼고 공연을 봤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과정에서의 온라인 공연은 내게는 일이었기에 설레는 느낌보다는 긴장이 가득했다. 정시에 잘 연결되어야 할 텐데, 접속자 수도 파악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가득했었다. 그래서 오롯이 관객으로서 온라인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공연 정각을 기다리는 시간은 참 설레는 시간이었다.


공연에 대한 복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다 Setlist를 따라가기로 했다. 공연을 함께 하지 못하셨던 분이라면 좀 더 공연의 구성에 대해 깊이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또 함께 하셨던 분이라면 그날의 순간을 떠올리실 수 있길 바라며 말이다. (커버 곡이었던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 Face'은 제외하였다.)

 

 

 

Setlist



- 첫 번째, 신청곡 -

 

 

So I turn on my radio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고

And on the radio

슬픈 그 사연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smile

마음이 울적한 밤에 나 대신 웃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공연의 문을 열어준 노래는 2019년 1월에 발매된 <신청곡>이었다.

 

어느 날, 들려온 라디오 사연이 나의 이야기와 유사하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나와 같은 누군가가 있다는 동질감이 들까,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더 슬플까, 이제는 괜찮아져버린 과거의 한순간이 떠올라 응원하는 마음이 들까. 이제 이어질 노래들이 무엇일지 더 궁금해졌다.

 


- 두 번째, 바람이 부네요 -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

 

 

 

- 세 번째, 그대가 이렇게 내 맘에 -

 

 

나 그댈 좋아할수록

나 그댈 의지할수록

커져가는 나의 맘

멈춰지지 않는 나의 맘

 

 

뒤이어 들려준 곡들은 드라마 OST로 발매된 <바람이 부네요>, <그대가 이렇게 내 맘에>였다. 드라마 OST로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걸 어머님께서 좋아하신다는 말씀까지 덧붙이셨다. 드라마 OST들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대변해 주는 가사들이 많다. 위로가 필요한 캐릭터에게는 위로가 가득하고, 또는 감정선 그대로 들어내준다.

 

이런 음악들에게는 하나의 이야기를 더욱 감정이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 있다. 음악은 누군가의 감정을 매만지는 힘이 있다는 걸 더 느끼는 순간들이 그런 순간이다. 만약, 드라마에 OST가 없었다면  그 이야기가 전달되는 감정 모두를 우리가 받아줄 수 없었을 것이다. 유독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이 물밀듯 들어오던 노래들이었다.


 

- 네 번째, 봄 -

 

 

올해가 지나면 한살이 또 느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대도 그렇네요

여름이 가고 가을 오면 돌아올 수 있을까요

겨울이 가고 봄이 또 오면 손 닿을 만큼 올까요

 

 

이 곡은 2004년에 발매된 정규앨범 <눈썹달>의 수록곡으로, <눈썹달>이라는 앨범을 떠올리면 <바람이 분다>라는 명곡을 떠올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눈썹달>이라는 앨범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봄>이라는 곡은 이번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처음 들은 곡이었다. 가사를 찾아보지 않아도 워낙 잘 들렸지만,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하는 마음에 작은 창을 열어 가사를 검색했다. 그리고 이 노래의 화자는 어쩜 이렇게 잘 기다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쉽지 않다. 또 이렇게 빠른 사회, 무엇이든지 휴대폰 하나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무언가를 그렇게 기다려본 일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모두의 삶 속에 생겨난 공허함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도 봄이 오면, 코로나19가 끝나면 채워질까. 요즘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인 것 같다.


 

- 다섯 번째, 청혼 -

 

 

말할 거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

그럼 늦은 저녁 헤어지며

아쉬워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온라인 콘서트가 오프라인 콘서트와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일까를 떠올려보니, 바로 채팅창이라는 점이다. 관객들이 관객들끼리도 바로 소통할 수 있고, 아티스트와도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공연 전 이번 공연에서 불렀으면 하는 곡들을 채팅창에 남겨주셨었는데, 청혼은 그 채팅창에 가득했다.

 

그만큼 잘 알려진 노래이기도, 사랑받는 노래다. 직전까지는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면 마치 봄이 온 것처럼 달달한 기분이 드는 곡이었다. 원래도 애정하던 곡이었는데, 실시간 라이브를 들으며 더욱 좋아졌다. 앞전까지는 위로가 가득했다면, 이제는 사랑으로 치유하는 노래들이 시작한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 여섯 번째, Track 3 -


 

사랑이 그대 마음에 차지 않을 땐 속상해하지 말아요

미움이 그댈 화나게 해도 짜증 내지 마세요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세상은 정말 작은 온기로 변화한다고 믿는다. 우리에게 평소에 필요한 것은 엄청난 기적보다도, 작은 온기일 거라고 믿고 싶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항상 웃음과 친절을 가득 담은 채 근무를 해도, 지칠 때가 온다. '지금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끔 이상한 손님을 마주했을 때면 요즘 흔히 쓰는 말처럼 '인류애를 잃는다.'라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손님을 마주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 그 하루의 근무는 행복하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작은 온기라는 것은 이런 의미다. 작은 친절, 작은 도움, 그러한 것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것이 아닐까. 이소라 님은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를 사랑을 더 표현하자. 다짐하게 했던 곡이다.


 

- 앵콜곡이자 사연자분의 신청곡, 데이트 -

 

 

휴일 아침에 놀이공원 푸른 동산 해는 쨍쨍

구불구불 미로를 돌아 신나는 여행을 떠나요

 

 

오랫동안 이소라 님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는 사연자분의 신청곡인 <데이트>, 듣고만 있어도 휴일의 어느 놀이공원이 떠오르는 곡이다. 단순히 가사가 묘사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 가사가 이 멜로디와 함께이기에 휴일의 어느 놀이공원을 떠올릴 수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듣고만 있어도 어느 장소, 어느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음악의 매력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아니 지금도 가보지 못한 놀이공원,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곳에 가 있는 것만 같다.


 

- 엔딩곡, 아멘 - 

 

 

다 잊기로 해 나를 믿기로 해

첫 별이 뜨면 난 어느새 새로운 시작을 기도해

 

 

이 공연을 볼 때, 굉장히 지친 시간을 지나고 있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준비한 것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유독 지치는 날이면, 스스로를 의심할 시간들이 늘어난다. 이 공연을 볼 때가 딱 그랬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모든 것을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시작이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그러한 순간들에 더 많은 것들을 기도하지 않을까. 무언가를 기도하고 바랄 때, 나만의 원칙이 하나 있다. 무언가를 이뤄달라 기도하기보다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무언가를 해결해달라 기도하기보다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바란다.

 

결과보다 과정 속의 내가 그 안에서 성장하길 기도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향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나에게 최고의 선곡이었다.

 

*

 

온라인 콘서트를 즐기면서 아쉬운 점은 조금씩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은 점차 개선되고 나아지리라 믿는다. 진행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없다는 점이 제일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이렇게 소통의 장이 열리는 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우리는 모두 일상을 빼앗겼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빼앗아갔고, 이는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택했고, 이는 모두에게 설레는 일상을 돌려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공연제작사들이 코로나19로 공연 자체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으며, 아티스트들은 무대를 빼앗겼다. 관객들은 일상 속 쉼을 집안에서만 찾아내야만 했다. 비록 온라인이라 현장감을 모두 다 느끼지는 못했지만, 이 1시간 동안의 공연의 여운은 꽤 길게 남을 것이다.


얼른 모두에게 위로와 치유가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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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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