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스타그램을 끊은 지 반년이 지났다. [문화 전반]

내가 인스타그램을 끊은 이유
글 입력 2021.03.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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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끊은 지 반년이 지났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2020년 7월에 공개 계정을 탈퇴했고, 그 이후로 비공개 계정을 이용하여 간간히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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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단 1퍼센트의 과시성도 부여하지 않은 채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관심에 목매는 사람이니까.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백 번의 셔터를 눌러야 하고, 위트 있는 멘트 하나쯤은 장착해야 하고, 해시태그를 통해 좋아요를 구걸하는 것.

 

이 모든 행위가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내가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이유를 남 탓으로 말하자면 과시 때문이었고, 내 탓으로 말하자면 우울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편은 아니었다. 주로 보는 편에 속했다. 구경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내 역할에 가까웠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개설했던 2014년부터 약 6년간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처한 상황이 족쇄로 다가오자 매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작년 여름 나의 상황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표현하자면 그냥 힘들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가만히 서 있기도 벅찼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건들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매일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속의 사람들을 보며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너무 힘들어서 가라앉을 것 같은데, 다들 환히 웃으며 위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아니꼬워 보였다. 한 번 들기 시작한 감정은 계속해서 누적됐고, 나중에는 평범했던 일상에 악의 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타인과의 비교 → 자신을 갉아먹는 질투심 → 우울
 


정말이지, 살면서 가장 부질없는 것들의 향연이었다. 한동안은 그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도, 나올 생각도 못 했다. 엉켜버린 발이 고통스러워 더는 버티지 못 할 때, 그때 서서히 인스타그램에 접속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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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접속하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든 생각은, ‘아, 생각보다 별일 아니네.’였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끊어버리면 큰 구멍이 하나 생길 줄 알았다. 친구들의 소식도 모르고, 간신히 이어가던 랜선 연락도 끊기고, 문명에 뒤처지는 것 등 속으로 두려워하던 일들이 나를 관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별일 아니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탈퇴하기를 눌렀다. 눈앞에서 계정이 소멸하는 것을 목격한 나의 감정은 홀가분했던 것 같다.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직접 손으로 털어낸 느낌이었다.

 

첫 줄에서 언급했듯, 현재 나는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을 소유하고 있긴 하다. 아무래도 원하는 정보들이 포털사이트보다는 SNS에 더 치중된 사회에 살다보니, 계정이 하나쯤은 있어야 편리성을 띄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


지금, 이 순간도 작년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도 안 된다. 내가 느꼈던 감정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쉽게 빠지는 데 반해 벗어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나조차도 가끔은 타인과 비교를 하고, 질투를 느끼고, 무력감에 빠져 우울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도 우리 적어도 인스타그램, 아니 SNS로 인해 자신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지는 말자. 반년 전과 지금의 나의 정신건강 상태를 비교하자면, 흐림과 맑음이다. 차마 매우 맑음은 못하겠고 이 정도면 맑음이라 쳐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참고로 이 글이 주장하는 바가 ‘무조건 인스타그램을 탈퇴해라!’는 전혀 아니다. 이 사회에서 SNS의 중요도와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니 좋은 목적과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능이니 굳이 지양할 필요는 없다.


단지, 혹시라도 인생에서 굳이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을 생산하는 중이라면 인스타그램(SNS)을 탈퇴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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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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