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책이 뭐길래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글 입력 2021.03.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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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는 사람이 참 많다. 글을 써서 공개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에세이 분야의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작가란 소수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을 생각하면,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출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쓴다는 것과 책을 내는 것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혼자 키보드만 두들겨도 되는 글과 달리 책은 심지어 독립출판이라 할지라도 자본과 타인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종종 궁금하다.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떤 과정을 거쳐 책을 내는 것인가.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는 예순 번이 넘는 투고 끝에 첫 책을 낸 저자가 자신이 처음 책을 쓴 경험을 풀어낸 에세이다. 이번 책은 작가가 쓴 세 번째 책이라고 한다.

 

스스로 말하기 매우 민망하지만 어쨌거나 출판계 종사자로서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라는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갔다. 편집자가 생긴 것을 '선언'할 정도로 편집자가 대단한 무엇인가 싶어서이다. 내용을 훑어본 다음에는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 남몰래 작가를 꿈꿔온 사람으로서 호기심이 생겼다. 투고를 해서 책을 내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그 고비를 넘었는지 궁금했다. 저자도 예상 독자를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책과 관련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까지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하니, 예상 독자에게 어필하기는 확실히 성공한 것 같다.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책을 써보면 좋겠다는 누군가의 말에 가슴이 뛰던 경험, 투고를 하며 기약 없이 답장을 기다리던 날들, 우여곡절 끝에 첫 책을 내던 과정... 모든 작가가 처음부터 작가인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자신을 작가로 명명해도 될지 고민하는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세이를 쓴다고 해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해서 그 마음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출간이 기적이고, 편집자를 '구원의 천사'라 여기는 이에게 쓰는 일은 간절하고 또 소중하다. 계약을 해놓고도 혹시 없던 일이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글을 쓰면서도 이게 책이 될 수 있을지 초조해하는 그의 모습에서 '작가'라는 아우라보다는 글을 쓰는 이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 보여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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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붙어 있는 편집자의 말도 인상적이다. 이 책이 전체적으로 작가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라면 편집자의 코멘트를 통해서는 출판사의 입장도 조금씩 들여다볼 수 있다.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의 정체성을 모두 조금씩 가지고 있는지라 곳곳에 공감하며 읽었다. 맞아. 이 때는 이렇지 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는 한 사람이 편집자와 연결되고, 그 편집자와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제 3자는 책은 그저 원고만 있으면 뚝딱 나오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해본 사람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건 책 표지에 적힌 것처럼 '다정한 모험'이라 부를 만하다.

 

글을 쓰고 그 글을 책으로 만들기까지 수많은 만남과 이별, 오고 가는 감정들이 가득 담긴 이 책을 거의 끝까지 읽었을 때 다른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물음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책, 이게 뭐라고."

 

 
글을 쓰고 다듬고 책을 만들어 파는 일은, 지금 세상에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 같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책 말고도 재미난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일 거예요.(...)책을 내는 일 그리고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분명 괴롭고도 즐거운 일입니다. 조금은 바보 같은 일이겠지만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바보짓을 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합정의 밤거리를 함께했던 편집자 같은 분들이 계시는 한, 바보들은 꾸준히 바보짓을 하며 살 수 있을 거예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123쪽
 

 

매일 매일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 나온 책'을 자주 클릭해보는데, 등록되는 새로운 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의외의 책이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쭉쭉 올라가는가 하면 눈에 띄고 세상에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도 소리 소문 없이 묻히는 일이 수두룩하다. 종이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서 책을 만드는 일이란 가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기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주위를 돌아보면 이 일에 진심인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저자의 말마따나 "책을 낸다는 건 들인 노력이나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 게 터무니없이 적은, 수지 안 맞는 일"(229쪽)이라 생각하면서도 왜 어떤 사람들은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어할까. 아, 도대체 책이 뭐라고.

 

이 책을 읽고 누군가는 책을 내기 위한 도전을 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난생처음 자발적인 글쓰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 나의 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 만드는 일을 이렇게 작가의 입장에서, 그것도 오랜 투고 끝에 책을 낸 작가의 입장에서 보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가에게 첫 독자는 편집자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나도 모르게 일로서만 이 일을 대하게 될 때가 많다. 저자가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고 말했듯 나 역시 편집자라는 호칭이 귀에 익지 않는다. 작가에게 '내 글 구려' 병이 있다면 내게는 '이런 내가 책을 만들다니' 따위 생각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다.

 

초심을 되찾아야겠다는 말로 글을 끝내기에는 그럴 정도의 초심이 있었나 싶어 부끄럽다. 요즘의 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느꼈던 벅찼던 감정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글을 쓴다는 일이, 책을 낸다는 일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지은이

이경

 

출판사

티라미수 더북

 

발행일

2021년 3월 5일


쪽수

236쪽


분야

문학>에세이

 

13,000원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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